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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시간은 인생의 덤
기사 입력 2018-04-19 09:07:51  

옛날이나 지금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평생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배우면서 인생을 충실하게 살았다. 이토록 평범한 사실을 굳이 다시 언급한다면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마음 먹고 다시한번 음미해보면 새삼스럽다.

동한(东汉)의 저명한 사학가인 반고(班固)의 《한서(汉书)》 식화지(食货志)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겨울이면 백성들은 집안에 들어앉게 된다. 부녀자들은 밤에 길쌈을 하였는데 한달에 45일을 일했다.”

여기서 의문 하나. 옛날 중국사람들은 한달을 30일이 아닌 45일로 획분했을가?

수당(隋唐)시기의 력사학자 안사고(颜师古)는 연구 끝에 주해를 달아 “한달 가운데 밤시간을 15일로 합산하고 추가한 것으로서 한달은 모두 45일이 된다.”고 밝혔다.

옛날 사람들은 밤시간을 덤으로 알고 리용했으므로 하루의 절반 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을 가산함으로써 한달에 15일이 첨가된 것이다. 과연 그렇다고 할진대 밤시간을 잘 리용하면 인생을 덤으로 사는 것과 다름없다.

서한(西汉)의 문학가 류향(刘向)의 설원(说苑)에 의하면 춘추전국시대의 많은 정치가들이 ‘덤’으로 얻는 밤시간을 리용해 독서에 대단히 열중했다고 한다.

《북사(北史)》의 려사례전(吕思礼传)에도 북주(北周)의 대정치가 려사례가 밤시간을 리용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기재되여있다.“전쟁과 나라 일에 힘 쓰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낮에는 정사를 돌보고 밤에는 독서를 하였는데 초가 탄 초농이 하루밤에 수되씩이나 쌓였다.”

이렇듯 옛날 사람들은 어둠을 밝히는 객관적 조건이 좋지 못했음에도 밤시간을 가볍게 보지 않고 촌음도 린색하게 쪼개여썼다.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잠 자는 것을 ‘시간과 활력, 기회의 손실’이라고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고심한 연구 끝에 발명한 것이 백열전구이다. 백열전구가 대량 생산되면서 급속히 보급되자 세상은 한순간에 바뀌였다. 해가 지면 할 일이 없어 잠자리에 들던 사람들의 라태한 관습이 사라졌다.

독일작가 괴테는 “밤이여, 낮에 잃은 것을 돌려다오”라고 웨쳤다. 낮에 흘러보낸 시간이 아까워 밤에 보충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괴테 본인은 그렇게 살았다. 밤낮으로 창작에 집념해 독일문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인간이 중년기에 들어서면 예전과 다른 이상(异常) 징조가 나타난다. 진취심이 사라지고 의욕이 저조하며 현실에 안주하면서 분발향상하려는 정신이 퇴색한다.

중년의 또 다른 특징은 세월의 가속도를 실감하면서도 밤시간만은 류달리 길어보이는 모순되는 느낌이다. 분주히 보내던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없어 자지 못했는데 중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밤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넉두리한다. 밤이면 거실에서 서성이거나 리모컨을 들고 목적성 없이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새벽을 맞는다.

생물학적인 견지에서도 그렇고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잠이 오면 달게 푹 자야 한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어찌 할 것인가? 시간랑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방도가 있겠으나 요즘처럼 여건이 좋고 편한 세월에 밤시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정신적인 삶을 살면 된다.

정신적 삶은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일상중 각양각색으로 그중 가장 플라스적인 것은 독서하는 삶이다. “이 나이에 무슨 독서냐?”하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중년들이 적지 않겠으나 실은 ‘독서의 재미’를 못 봐서 하는 얘기다. 독서를 하게 되면“아,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난 왜 이런 지식을 여태까지 모르고 살아왔지?”라고 저도 모르게 자탄하게 된다. 하나 하나를 알고 깨우치는 이쯤 되면 단순히 ‘재미’라는 차원을 넘어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리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를 하면 인류의 선철들과 만날수 있고 유명한 시인과 소설가, 력사학자들과 조우할 수도 있다. 공자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고 소크라테스와 변론할 수도 있으며 리백과 격정을 나눌 수 있고 대듀마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밤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동지섣달 긴긴 밤도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중년이 되면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년의 뇌는 가장 똑똑한 뇌라고 뇌 과학자들은 력설한다. 기억력만 다소 떨어질 뿐 판단력이나 리해력에 있어서 오히려 성장기를 릉가한다는 것이다. 독서의 최적기가 바로 중년시대라는 의미이다.

중년의 밤시간을 활용해보려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중년도 로년과 비하면 역시 황금시대이다. ‘10년만 더 젊었으면…’하는 회한 섞인 생각은 아예 집어던지고 밤시간을 인생의 덤으로 알고 활용하면서 장우단탄(长吁短叹)으로 밤을 지새우던 어제와 깔끔한 작별을 고하는 것이 중년의 명지한 처사일 것이다.


김태호
연변일보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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