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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분대장’, 故 김학철 선생을 기리며
기사 입력 2016-08-24 16:17:17  

부제: 참 세상사는 아이러니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주저할 것도 없이 바로 말할 수 있다. 그 소설은 이름하여 “격정시대(이 소설은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 민족 해방의 투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로 중국의 요령 민족출판사에서 1986년 상·하권으로 출간 이어 연변인민출판사는 1998년 상권 1999년 하권 출간, 한국에선 풀빛출판사에서 1988년 상·중·하 3권으로 재출간. 절간된 후 한국 실천문학사에 의해 3권본으로 재출간 등)”다.

‘장백산’ 잡지에 이 소설이 연재된 후 나는 참으로 한 문장 또 한 문장을 정성스럽게 읽어나갈 때마다 그야말로 몰입해 있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그 소설은 ‘조선의용대 최후의 분대장’이라는 별칭이 있는 연변의 김학철(본명 홍성걸) 선생이 쓴 소설 아니던가. 사실 생전에 그분을 단 한 번만이라도 뵐 수 있었다면 너무 좋았을 것 같은데, 그 시절의 나는 지금처럼 싹싹한 성격보다는 숫기 없는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것 같다.

각설하고, 자전적 혁명·성장소설인 “격정시대”를 읽다 보면 민족혁명당 계열이 많이 거주하던 남경 중화문 밖 남서쪽의 화로강(花露崗)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세월이 흘러 김학철 선생은 당시를 회고했는데, 화로강이 민족혁명당의 거점이었음을 ‘어뜩 비뜩한 속인들의 별세상’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남경성의 웅장한 성벽 밑을 감돌아 흐르는 진회하는 남대문인 중화문의 바로 턱 밑을 스치고 또 이름도 그윽한 막수호를 끼고 돌다가 마침내는 양자강으로 들어가버린다. 그 진회하를 북으로 건너서 부옇게 먼지 앉은 중화문 안에를 들어선 뒤 왼손편 - 서북쪽으로 한 10분 더 걷노라면 성벽 가까이에 그리 높지 않은 언덕 하나가 두드러졌는데 그 이름은 화로강이라 하였다. 그 화로강 위에 규모가 볼 만한 절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화강석으로 다듬어서 만든 산문 문미에 새겨 있기를 …… 이연선림(怡然禪林) …… 이연선림의 경내에 들어선 중들과 선남선녀들이 부처 앞에 분향하는 그리 향기롭지 못한 매캐한 향내를 맡으며 동향한 중대문을 들어서면 눈앞에 규모가 어지간한 누관 하나가 나서는데 그 누관의 아래 위층은 모두 어뜩 비뜩한 속인들이 거처하는 별세상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남경 화로강은 반일 지하 활동의 아지트였던 셈이다. 또 인근에는 당시 조선 청년들이 민족과 나라를 구하겠다고 의기투합했던 곳이 있는데 이름하여 ‘호가화원(胡家花園)’으로 이 호가화원 또한 역사가 깊은 곳이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 청년들이 여기에서 국민당의 성원을 입고 군사교육을 받았는데 그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항일투사 몇 기가 배출된 듯싶다. 후에 일본 밀정들의 감시 탓에 남경에서 좀 떨어진 구용이란 곳의 산에서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중도에 일본에 변절한 사람들도 있고, 치열하게 항일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 화로강과 호가화원 뿐이겠는가. 광화문(光華門) 남기가(藍旗街), 중화문(中華門) 안 동관두(東關頭) 32호, 교부영(敎敷營) 16호 등등 이렇듯 남경은 임정의 자취가 곳곳에 배어 있는 도시다. 그리고 그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김학철 선생은 김원봉과 유자명 등을 비롯해 여러 인물을 만나 교감하며 이들과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1940년 가을 태항산 항일근거지에서 팔로군에 참가해 전투도 했고, 때로는 작은 신문도 편집하고, 때로는 극본도 쓰고 기사도 써 나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941년 12월 10일 하북성의 호가장 전투에서 그는 대퇴골 관통상을 입고 일본군 포로가 되어 나가사키(長崎)까지 끌려간다. 아마 남경에 있었을 때 김학철 선생은 소설 속 주인공(작가 자신일 수 있는) 서 선장처럼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을지도…. 어찌 되었든 호가장 전투에서 그는 다리를 다친 채 포로가 되었고, 나가사키(長崎) 지방재판소에서 10년 구형을 받았고, 1945년 2월 감옥에서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옥살이 중 일제의 패망으로 풀려났으며, 해방 후 서울로 돌아와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1946년 12월 월북, 1950년 10월에 다시 중국으로 망명 등. 그러고 보면 조선 내전까지 종군기자로 참여(물론 그 참여가 본인 의지와 무관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참고로 당시 북쪽은 종군기자들을 남쪽과 다르게 순수 언론인들보다는 문학인들을 내세웠다고 한다)한 것을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그 나름의 어떤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느덧 김학철 선생의 타계 15주기가 다가온다. 항일투사고 작가였던 선생은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는 말을 우리 곁에 남긴 채 시공을 초월한 도도한 흐름 속으로 돌아갔다.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선생님의 문학기념비라도 한번 찾아가리라. 룡가미원이든 호가장이든.

글을 맺으면서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불쑥 고개 든다. 故 김학철 선생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시대 젊은이들은 참으로 ‘격정의 시대’에서 산 듯싶다.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비교해 볼 때 당시 이들의 삶이 한편으로는 대단히 부럽기도 하다. 물론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 시대를 살아간다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오겠지만 말이다. ◈





재털이
연변통보 2016-08-24

주: 본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불닭

그런시대가 부럽다는건 그냥 감상적 시각일뿐입니다

막상 그시대로 가서 살라하면 지금의 시대가 좋았다는걸

어느누구던 찬성할겁니다

갈수없기에 추억이고 가지못하기에 그리워할뿐입니다


2016.08.24 

nanjing

그런거 같소... 그때 사람들도 아마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살았을 지도...

2016.08.24 


그아바이 이름이 김학철이재요?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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