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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때는 빨리 간다
기사 입력 2020-05-18 12:24:33  

원래 사흘만 쉬던 5.1절을 무려 닷새나 쉬였는데도 지나오고 나니 금방이다. 정년 퇴직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긴 휴일도 결국에는 출근으로 마무리된다. 하물며 두달씩 되는 학교 방학도 때가 되면 개학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술을 끊어본 사람은 술자리의 지루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별것 아닌 한마디에도 크게 웃고 떠들고 금방 했던 말을 또 반복하며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마신다. 그걸 맨정신으로 지켜보는 사람은 안 웃기더라도 적당하게 반응을 해야 되고 들었던 말도 꼬박꼬박 다시 들으면서 시계만 들여다 봐야 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에게 있어서는 그게 술의 매력이고 어떤 원인으로 즐거웠던 기분이 좋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무르익어가는 술자리의 시간은 언제나 빨리 흐르고 그 자리에 끼인 비음주자는 일각이 삼추다.

가끔 사회생활에 지칠 때면 텀벙거리며 발걸음을 겨우 떼는 애들을 내려다보면서도 아무 생각 없었던 저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가 주는 대로 먹고입고 매일 할 일이란 마을의 애들이랑 어울려 노는 것뿐인데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시골에서 자랄 때는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만날 흙바닥에서 뛰여다니며 놀았으니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는 건 시간과 차수의 문제다. 그래서 항상 무릎에는 피딱지가 떨어질 새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는 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빨리도 아물었다.

지금은 다 금지옥엽이라서 애가 어쩌다 한번 살짝 엎어져도 기겁을 하며 이러저리 살피느라 정신이 없지만 당시에는 애들은 워낙 그렇게 크는 거라고 여겨서 그냥 내버려뒀다. 오히려 피딱지가 거의 떨어질 무렵에 간질간질해 나면 그걸 살살 뜯어내는 것도 일종 재미였다. 그때는 그러고 자랐다.

그런데 이런 무념무상의 행복한 시간을 넉넉히 잡아 3살부터라고 쳐도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고작 5년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는 시기는 전반 인생에서 짧디짧은 5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학교는 다른 마을에 있어서 걸어다니기에는 좀 멀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학교는 원래 그렇게 다니나 보다고 별 생각 없이 다녔다. 오히려 하교길은 마을의 애들이 같이 몰려다녀서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시골에서는 지금처럼 소학교 때부터 악기 공부를 시키거나 기타 학원에 다녀야하는 부담도 없고 숙제는 더 쉬웠다. 후에 도시 중학교에 가면서 친척 할아버지네 집에서 공부할 때 보니 그 집 손녀는 할머니의 감독하에 바이올린을 배우느라 눈물을 똑똑 떨구며 고생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도시에서 태여났더면 악기 하나 쯤은 익히고 자랐겠건만 지금 다시 돌아가서 선택하라면 그래도 시골 소학교생활이 좋았다. 그런데 이 시기도 5년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은 중학시절인데 이팔청춘이라고 무수한 작가들 손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어찌 보면 제일 방황하는 시기이고 많은 선택과 희생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공부에 시간을 희생해야 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방황하고 선택해야 되는 시기다.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고 골치거리라고 생각하는 사춘기도 바로 이 시기에 든다. 이성에 눈은 떴는데 마음대로는 되지 않고 여러 면으로 오는 많은 제약을 받으며 모순 속에서 아프게 성장한다. 거기에 정점을 찍는 대학입시는 1년이란 시간을 거쳐 피를 말린다. 한국에서는 군대를 다시 가라면 기겁을 하던데 나는 중학교 시절이 그에 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제일 철두철미하게 정해진 시간표에 짜놓은 궤적 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이 시기다. 텔레비죤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고 게임은 더 사치다. 야간자습은 당연한 일상으로 여겨야 하고 과외 수업은 선택이라 하지만 결국은 필수다. 부모님들의 립장에서는 애들이 불쌍하고 덜 고생시키고 싶지만 다른 집 애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 내 아이만 풀어놓기도 쉽지 않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뭐라도 해야 시름이 놓이는 게 자식 둔 부모의 심정이다. 설령 그 결과가 아이의 미래와 상반되더라도 그 당시에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미 다 지나온 중학교 생활이라고 함부로 얘기했는데 단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지금의 학생들은 또 나름대로의 보람있고 풍부한 경력들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시기는 앞의 두 단계보다 1년이 더 많은 기껏 6년이다. 대학입시를 마치면 책을 태워버리는 학생에 원없이 게임방에만 묻혀 있는 학생, 저들끼리 려행을 떠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치렬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생각대로 되는 게 공부밖에 없다는 희한한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입시가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인 만큼 큰 압력을 이겨내야 하는 시련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비하면 대학은 그야말로 락원이다. 우선 련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려운 사춘기도 넘기고 교정에 널린 게 선남선녀다. 잘못 고백했다가 상대방에게 차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만 극복하면 무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가 드디여 눈앞에 펼쳐진다. 저녁 자습도 가고 싶으면 가고 싫으면 안 가도 되고 도서관에는 다른 목적으로 가 앉아 있기도 한다. 뭐니뭐니해도 선생님의 이 한마디 말씀이 아주 사람을 편하게 해줬다.

“지금 자네들의 시험이야 뭐 마지막 한달을 바싹 머리를 싸매고 하면 다 넘어가지.”

선생님들의 소중한 금과옥조가 많았음에도 저 한마디가 그렇게 사람을 시름 놓이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평소에도 너무 노는 같아서 공부를 좀 해야 되지 않나 걱정이 생겨날가 하면 선생님의 저 말씀을 떠올리며 어차피 놀 바엔 쓸데없는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신나게 놀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여러가지 신나는 일들은 이미 전의 위챗에서 많이 우려먹어서 이 자리에서 누누히 반복하지 않고 아무튼 이렇게 신나는 시간도 기껏 4년이다.

이렇게 해서 20년이 흐른다. 8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4분의1은 유년시절과 학생시절이라는 두 단계로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 다음부터는 이 두 단계를 고대로 거쳐야 하는 후대를 만들어야 하고 그 애가 20세가 되면 그때는 이미 인생의 반이 지나간다.

사람마다 좋은 때가 나름이겠지만 오직 나이상 좋은 때는 이렇게 어정쩡해서 지나간다. 물론 빨리 지난다는 건 바꾸어 말하면 지루하지 않았다는 얘기로도 된다.

5월도 벌써 두번째 불금이다. 아침에는 비까지 잔잔하게 내려 한결 청신한 하루였다. 가정의 달 또 하루의 아름다운 밤이다.


중국조선어방송넷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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