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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大林)은 한창 문학 리모델링 중
기사 입력 2019-03-29 08:22:01  

서울 대림동은 바야흐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인의 먹거리 명소. 또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문화 관광교류 명소, 관광단지…언론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고 호칭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대림동 중앙시장 부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중국인(동포 포함) 5~6만 명 이상이 운집을 한다. 식당 가게 반 이상은 중국인이 운영을 한다. 시끌벅적 별천지(別天地)이다.

대림 1,2,3동 등록 거주 중국동포만 해도 2만 5천 명, 실 거주자는 5만 명으로 보기도 한다. 식당 가게의 월세, 전세, 보증금, 권리금 등은 서울 강남 못지 않게 하루가 멀다하게 올리 뛴다. 이제는 아니지만, 타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세가 쌌던 곳. 전철이 가깝고 버스가 많아 이동이 상당히 편리한 곳. 중국 동포들이 많이 모여 살며 상호 소통이 쉽고 네트워크가 잘되어 있는 곳. 그래서 투자 자금들이 왕창 모이고, 상업이 날로 번창해 가고 있는 곳. 사장님이 운전하는 자가용도 으리으리하고, 중국 말 한국말 섞은 중국인들의 목소리 톤도 한결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 동포 관련 언론매체도 여러 곳 있고 동포단체들도 많이 있다. 문화예술 공연, 또는 동포 자원봉사, 외국인 자율방범대 등 활동들도 쉬이 눈에 띈다. 중국동포 자율성에 이해 스스로 삶의 터전을 가꾸어 가는 자부심이 한결 높아지고 있는 듯싶다.

그런데 잠깐, 이 모든 것들이 일부 내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그것은 하나의 우려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가 없다. 가끔 택시를 타다보면 기사들은 이렇게 자문한다. "여기 봐요, 여기. 이 요란한 중국 간판들을 좀 봐요…헛참, 여기가 한국인가 중국인가?", "와, 깜짝이야. 왜 중국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살아요?"…그 말들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약간의 좌절감, 또는 약간의 불안 비슷한 감정들이 깃들어 있는 듯싶다. 이곳에서 중국동포들이 자각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문화공연을 해도, 이들의 눈에는 성차지 않은 뭐가 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한국 와서 이제는 다들 돈을 많이 벌었구먼, 허허…"하고 일부 내국인들이 그렇게 웃는데, 그런 웃음이 참 묘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중국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다. 중국사람들은 이제 돈을 벌었다. "그런데는 뭐, 어떤 데요?…중국 동포라고? 그래도 그냥, 중국 사람일 뿐이지!" 이렇게 빈정대고, 이런 눈빛을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당신들은 우리 내국인이 아닌 중국 사람이라는 것. 차곡차곡 쌓아온 한민족의 지성과 감성은 내국인과 절대 비길 수 없다는 것. 알게 모르게 민족적 정서를 가진 일부 내국인들 마음 속에는 이런 것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 모른다. 절대적인 자본주의, 또는 절대적인 자유민주주의가 되기 이전에 수백 년동안 지배해온 '선비사상' DNA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너희들 돈 벌러 왔잖아, 돈 말고 또 뭘 알아?…" 어쩜 그런 내재한 잠재 의식들이 동포들과의 더 큰 이질감을 만들어내는 듯싶다.

사실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돈 벌러 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동포들은 수십 년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근년에 중국동포사회를 휩쓴 사건 한두 가지를 떠올려 보자. 그중 하나가 2012년 4월 1일, 중국동포 오원춘의 토막 살인 사건이다. 그로 해서 한동안 재한조선족을 혐오하는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또 2017년 8월에 대림동 중국 동포들을 깡패로 묘사한 영화 '청년 경찰'이 상영돼, 이에 항의하는 중국 동포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도 연달아 터졌었다.

비록 많은 내국인 시민단체들과 언론들에서 중국 동포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애를 써왔지만, 동포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고, 쉽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흔적으로 남게 됐다. 그 번을 계기로 내국인들의 가슴 속에도 "조선족은, 다 그렇지 뭐"라는 인상이 굳은살처럼 박히게 됐다.

