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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欺欺人,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3) |
| 8불출 조회 1,838 2007.12.23 | 8불출님의 다른 글  |
[사설] 自欺欺人,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
매일경제|기사입력 2007-12-23 18:26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이 뽑혔다. 주자(朱子) 어록이나 불경에 자주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대학교수를 비롯한 340명의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자신도 안 믿는 거짓말이나 위선적인 행동으로 남들까지 속이는 도덕 불감증의 세태를 풍자하는 이 말은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가짜 학력과 논문 표절 사건, 국민들의 신뢰를 가벼이 여기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꾸짖는 따끔한 죽비와도 같다.
돌이켜 보면 올해 우리 사회는 어느 해보다 기승을 부린 거짓과 가짜들의 놀음에 허탈해하고 냉소하고 한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국민들은 연초부터 내로라하는 대학교수들의 논문 표절 논란을 지켜보며 한국 지식사회의 양심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력 사건을 보며 일그러진 학벌사회에 혀를 차던 국민들은 대통령이 '깜도 안 된다'던 청와대 핵심 관료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자기의 눈과 귀마저 의심해야 했다.
현직 국세청장이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고, 대기업 총수들이 비자금 조성과 보복 폭행으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과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은 정치적 역학관계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치권과 대기업, 검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이런 거짓과 불신 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말이나 행동이 아무런 제지도 처벌도 받지 않는 사회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는 신뢰가 부족하면 소득 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스스로 자존심을 세울 수 없고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치인과 기업인을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은 거짓과 속임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과 기풍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새 정부의 개혁도 사회적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뢰에 바탕을 두지 않는 개혁이나 발전은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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