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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선족 할아버지(2)
은행원    조회 2,120    2007.02.22은행원님의 다른 글      
모처럼 손님이 찾아와서 외식을 하고 들어오는 데 웬 할아버지 한 분이 회사 건물 출입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직원이 아닌 일반인, 그것도 노인분이 회사 경내로 들어와 있는 것이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모습이다. 누구를 기다리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빈 문을 향하여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이상하여 가만히 들어봤다. 억양이 함경북도 말투다, 알고보니 조선족 할아버지였다. 50년 전 쯤에는 무슨 조선족이라는 명사가 존재했었을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었다.

노인은 자동문 앞에서 문이 저절로 열려도 안내할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저으기 당황한 것이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노인이 한 말,

" 나 높은 사람이 아닌 디 참으로 황송하구만. 문은 안 열어줘도 괜찮아. 내도 아직은 손이 멀쩡하구만!"

문이 열리며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어서오십시오. 0000 을 방문하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 아이고! 환영할 필요까지는 없는 디. 난 돈만 환불받아서 가면 되어야. "

직원을 만나자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그 노인분이 물었다.

" 주인이 없는 것 같은 데 들어가도 상관이 없는 감? "

" 할아버지, 안녕하십니까? 할아버지같은 고객님이 이 건물의 주인이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

건물내로 들어서자 마자 할아버지가 두리번 거린다.

" 할아버지! 무엇을 찾으세요?"

" 문을 열어준 아가씨는 어디 있는 것이여? 부끄러움을 많이 타나봐. 나타나지가 않게........"

자동문이 열릴 때 녹음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문을 열어 준 것으로 알고 그 아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그 직원은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아버지가 민망해 하지도 않으면서도 쉽게 이해시켜 드릴 수 있을 것인지 한참 동안을 고민해야만 했었다.

아직까지 일제시대 떠나서 한국에 이런저런 이유로 올 수 없는 순박한 조선족분들이나 고려인들이 오래 오래 사시면서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남겨 주셔야만 그래도 그들이 우리 건강한 한민족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부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할아버지 일처리를 도와드리니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중국산 약같은 것을 사례라고 그 직원에게 주려고 하였다.

" 할아버지, 성의는 고맙습니다만 직원은 여하한 경우에도 고객님들로 부터 사례를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문 밖까지 안내를 해드리고 보니 친척인지인지 여동동생인지가 승용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가시는 교통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 조선족 노인의 여유로움이 따사롭게 느껴지고 이럴 때는 그래도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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