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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해"와 조선족에 대하여...(1)
돌팍    조회 5,073    2011.03.15돌팍님의 다른 글      
1. 어둠의 경로

영화관에 갈 수 없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주로 어둠의 경로로 영화파일을
다운받아서 보곤 한다.

헌데 갠적으로 폭력영화나 심각한 멜로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가벼운 코믹물이나
SF영화를 선호하는 관계로 다운로드를 받기 전에 검색사이트를 통해서 해당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미리 찾아 보곤 한다.

주로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대부분 "시네21" 영화전문 사이트가 맨 먼저 올라
오곤 해서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헌데 "황해"는 시네21의 평론과 별도로 조선족이란 단어가 함께 끌려 오는 것이다.
뭐지..? 웬 조선족??

지금까지 조선족이 주인공인 영화는 본적이 없었던 탓에 생경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바로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2. 첫인상과 계약의 성립

영화를 시작하자 마자 느낀 첫인상은 주인공이 멋있다는 것이다.

깔끔하고 잘생겨서 멋있는 것이 아니라 어수선 하면서도 불량스러운 패션과
까까머리... 그리고 싸움을 좀 할 것 같은 떡대에서 풍겨나는 기운이 멋있었다.

흡사 사춘기 중고등학교 때 동네 껄렁패 형들을 보면 웬지 멋있어 보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성적으로 따지만 분명히 양아치들이나 추구하는 불법적인
힘이지만 어쨓든 멋있어 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아직 남성들에게 남아 있는
원시시대의 "완력에 근거한 용사"에 대한 본능적 향수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동안 많은 조폭영화에서도 끊임없이 폭력에 대한 찬미 내지는 미학의 추구가
있어 왔지만 "황해"만큼 독특한 리얼리티는 가지진 못했다.

왜냐하면 "황해"는 한국인인 내게는 비일상적인 공간,즉 연변이라고 하는 색다른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와 관객인 나사이에 맺어져야 하는 암묵적인
계약 즉 "극적인 장치로서 본 영화의 설정을 현실로 인정함"이라는 항목에 싸인을
하기가 보다 쉬웠기 때문이다.

나는 연변에 가보지 않았고... 내가 접하는 조선족의 실재는 한국의 3D업종에 취업을
나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고향도 저렇게 어수선 하고 못살 것이라는 작가의
설정을 거부를 해야 할 다른 이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싸인을 한 것이다.

이제 계약은 성립이 되었고 작가와 감독은(황해는 감독이 대본을 썼다)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3. 상상의 나래와 몰입

일단 관객들로 부터 극적설정에 대한 동의를 받아 낸 작가와 감독은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나에게 주어진 상영시간 동안 영화에만 몰입을 하도록 하여
세상만사를 잊을 수 있는 즐거움 안겨 주었다.

택시기사에 불과했던 구남은 대한민국 경찰을 졸로 아는 살인청부업자로 변했으며
위기를 거칠 때 마다 수퍼맨처럼 강인 해 진다. 도대체 저 인간이 얼마나 더 강해
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대한민국 특수부대를 능가하는
생존력을 보여 준다.

원래 강한 캐릭터였던 면가는 구남이 생각밖으로 강해짐에 따라서 그 보다 더 강한
악역을 맡아야 하는 관계로 결국은 저승에서 온 악귀가 되어 버렸다.

면가의 강인함은 적들의 쪽수에도 결코 주눅이 들지 않으며 몇번이고 칼로 쑤셔도
죽는 법이 없으며, 손도끼로 한넘한넘의 대갈통을 내리 찍어 깨 부수고 기가질린
적장에게 이죽거리며 농담을 하는 여유까지 부리는 무소불위의 캐릭터로 성장을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줄거리다... 그래! 맞어! 무협지가 그렇지...
시간이 갈 수록 주인공의 능력은 점점 커져 가고 결국은 금강불괴가 되고 말지...

그리고 저렇게 붕붕 날아서 손도끼로 대갈통을 내리 찍는 장면은... 어디서 봤을까?
음... 맞어! 짱개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장면이었어!!!

