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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옹이 들려준 마을의 이왕지사
기사 입력 2013-09-01 22:39:51  

화룡시가지와 50여킬로메터 떨어진 남평. 숭선, 로과, 용화와 더불어 화룡시 두만강연안의 네개 변경향진을 이루던 남평은 로과향의 일부 및 용화향이 편입되면서 지금의 남평진을 이루고있다. 남평촌은 진소재 마을이다.

남평진에 이르러 미리 대기하고있던 류호림부진장으로부터 남평촌의 년장자인 김태연로인을 소개받았다. 김태연로인(1924년 출생)은 구순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자신이 듣고 겪은 력사사건들을 똑똑히 기억하고있었다.

“남평촌은 1918년에 건립되였는데 남평(南坪)지명은 강 건너에서 애타게 부르던 ‘남편’이 번져서 남평이 된것이라고 합니다. 어느해 여름 장마로 두만강물이 불어 농사하러 강을 건너왔던 남정들이 며칠을 두고 건너가지 못했답니다. 어마어마하게 불은 물을 사이에 두고 ‘우리 남편이 무사함둥?’하고 저쪽에서 안부를 물으면 ‘우리 로덕두 편안한가?’라고 강 이쪽에서도 애를 끓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 건너는 ‘로덕’이요, 강 이쪽은 ‘남평’이란 지명을 갖게 되였다고 합니다.”

김태연로인은 남평촌 사람들은 자고로 교육을 중시했다고 자랑한다.

“내가 일곱살 때이니 아마도 1931년쯤 될겁니다. 남평촌에 향적으로 처음 향교가 들어섰는데 향교를 나온 사람들중 후날 교원이 되고 교장이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1970년대 중반 남평소학교는 전국에서도 이름이 뜨르르했습니다. 남평소학교 배구팀은 1973년, 1974년 련속 2년간 전 주 소학교 배구경기에서 1등을 따내고 연변을 대표하여 길림성 소학교배구경기에 참가하였는데 첫해에는 2등, 이듬해에는 1등을 따냈습니다. 남평촌은 또 허씨 3형제를 비롯해서 최룡관, 김응룡, 박장길 등 문인들과 중앙인민방송국의 박청죽, 김재호 등 아나운서들을 배출한 고장입니다.”

김태연로인은 한때 연변을 들썽이였던 “남평사건”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있었다.

“광복초기인 1945년 8월, 화룡 청호촌의 대지주 문덕창이 잔여세력들로‘화룡현치안유지회’를 만들고 덕화촌의 손자옥이 ‘덕화치안대’를 만들었습니다. 11월초, 덕화촌의 박재권이 중공연변위원회의 지시하에 명륜학원교당에서 ‘덕화민주대동맹’설립식을 갖게 되였는데 손자옥이 이를 문덕창에게 알렸습니다. 문덕창은 ‘일본패잔병들이 남평에 모여 반란을 획책한다’고 쏘련군경비사령부에 거짓회보를 했습니다. 이에 중무장한 쏘련군 4명과 1명의 통역이 치안유지회의 10명 무장인원과 함께 명륜학원교당을 포위했는데 ‘민주대동맹’설립식이라는 로씨야어표어를 본 쏘련군인이 누구도 총을 쏘지 못하도록 명령했지만 ‘유지회’의 무장분자들이 무차별로 사격해 당장에서 9명을 살해했습니다. 3일후 연변경비사령부의 사령원 강신태가 명령을 내려 문덕창을 체포하고 ‘유지회’를 해산시켰는데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 ‘남평사건’의 시말입니다.”

취재를 마치니 점심때다. 중심거리에 나서니 한때 보따리장사군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중심거리가 지금은 조선의 철광분을 싣고 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먼지를 흩날린다. 우리의 한단락 력사도 어느 구석에서 저 먼지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리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글·사진 김인덕 기자
연변일보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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