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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공포기억의 취약성
기사 입력 2020-05-18 12:31:50  

“죽고 싶냐? 다른 무엇보다도 생명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거라.”

“형사경찰의 본색”이란 드라마에서 조폭 두목이 한 말이다. 조폭은 정법기관을 주관하는 부시장삼촌을 뒤에 업고 부동산 시장을 장악하면서 심지어 살인까지 하는 온갖 죄행을 다 저지른다. 그런 조폭두목이 자기 신변의 부하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자리에서 호되게 닦아세운다.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다니는 조폭 두목임에도 단순 이 한마디에서만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범죄와 사악을 떠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저 말 자체는 지극히 맞는 말이고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일은 하지 말라는 부하에 대한 관심까지 부여되면서 잠시 조폭이라는 신분을 잊을 정도로 공감이 가게 만들었다.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면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통제가 되였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나라는 방역에 비상이다. 심지어 한동안 영국 수상까지 위독한 상태에 이르는 공포의 바이러스였다. 최고의 경호에 최상의 방역조건을 갖춘 한 나라 수상도 피해가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 위험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시기 의사와 간호사들이 영웅으로 불리운 것도 생명의 위험 앞에서 다른 생명을 구하는 자기 희생적인 정신에서 비롯되였다.

이런 지독하고 위험한 바이러스에 직면해 종래로 마스크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대했던 서방 세계도 마스크를 적극 권장했고 심지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가 없으면 스카프라도 두르라고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틱톡을 들여다보면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영상이나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놓쳐서 망설이다가 뒤차가 들이받는 화면을 접한다. 그럼 그렇게 무단횡단을 밥먹듯이 하고 고속도로에서 후진하는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접하지 못해서 그러는 걸가. 그보다는 그런 일이 설마 나한테서 벌어지겠냐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최근에 북경시가 버스전용도로를 차지하고 주행하는 사회차량 단속에 나섰더니 잠깐사이에 한개 지점에서 수십대씩 걸렸다. 더 한심한 건 경찰단속에 걸려서도 내가 급해서 전용도로를 좀 차지했는데 그게 무슨 그렇게 큰 일이냐는 태도의 기사가 한둘이 아니였다. 심지어 어떤 기사들은 앞에서 많이 가던데 왜 나만 붙잡고 난리냐고 오히려 도적이 매를 드는 상황도 연출했다. 이건 횡단보도에서 행인들이 단체로 신호를 위반하는 현상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신호 위반이 분명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지나가는데 나 혼자만 지키는 게 더 이상하고 심지어 억울하기까지 하다.

더 위험한 생각을 례로 들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시기에도 나타났다. 바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4월 12일 부활절전에 생산을 회복하겠다고 나섰던 게 대표적이다. 물론 주변에서 루차 경고하면서 포기하기는 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생산을 회복하겠다고 한 리유가 아주 황당했다. 해마다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여 자동차를 타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냐는 주장이였다. 웬만해서는 나올 수 없는 기가 막힌 발상이다.    

남의 얘기니까 하기 쉬운데 나도 잘나서 다른 사람의 례를 드는 건 아니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하면 여덟가지에서 십여가지의 이상 수치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민감한 혈압이라든가 혈당이라든가 간수치도 빠지지 않는다. 그럼 검진결과가 나온 한주간은 아주 조심한다. 술도 줄이고 운동은 늘리고 수치도 부지런히 확인한다. 그런데 그게 길어서 한달을 가지 못한다. 그러다가 다음해에 또 검사하고 다시 겁이 덜컥 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마실 거 다 마시고 식이료법도 뒤전으로 하게 된다. 이게 일반인들이 생명에 대한 공포 심리의 유효기간이다.

사람은 출생해서부터 부모 교육, 학교 교육, 사회생활의 이런저런 규범교육을 받으면서 그 사이 수많은 명언도 접하고 천고불변의 진리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걸 다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  “생명 외의 모든 건 다 작은 일이다”,  “회사는 남의 것이고 건강은 내 것이다”...대개 이러한 철학들이다.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해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있을가 싶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17년전에 우리는 이미 사스의 끔찍함을 경험했었다. 특히 북경은 사스 때 다른 지역보다 심한 곳이여서 교훈은 심각하건만 사람의 위험의식이란 게 지나가고 나면 그 심각성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석된다. 최근까지도 아빠트단지 입구에서 방역원들과 시비가 붙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녔다. 나 한명의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대중 위기의식이 결여된 극히 협소하고 리기적인 표현이다. 이와 대조되게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목이 간질거려도 눈치가 보여서 기침을 참아본 사람들도 많다. 세상은 이렇게 배려의식이 훨씬 지배적이여서 아름답다.

우리말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하루 아침에 뱀한테 물리고 10년동안 두레박줄에 놀란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지나친 소심함을 표현한 말인데 이 말을 바꾸어서 2003년 사스에 놀란 가슴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더 놀랐다로 표현하고 싶다.

최근에도 발생한 길림성 서란과 한국 이태원 클럽의 례는 아직도 방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경종을 다시 한번 울려준다.

개미구멍에 큰 둑이 무너진다.


중국조선어방송넷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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