다분히 무협소설적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영상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재미란 반드시 유익하고 건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폭력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어 하는 것은 그 관객이 잔인하기 때문도 아니다.
인간이 재미있다라고 할 때는 무엇인가에 몰입을 했을 때이다.

그래서 도박도 재미있어 하고, 게임도 재미있어 하고, 섹스도 재미있고,
수다떨기도 재미있고, 독서도 재미있고, 운동도 재미있는 것이다.

작가와 감독은 끝없는 폭력의 향연을 펼침으로서 나를 몰입하게 하였고 따라서
나는 재미있다라고 느겼다.

4. 그리고 남은 찜찜함...

영화를 재미있게 봤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개운해야 하지만 영화 "황해"의
뒤끝은 좋지 않다. 그것은 바로 감독이 영화내내 극적장치로 유지한 "조선족"이라는
테마 때문이다.

작가와 감독에게 "극적인 장치로서 본 영화의 설정을 현실로 인정함"이라는 싸인을
해 줄 때와의 예상과는 다르게 감독은 너무나 진지하고도 큰 비중으로 "조선족"이라는
테마를 나에게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3. 조선족"과 "#4. 황해"이라는 타이틀은 감독의 결정적인 오버(과잉행동)이라고
나는 본다. 좀더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사족을 덧 붙이다가 영화를 망쳐 놓았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 타이틀이 없었으면 그냥 하나의 영화 소재로 불과했을 "조선족"을
그 타이틀로 인해서 그 영화와 "조선족"이란 단어를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것처럼
만들었으며 반드시 토론이나 논쟁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한마디로 시간 때우기용 오락영화를 "이건 조선족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라고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영화적 리얼리티는 현실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저런 영화적인 상상을
할 수도 있을 정도의 개연성만 확보 할 수 있으면 그 영화는 리얼리티를 확보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다르다. 철저히 사실에 기반해야만 하고 또 그것을
요구한다. 물론 일부 제작자 인터뷰를 보면 "황해"가 실존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지만(<기사1>참조) 어떠한 특정 사건이 특정집단의 현재를 대표하는 일반성이나
보편성을 가지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한다.

참고로 조선왕조실록을 검색 해 보면 며느리와 붙어먹은 시아버지 이야기를 비롯해서
온갖 불륜들이 다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건이 조선왕조의 사회성을 대표한다라고
보기 어려운 것 처럼 일부 살인청부 밀입국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조선족의
한국행의 이유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과 같은 연쇄 살인범으로 인해서 한국사회가 연쇄살인범들로
가득찬 사회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왜 감독은 "#3.조선족"이라는 타이틀로 조선족과 영화를 결부 시켰을까?
어쩌면 이 같은 "불필요한 논쟁의 유발"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상업적인 흥행을 위해서 일 수도 있고 뭔가 다른 진지한 메세지를 던지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상업적인 흥행을 위해서였다면 나는 이해를 할 수 있다. 경찰, 공무원, 대통령까지
영화를 위해서라면 비틀고, 조롱하고, 제 맘대로 영화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선족이라고 예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조선족이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면 전라도 깡패, 경상도 깡패, 충청도 깡패,
북한 괴뢰군, 미국 양키, 일본 쪽바리가 등장하는 한국영화를 찾아 보면 수두룩 하다.

어쩌면 지금에서야 조선족이 등장 했다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고 아껴 두었다는 말도
역으로 성립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는 탐욕적이고 본능적이고 야수의 본성으로 이익을 쫒는 사회이다.
그것을 우리는 긍정적으로 자유시장경제주의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매우 공격적이고 자연발생적이다. 또한 그같은 자연발생성이
자본주의 사회의 힘이자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자유...
그 같은 특성으로 인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공격하기란 매우 어렵다.
정형화된 모습이 없고 끊임없이 변모 해 가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말은 통제의 반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엄격히 말하자면 다원주의 가치관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원성으로
인하여 적(?)들은 도대체 어디를 공격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한쪽을 공격하면
다른 한쪽에서 아메바처럼 스멀스멀 내 뒤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야기가 잠시 겉돌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볼 때 조선족 깡패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아서 흥행만 된다면 그렇게 만들 수 있고 또 누군가는 만드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얼핏 드러난다.(<인터뷰2 참조>)
나홍진 감독은 순수한 폭력을 표현 할 수 있는 매개체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조선족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을 한다.

