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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의 생각
기사 입력 2022-01-16 20:42:52  

얼마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의 말이 남의 말같지 않았다.
“올 한해 동안 해놓은 일은 별로 없이 허무하게 나이만 한살 더 먹었구려.”

마치도 나를 두고 한탄하는 말같았다.

친구의 그 말에 공감하면서 곰곰히 나 자신이 걸어온 한해를 뒤돌아보니 확실히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바람처럼 스치고 물처럼 흘러간 것 같다.

가는 세월을 한탄하듯 얼마 남지 않은 달력이 몸부림치는 모습이 어쩐지 너무 측은해보였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현대 생활이라는 변화무쌍하고 치렬한 삶의 무대에서 생존을 위해 허위허위 숨 가쁘게 달리는 사람으로서 한해 일을 유감없이 원만하게 완성했노라고 호언장담을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가? 아무렴, 그렇구 말구. 늘 채 완성하지 못한 일들이 두루 있어서 늘 후회스레 이런저런 유감을 남기군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서뿌른 생각일 수도 있고 얄팍한 자기 위안일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사실 그렇다. 허다한 사람들이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때면 새해에는 정말 멋들어지게 일을 해야지 다짐하면서 새해 계획을 알차게 세운다. 새 희망에 부풀어 달력에 찍혀진 날자에 빨간색,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체크를 해가노라면 달력은 새해에 할 일들로 알록달록하게 표기된다. 그 달력장을 흐뭇한 심정으로 한장한장 번져보노라면 벌써 한해의 일을 다해놓은듯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년초에는 그래도 새로운 계획에 따라 정말 열심히 자기 앞의 주어진 일들을 남 부끄럽지 않게 해내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얼마 뒤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에 그만 맥을 버리고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한가지를 완성하면 새 일이 기다리고 있고 그걸 해내자고 보면 또 다른 복잡한 일에 봉착하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끓어번지던 열정이 차차 식어가기 때문이다. 그게 반복되면서 결국은 어정쩡하게 한해가 저물고 할 일은 쌓인 그대로 또 새로운 한해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니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우울해하기보다는, 나이만 먹는다고 후회와 한탄만 하기보다는 첫시작부터 너무 거창한 그림, 허황한 그림을 그리지 말고 한해 계획을 될수록 면밀하게, 자기 조건과 적성에 알맞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또 한가지, 그에 못지 않게 요긴한 것은 설사 세워놓은 계획이 어딘가 생각과 달리 전개되더라도 락심하지 말고 수시로 국부적 수정을 거치면서 순리를 따르고 낮은 자세로 모든 일에 림하면서 완강하게, 또한 겸허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길에는 평지도 있고 협곡도 있기 마련이다.

객관적인 요소도 작용하고 주관적인 요소도 작용하게 될 것이니 자신에게 알맞는 계획을 성취하되 타인이 나를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문제 삼지 말고 주눅이 들지 말아야 한다. 인간교제에서도 리해관계에 매이지 말고 그것을 초월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삶의 번민과 슬픔을 함께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하나하나의 업무 완성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리고 살면서 자신의 우점을 살리고 단점을 미봉하면서 어떠한 경우이든지를 막론하고 변함없이 자신을 신뢰하고 매일매일의 일상을 열기 있게 영위해나가노라면 그 자체가 나 자신다운 고귀한 삶이고 그 과정 또한 내나름의 떳떳한 생활로 될 것이다.

알맞는 새해 계획, 적당한 궤도 수정, 열기 있는 일상, 이것이면 족하다.

실패와 좌절이 무시로 우리를 엄습한다고 해도 두려울 건 없다. 새로운 계획에 따라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노라면 한해를 뒤돌아보는 세모에도 우리는 누구나 상응한 성취감과 한가닥 위안을 느낄 수 있지 않을가.


남명일
길림신문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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