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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두머리의 룰(10)
희윤    조회 5,072    2007.02.04희윤님의 다른 글      
며칠전 취재건으로 중국 동북의 모 도시에 진출한 한국상회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쪽에서 사전에 전화로 취재요청을 해왔고 또한 해당 한국상회의 회장님은 예전부터 나와 풋면목이 있던 터라 피차간 만나자마자 수인사가 오갔다. 뒤이어 회장님은 나한테 깍듯이 자리를 권했고(소파) 나는 그가 권하는 자리에 별 부담이 없이 앉았다. 그리고 직원이 권한 커피를 마시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옆에는  몇몇 한국인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흘끔흘끔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수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분명 면목이 없는 얼굴들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는데 그중 웬 키꺽다리 하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나한테로 다가오며 "기자분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하고 호통치는것이 아닌가.  

이른바 현관에 놓은 소파에, 그것도 일렬횡대로 늘여놓은 모두 똑 같은 모양의 소파에 앉았는데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요청에 나는 금시 얼떠름해졌고 회장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것이였다. 순간  그 작자가 재차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며 눈알을 부라렸다. 그래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 작자가 왈 "언감생심 회장님의 자리에 앉다니. 여기가 어디라고!" 하는것이 아닌가. 분명 다 같은 소파고, 또한 저쪽 한쪽켠에 구리판으로 만든 큼직한 명찰을 묵직하게 올려놓고 거기에 격이 맞게 등받이가 높은 의자를 비치한 회장님의 진짜 사무상이 따로 있는데 "회장님의 자리" 라니?!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 입만 벌리고 있는데 그 작자가 다시 뇌까리는것이였다.  "여긴 회장님의 자립니다. 아무리 회장님이 권했다고 해도 어찌 거기에 앉는 법이 있어요!"  하더니 뒤미처 "이래서 조선족들은 교양이 없다니까..." 하는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내가 앉은 자리는 일렬횡대로 놓은 소파 중 가장 중앙에 위치한 자리였다. 허나 회장님이 권한 자리였고 나 또한 회장님이 청한 소님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자 순간 머리에 피가 올라왔고 인츰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던진채 자리를 바꿔앉았다. 화끈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렸다. 회장님이 인츰 그 사람을 꾸짖으며 거듭 미안함을 표시해 왔지만 부글부글 궤여오르는 기분에 더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 회장님이 저녁식사를 마련했으니 함께 나가자고 막았으나 따로 약속이 있으니 후날 다시 봅시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런 와중에도 아주 당당하게 정당방위를 한 녀석처럼 한점 부끄러운, 미안한 기색이 없이 나를 직시하는 그 충실한 졸도한테 다시 한번 눈길이 갔다. 저, 작자가 과연 우두머리를 위해서라면 칼산에라도 오르고 불바다에라도 뛰여들 녀석이 맞을가 하는 의심이 불쑥 들면서 "룰"이라는 단어가 번개처럼 떠올랐다.  

일명 우리 말로는 규칙, 규약으로 풀이되고 있는 영어단어 "룰(rule)".

그러고 보니 오늘 이날까지 그처럼 많은 한국인들과 사귀면서도 한국인들이 자리에 앉는것에 이와 같은 엄격한 룰, 우두머리의 학문을 가지고 있는것을 보아내지 못한것이 차실이였다.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깡패들만이 조직의 "위계질서"를 위해 우두머리의 자리를 따로 챙기는줄로만 생각했지 한국상인들을 이끄는 한국상인회 역시 이토록 "엄격한" 깡패(?)식의 좌석룰을 지키고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것이다. 그것도 손님이 오면 인사를 나누고 커피나 차나 마시도록 단촐하게 꾸며놓은 현관같은 공간에도 회장님의 이름을 단 좌석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엄격"한 룰, 이른바 우두머리를 위하는 룰에 참으로 감탄이 아니 나갈수가 없었다...  하긴 관청에 들어간 촌닭처럼 멋모르고 그것에 "도전"한 나 자신이 우스웠고 또한 황당하게 그 룰을 거역한 본인을 적시적으로 "타매"한 작자가 참으로 "대견"해보이기까지 했다. 더우기는 본인이 새로 취임을 했으니 좀 홍보해줍시사 요청해준 회장님이 참으로 "위대"해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한 우두머리의 룰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여러모로 고심을 하시는 회장님의 모습이야말로 요즘 "한국인들을 살릴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뿐"이라며 떠들고 다니는  한국의 어떤 "위대한" 정치인들을 떠올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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