'어떤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어떤 메세지를 담고 싶어 하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그 메세지를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는 관객의 자유이다!'

따라서 조선족 당사자가 불쾌하다면 그 감독이 그 영화를 조선족에게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무리하게 가치를 부여 하려다가 실패를 했다고
받아 들인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상업적 오락영화이면서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영화가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뭔가를 부여하고 싶어 한 것 같다.
(<인터뷰3 참조>) 한마디로 한국인에게 뜨거운 감자인 조선족을 이용 해 먹은
것이다.
왜 뜨거운 감자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원래 의도와 다르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 부분은 포기를 한다.



암튼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동족을 팔아 먹는 것이 잘못 되었지 않냐고
조선족이 나에게 묻는다면....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다!'라고 대답을 해 주고 싶다.
또한 이것이 이 게시판에 나의 관람기를 장황하게 올리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그 빌어먹을 나홍진 감독은 왜 "황해"의 뒤끝이 안좋은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그 인터뷰로 "황해"의 관람기를 매듭짓고자 한다.

-----------------------------------------------------------------------
http://www.moazine.com/magazine/list.asp?listtype=volume&subtype=viewDetail&magazineid=323&v_id=16325

Q. 그래서 <황해>에는 전형적인 카타르시스가 없다. 상업영화로서 위험 할 수도 있다.

A.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앞서 말한 다른 버젼의 엔딩들은 그 카타르시스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것은 공식이었고 나도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그게 없이도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뜨거움이 아니라 차가움으로
   영화를 마무리 짓는 것이 옳은가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지금의
   엔딩이 이 영화에 맞았다.


########################################################################
<기사1> ‘황해’는 실화였다 구남 부인 리순복씨 “살인자 남편 사랑한다”

http://news.nate.com/view/20110105n05450

이 같은 사실은 ‘황해’의 한 스태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그는 1월 4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다보니 극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픽션이 가미됐지만 구남이라는 인물은
실제 존재했던 남자"라며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내를 찾기 위해 살인청부 제안을 받고
밀항한 연변 남자 이야기는 모두 실제에 뿌리는 둔 실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남이 한국 돈 50만원을 들고 살인하러 오는 설정, 잠적한 살인청부업자
면가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구남 등은 실존 인물이
겪었던 이야기”라며 “‘황해’는 조선족들의 한국행 러시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에 벌어진 한 사건을 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구남과 달리 실존 인물은 청부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를 구상하며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한 달간 배낭여행한 나홍진 감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족의 실상을 육안으로 보고 여러 번 놀랐다.
그곳에서 이분 저분 소개를 받아 조선족을 인터뷰하며 믿을 수 없는 경험담에 경악했고
꼭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
<인터뷰2> 나홍진 감독에게 물은 '황해' 질문 20가지(인터뷰)

http://blog.daum.net/ceoclubapi/176

Q. 동시대 한국 이야기라기보다 동시대 어디에 놓아도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다.
   조선족이 아니라 멕시칸 갱이 미국에 불법으로 넘어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만큼 장르적이란 뜻인데.

A. ▶말한 것처럼 아랍 친구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다. 굳이 조선족일 필요는 없다.
    이런 장르로 은유한 것일 뿐. 조선족 취재를 하면서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순수함이랄까, 면가 역시 순수한 폭력 아닌가.

-----------------------------------------------------------------------
<인터뷰3>

http://www.moazine.com/magazine/list.asp?listtype=volume&subtype=viewDetail&magazineid=323&v_id=16325

Q. 영화가 무거운 만큼 여운도 묵직하다.

A. 엔딩을 만들며 이 영화를 남기는 길이 뭘까 생각했다. 바로 그 여운이 지금의 엔딩을
선택하는 데 큰 작용을 한 거고 작품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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