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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인 재혼 문제, 진정어린 관심 시급
기사 입력 2021-11-29 11:39:16  

요즘 젊은이들의 류행을 많이 선호하는 로인들 사이에 ‘협의결혼’이란 재혼방식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어 인기다. 컨디션이 아직 괜찮을 적에 만났다가 불편할 때 헤여지는 혼인관계라고 해야겠다. 일찍 출국바람과 부동산 구매에 극성을 부리던 ‘협의리혼’이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어느새 ‘협의결혼’으로 탈바꿈한 느낌을 주어 주변은 갈피를 못 잡은 채 얼떠름한 양상이다.

얼마전에 한 아빠트에서 로인의 재혼문제를 놓고 두 집의 아들딸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했다. 홀로 지내던 두 로인이 우연히 무도장에서 얼굴을 익혀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였다. 로인들의 재혼에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식들이 부모들의 소원도 풀어줄겸 자기들의 부담도 덜기 위해서이다. 한나절 충분한 토의 끝의 합의점이 흥미롭기만 하다.

첫째, 결혼 후 거처는 바깥로인이 제공한다. 둘째, 생활비용은 함께 부담한다. 셋째, 잔병을 앓을 적엔 서로 보살펴줄 수 있지만 중병에 걸리면 서로 돌보지 않으며 혼인관계를 끊는다. 얼핏 보면 ‘딱딱한 백서’같지만 만년의 고독을 달래기 위한 합의는 각자의 의무와 책임은 옛날 관념을 갱신한 시체멋이 풍겼다. 서로 고독을 달래기 위한 신형의 동반자 관계는 건강하고 큰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현재 독거로인들의 재결합을 두고 수긍하는 것보다 소극적이거나 한사코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리유인즉 경제상 불필요한 손실이 따르지 않을가 저마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늘그막에 살림이 궁핍할수록 재혼률이 훨씬 낮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 60세 이상 독거로인들 가운데 40%가 재혼을 원한 데 비해 달성률은 근근히 7%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생활 계획을 세울 용기와 신심이 결핍한 데다가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결정 지을 수 밖에 없는 피동적인 처지가 로인들의 의지를 크게 위축시킨 결과이다. 보통 남성측의 혼인 요구는 한낱 마음이 맞고 밥상을 잘 챙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반해 녀성측의 조건부는 너무 까다롭다. 매달 양로금은 얼마 쯤 타야 하고 집 한채는 기본으로 갖춰져야 고려해본다는 것이다.

“늘그막에 누굴 위해 밥 짓고 빨래해야 하는가?”

안로인들 끼리 오가는 대화이다. 인간의 됨됨이를 중요시하면서도 일단 재혼의 문턱을 넘어서면 마음 한구석은 늘 재물이 다른 곳으로 혹시 새여나가지 않을가 걱정하며 살핀다. 하여 티각태각 다투는 일이 자주 생긴다. 지어 어느 한 량반은 재혼해서 10여년 함께 살다가 후처 자식의 결혼부조에 부담을 느껴 툭 털고 떠나버렸다. 오로지 나만의 안속만 챙겨 리로우면 붙어서 살고 불리하면 등을 돌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빚어진 불상사다. 평소에 눈이 맞으면 동거하는 경솔함보다 현실성을 감안해 심사숙고하는 진정성이 로년의 생활품위를 높여준다. 젊어서는 매력에 취해 살고 늙어서는 정에 끌려 산다. 예로부터 “령감 밥은 누워먹고 자식 밥은 서서 먹는다”,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고 했다. 그래서 황혼빛이 짙어갈수록 독거로인들은 이성에 대한 집착과 관심이 더 절실하고 끈끈한듯 싶다.

연길시에 옷가게를 차린 로인 잉꼬부부가 있다. 십년전 우연히 만났을 때 자식들의 거센 반발에 심히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두사람이 굳게 의지하고 받들면서 매 하루를 금싸락같이 소중히 여기며 살았다. 바깥로인이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지자 안로인이 밤을 패며 완쾌해질 때까지 병시중했고 또 자식이 갑자기 앓아눕자 량주가 열성스레 보살펴주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자아희생을 앞세운 두 분의 노력 끝에 자식들도 나중에 감화되여 모두 “아버지”, “어머니”라고 정답게 불러 집안은 사시절 봄기운이 돌아 훈훈했다. 평범한 가정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문뜩 정숙하고 이성적인 삶의 자세를 떠올리게 된다.

마음과 생명을 본 따서 만들어진 성(性)이란 상형문자 앞에서 육체는 비록 늙었어도 마음만은 본능적으로 푸르디 푸르다. 오히려 솔직하고 진지한 생활에 대한 태도가 따뜻한 생활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유조하다. 로년기 재결합은 호젓한 길목에서 잠간 만나 심심풀이 삼아 맺은 인연이 아니라 인생의 제2스타트를 다시 떼는 절박하고 소중한 만남이다.

혼약은 지켜야 떳떳하다. 사는 동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부부 사이는 어차피 짊어질 책임을 흔쾌히 수용하는 너그러움도 필요하지만 얽힌 매듭을 제때에 풀어가는 지혜 또한 중요하다. 늘그막에 서로 아픈 상처를 감싸주며 정다운 배려와 나눔이 그득한 로년의 생활은 하냥 명랑하다. 로인들 무병장수의 전제조건은 곧 가족들의 화끈한 보살핌과 친화력과 일편단심이다.

오늘날 고독에 지친 로인들의 초췌한 모습이 어쩌면 래일 우리들의 허탈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여직껏 그늘에 가려진 로인들의 재혼 문제가 가족을 비롯한 전사회의 진정어린 관심을 받을 때만이 로령화 시대의 석양빛은 더 화려하고 눈부실 것이다.


최장춘
길림신문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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