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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미학
기사 입력 2019-12-13 15:06:57  

소설이 아닌 책을 집어들었던 그날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러니깐 내 기준에서는 ‘정신없이’ 바쁜 매일에 권태감을 느꼈을 즈음이였다. 책 내용보다는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게으름 례찬》, 로버트 디세이 책이다. 저자를 공부한 건 최근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로씨야 문학 연구자이자 TV 프로그램 진행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이다. 려행기 《사랑의 황혼: 뚜르게네브와 함께 하는 려행》으로 2005년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필가상을 수상했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에서 다년간 로씨야어와 로씨야문학을 가르쳤으며 ABC 라지오 프로그램 <책과 글 쓰기>에 10년 동안 출연하기도 했다.

직장인은 시간의 노예이다. 제때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시계바늘에 맞춰 다람쥐 체바퀴 돌 듯 살다 보면 그 속도와 관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직업일수록 쉬는 날이 불편하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가만히 있는 게 불안하고 뭐가 뒤처지는 것 같다. 그래서 주말에도 멈추지 않고 일을 보충하거나 밀렸던 약속들을 억지로라도 잡으면서 갈팡질팡한다. 이 책은 어쩌면 여가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초조해하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책이다.

로버트 디세이는 빈둥거림의 미학, 무위도식에 바치는 찬가, 꼼짝하지 않은 채 모험하기 등 솔깃한 표현을 내세우면서 ‘시간의 주인이 돼라’고 강조한다. 우선 그는 왜 우리는 놀면 죄의식을 느끼는지 알려준다. 지배층이 하층민을 통제하는 수단이였던 근면성실이 오랜 습관이 돼 우리 뇌에 뿌리박혔기 때문이다. 과거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안락한 삶을 일종 직무 태만으로 여겼고 게으른 사람을 죽음으로써 벌했다.

디세이는 “로동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놀 수 있을 때 인간다울 수 있으며 삶의 생명력을 얻는다”고 조언한다. 생활의 무게에 질식되기 전에 사람을 가볍게 즐길 줄 아는 태도를 익혀야 일상에서도 령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휴가 때 편하게 쉬면서 내면을 들여다 보면 고갈됐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통해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는 처방을 내렸다. 산업사회가 근로의 미덕을 내세우면서 로동하지 않는 인간을 소외시키고 과잉생산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여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영화, 문학작품, 시트콤 등에 나오는 인물들을 인용하면서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결국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은 스스로가 인생을 즐기고 뛰여놀면서 결국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행위라고 끝을 맺는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 시간 안에서 행복을 즐기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흔히 시간과 돈을 비유한다.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휴식은 더 짧아진다.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며 즐길 수 있을 때 가장 유쾌한 사람다울 수 있다.

혹자는 젊어서 게으름을 피우면 나이 들어 가난 때문에 고생한다고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줄 때 비로소 내 시간의 진정한 주인은 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신연희
연변일보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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