당시의 싸늘해진 인심을 적은, 박동찬이라는 연세대학교 중국동포 유학생이 쓴 "대림, 그리고 朝鮮族-박춘봉 살인사건 그 후"라는 시는 그래서 꽤 유명해졌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박춘봉은 이곳에 없다/이곳의 모두는 박 아무개가 되었다/불쌍한, 불안한, 그리고 불편한 사람/이곳의 명물-/꽈배기는 마르고 순대는 식었다…사람이 허기진 날에 나는/ 낯선 이 땅을 조용히 밟고 간다." KBS 한민족 방송 <한민족 하나로>에 가서 인터뷰를 할 때 필자가 이 시를 읊자 진행을 맡은 선생님은 "아이고, 아이고…다들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라고 연신 혀를 찼었다. 한수의 시가 얼마나 내국인의 감성을 자극해서 동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반증이라겠다.

재한 동포사회는 이제 돈도 벌고 지위도 향상됐고,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위해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은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의 눈과 귀도 이젠 많이 열렸다. 그럼에도, 아직 마음 깊은 곳에 순화(純化) 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다. 그런 DNA가 있다. '청년 경찰'이 상영될 때 "우리도 우리들의 영화를 한편 찍자"라고 많은 동포들이 외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우리의 동포문학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인간과 세계의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정서적 미적으로 바른 삶을 고양하고 이해시키며", "상상력과 감수성을 길러 수준 높은 소통 능력을 함양하며", "다양한 가치 추구를 통해 공동체의 역동성을 증진시키는" 문학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내국인들의 잠재적 DNA를 흔들어 감성 밑바닥부터의 순화를 통해 한민족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동포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이라겠다. 지난 2012년 8월, 재한동포문인협회가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발족됐다. 시로, 수필로, 소설로 우리 동포 문인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순화시키며 감성을 자극해 내국인들의 DNA를 흔들고 있다. 올해로 만 7년째, 이미 동포문학 8호를 발행했고, 한중지성인들과 시상식을 함께 해왔으며, '도서출판 바닷바람'이란 자체 출판사를 설립해서 적지 않은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또 동북아신문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에 문학코너를 만들어 육속 문학작품들을 발표시키고 있다. 이들이 창작한 문학작품이 한해에 1천 편이 넘는다는 통계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문학상도 많이 받고, 한국문단에 등단을 하거나 연변작가협회를 비롯한 기타 지역 문인협회에 가입하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동포들도 작품을 써요?"하고 놀라 묻던 내국인들이 "야, 정말 잘쓰네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우리가 같은 피란 것이 느껴져요"라고 감탄을 한다.

이제 만 7년 차를 맞아 재한동포문인협회는 올해 5월말 연길에서 연변대학 교수들과 함께 '재한조선족 문학세미나'를 갖고 그동안의 문학성과를 점검하게 된다. 또 오는 9월 초에는 한중문학포럼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1월 28일에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 동포 석사‧박사‧교수 위주로 '재한동포문학포럼'을 발족해서 장차 '동포문학연구회' 비슷한 단체로 발전시키고자 논의했다. 한국에서 석사, 박사를 했거나 교환 교수로 계시던 조선족 학자분들도 이런 네트워크 속에서 충분히 역할을 함께 할 수가 있다. 일본, 미국 같은 곳에 있는 문학 애호 학자들도 동호인이 될 수 있다. 이러면 '대림'의 '동포문학'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되어가며 완전 리모델링이 될 수 있다. '동포문학'은 디아스포라 한민족 문학영역에서 한 송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문학 고유 특성상 인간의 심리적, 문화적, 영적 측면에서 순화를 거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바램일 뿐이다. 바램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큰 숲 대림(大林)은 대림동만이 아니다. 대림은 우리 중국동포들의 브랜드이자 곧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대림이란 숲에는 돈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과 중국의 선진적인 문화가 점철돼 가고 있고, 이지적인 지성과 풍성한 감성이 교차돼고 있는 문학이 발전되어 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무형 중 점차 유형을 만들어 갈 것이다.

대림은 지금 한창 문학 리모델링 중에 있다.


리동렬
동북아신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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