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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한국인(1)
기사 입력 2020-09-17 13:25:26  

인민일보사에서 한국 모 신문사 기자 세명의 중국 취재를 도와주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2남1녀였다. 남기자 두명은 나보다 선배였고 녀기자 한명은 나와 동갑이다. 편리상 년령순에 따라  A, B, C기자로 략칭한다.

“저하고 동갑이네요. 친구 하면 되겠다.”

녀기자 C양이 나에게 나이를 묻더니 이렇게 나온다.

“아...예...”

한국 문화상 처음 만나는 사람의 나이가 궁금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 다짜고짜 물어오는 것도 생소했고 당장 친구로 하자는 제안은 더 당돌했다. 생면부지의 사이에 동성도 아니고 이성이 친구 하자면 친구가 되는 걸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때라 그냥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구나 정도로 리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보니 C양이 말하는 이른바 친구는 동갑이란 뜻 외에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A기자는 명함에 차장대우라고 찍혀있는데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차장이면 차장이고 과장이면 과장이지 차장대우라는 직급도 있었나. 과장은 이미 거쳐왔고 차장으로 승진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런데 선임이기는 하고 그래서 “대우”라는 어중간한 배려를 한 것이였다. A기자는 셋중에 나이도 제일 많고 중국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었고 주량도 장난이 아니였다.

거기에 비하면 B기자는 술을 마시기는 하는데 되도록이면 자제하려 했고 C기자는 두 선배가 술을 마시는데 대해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다보니 저녁마다 술에 신난 건 A기자와 나뿐이였다. 저녁밥을 간단하게 먹고나면 B와 C기자는 바로 호텔에 들어가 기사를 쓰고 나와 A기자는 자리를 옮겨서 계속 맥을 이어갔다. 회사에는 위계질서란 게 있어서 보통 선배가 한잔 더 하자고 제안하면 거절하기 어려운데 이들은 처음에 약간 응하는 것처럼 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피했다.  A기자도 더 강요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다녀도 마실 술은 충분히 량을 채울 수 있었기에 별로 아쉬운 게 없다.

우리의 취재코스는 북경, 서안, 항주였다. 북경에서는 인민일보가 접대측이고 지방에 내려가면 해당 성의 기자협회에서 안내한다. 서안에 도착하니 나이 지긋한 남자분과 어린 녀자분이 마중을 나왔다. 녀자분은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데 키가 크고 성격도 활달해서 공항에서 시내에 들어가는 내내 웃고 떠들며 화제가 그치지 않는다. 그게 신기한지 C기자가 그런다.

“여기서는 초면에도 이렇게 허물없이 대화가 잘 되네요.”

“한국에서는 안 그런가요?”

“그럼요.”

자기가 북경에서 처음 만났을 때 친구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현지인의 대화가 좀 활발하다고 리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 상황은 어떻게 리해해야 할가. 북경에서 이미 피곤한 상태라 일행은 저녁을 간단히 먹고 각자 방에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서안의 첫날밤을 이렇게 맹맹하게 지나쳐버릴 A기자가 아니였다.

“우리 한잔 더 해야지.”

“암요, 어떻게 온 서안인데”

둘은 언제 친했다고 척하면 척이다. 그런데 북경에서 이미 많이 달린 상태에서 비행기에서 지치고 서안에 내리기 바쁘게 저녁 일정까지 소화했으니 이튿날에 무사할 리 없다. 하필이면 이튿날 취재는 또 교구에 잡혔다. 좋지 않은 도로상황에서 봉고차로 움직였는데 A기자는 제일 선배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이미 코를 골고 있었고 나는 제일 뒤좌석에 아예 드러누웠다. 얼마쯤 갔을가 차를 세우더니 화장실에 갈 사람들은 다녀오라고 한다. 차에서 내리는 건 나하고 A기자밖에 없다. 가뜩이나 속이 울렁거리는데다가 제일 뒤좌석이라 차도 심하게 들춰서 힘들었는데 더 치명적인 건 재래식 화장실이다. 냄새가 확 올라오는 순간 위도 급하게 반응하더니 결국엔 화장실에 많은 보탬을 하고 나왔다. 눈물이 글썽해서 차에 오르는 우리를 바라보는 C기자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술을 마신대요?”

먼저 차에 오른 A기자한테 C기자가 하는 말이다.

“너 지금 날 들어라고 하는 소리냐?”

A기자가 찔리는지 되묻는다. 둘의 대화 내용은 후에 B기자가 나한테 말해줘서 알게 되였다. B기자는 저녁 일정을 우리와 동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A기자가 선배인데 저녁에 함께 움직이며 모시지는 못할 망정 태도라도 공손해야 한다.

드디여 사연 많은 서안행을 마치고 이제 항주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나이 드신 분이 한명만 나오셨다. 도심을 지나 한참 산길을 달리더니 산중턱에 덩실한 호텔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창문을 열면 눈앞이 산이고 공기는 더 이를데 없는데 유일한 약점은 산중턱이라 택시가 없다. 지금처럼 앱으로 부르는 시절도 아니고 저녁활동을 하려면 무지 불편하다.

“수용소가 따로 없구만”

A기자가 호텔 입주수속을 마치고 내뱉은 첫마디다. 그렇다고 항주라는 곳에 와서 이 도시의 야경을 만나보지 않으면 그것 또한 큰 유감이다. 명색이 호텔이라 다 방법이 있었으니 드디여 택시를 대기시켜준다. 그렇게 해서 항주에서의 릴레이는 계속 이어졌고 C기자의 못마땅한 심상도 계속되였다.

“저 선배는 취재를 전혀 하지 않고도 기사가 나온단 말이예요. 우린 그게 안 돼요.”

중국에 대해 잘 아니까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소설 쓰듯이 작성해도 본사에서 맡긴 임무는 충분히 완성한다는 얘기다.

결국 맨정신으로 열심히 기사를 쓴 사람이나 밤이면 밤마다 열심히 달린 사람이나 일은 일대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그 셋의 힘이 모여져 나중에 중국행 기사가 책으로 출판되였고 상까지 타게 되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글 궁금이 · 방송 강설화
중국조선어방송넷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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