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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데국과 수제비
기사 입력 2019-04-24 17:03:26  

정지방 가득 오손도손 앉아 호호 불며 뜨끈뜨끈한 뜨데국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가던 그 시절 뜨데국 이야말로 솔직해서 살림살이 속내까지 훤히 비치는 과거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음식이었다. 몰론 요즘 와서 간편한 라면이 뜨데국 자리를 빼앗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감자와 파 따위를 넣고 끓인 뜨데국의 맛은 라면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뜨데국을 수제비이라고 부르고 그 어원을 학자들에 따라 손을 뜻하는 한자 수(手)와 접는다는 의미의 ‘접(接)’이 합쳐져 ‘수접(手接)’이라는 설과 수저비(水低飛)로 풀이하는 설로 나뉜다. 조선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뚝뚝 뜯어 넣는다는 말에서 뜨데국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풀이한다.

허나 뜨데국과 수제비는 지난세기에 들어와서 밀가루로 반죽하였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따지고 보면 메밀가루로 만들어진 것이다. 메밀은 비록 '밀' 자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밀과는 전혀 다른 식물 종이다. 원래 메밀은  크게 열매가 까만 메밀과 은색 메밀로 나뉘는데 조선반도 북부에서는 주로 까만 열매를 가진 쓴 메밀을 심고 남부에서는 하얀 열매를 가진 단 메밀을 심었다.  조선반도 남부의 메밀가루 색깔이 하얀 반면에 북부에서는 속껍질과 함께 가루를 만들어 빛깔은 검다. 1934년 7월 13일자 '매일신보' 기사에는 검정 메밀가루[黑麵]로 된 국수를 먹고 8명이 중독된 사건이라고 나온다. 이 기사를 보면 평양에서는 메밀 겉껍질이 붙은 채 빻은 가루로 만든 면발을 시꺼멓다는 뜻의 '흑면(黑麵)'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언어연구는 오늘날까지도 거대한 빙산처럼 수면에 드러난 부분은 극히 적고 거개가 수면 아래 잠긴 상황에 놓여있다. 뜨데국과 수제비라는 말도 빙산과 마찬가지로 수면위에서 보면 두 개의 각이한 빙산처럼 분리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면아래에서는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뭉쳐있다.

만주어사전에서는 sacu는 메밀의 하얀 가루를 말하고 deide는 메밀의 겉껍질이 섞인 까만 가루를 뜻한다. 여기에서 sacu는 우리 말 수제비와 대응되고 deide는 우리 말 뜨데국으로 대응된다. 다시 말하면 메밀이란 큰 의미의 덩어리가 언어 밑층에 잠겨 있고 뜨데국과 수제비라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마치 빙산조각처럼 수면위에 나뉘어 노출된 것이다.

메밀은 조선 반도 모든 밭작물 중에 가장 짧은 생육기간을 필요로 하므로 반도 북부 특히 함경도와 연변일대에서 가장 오래 재배되어 온 대표적인 화전작물이다. 화전으로 일군 밭에는 나무와 풀들 탄 재가 좋은 양분을 제공되어 있어 여름작물을 수확한 뒤에도 그루갈이 작물로 재배되어 왔다. 전반 조선반도 그 어느 지역보다도 경작의 일반적인 위도한계가 훨씬 높이 올라와 있는 함경도와 연변일대 거친 산악지대에서 폭설과 같은 각종 혹독한 기후를 견뎌내면서 화전민들은 메밀과 함께 악착같이 살아남아 마침내 화전 밭을 영구경작지로 탈바꿈하여 가면서 연변 촌락들이 하나 둘 일어서기 시작하였다. 뜨데국의 음식역사에는 연변 땅에서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끈질긴 살아온 우리 선인들의 눈물겨운 이민사가 오롯이 담겨있다.

오늘날 와서 열콩은 강낭콩으로 천지꽃은 진달래로 비술나무는 느릅나무로 말끔히 얼굴을 바꿔 버리고 등장하는 연변 언어풍토의 이상기후로 하여 뜨데국이란 고유의 말도 사투리 딱지가 붙어져 표준어로 고상하게 포장된 수제비 말에 밀려 그 설자리를 차츰 잃어가고 있어 그 옛날 뜨데국에서 느끼던 정취는 날이 갈수록 희석되어 가는 기분이다.

일찍 1961년 쏘련의 가가린은 지구라는 큰 우물 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광활한 우주선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지구는 푸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언어 연구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자신이 처한 시간과 공간적 제한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타자의 언어가치를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로 고정된 틀 안에 억매여 있다. 수제비와 뜨데국이란 말은 단순히 표준어와 사투리라는 그릇된 잣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두 쪽으로 갈라진 구리거울이 하나로 이어지며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옛 전설이야기처럼 두 단어를 포용하여 하나로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 볼 때 비로소 우리 언어의 간격을 좁히고 언어통일에로 나아가는 길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주어라는 명칭은 17세기에 들어와서야 불리어지기 시작한 이름으로서 결코 만주족만 독차지 하고 썼던 타자의 언어가 아니다. 만주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민족을 포함한 수많은 북방소수민족들이 함께 공유하였던 언어로서 우리 모두의 귀중한 언어유산이다. 지금 수많은 북방 소수민족언어는 치열한 언어전쟁에서 이미 그 자취가 사라진지 오래지만 연변과 함경도방언은 거세찬 역사의 파도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복잡하게 얽힌 우리 언어의 비밀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관건적인 실 머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 언어연구 시야를 폭넓게 펼쳐보여 주고 있다.


허성운
동포투데이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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