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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野賣買收 승차記
朴京範 조회 326 2024.07.11			朴京範님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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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06.5.3 ~ 2006.5.10 (7박 8일)
컨셉 나 홀로 떠나는 여행

洛陽逸話

5/2일

인천항 부근은 오래되고 볼품없는 평범한 시가지였다.

곧바로 第二埠頭에 가서 靑島행 선편을 구하려 했다. 설레는 여행을 염두에 두고 달려온 내게 덜컥 브레이크가 결렸다. 지금은 靑島행 배의 선상비자 제도가 중지되어 미리 중국비자를 얻지 않은 승객은 불가하다고 한다. 이제는 일본도 비자 없이 갈수 있고 미국도 비자면제를 검토 중인데 왜 중국만 까다로운 관문이 남아 있어야 할까 생각되었다. 아직은 중국인이 한국에 오면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자면제를 해주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중국 쪽에서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를 하기는 국가적 체면상 어렵지는 않나 추측도 해보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다만 威海는 종전과 같다기에 다음날 가는 威海행 표를 샀다. 여행을 위해 잔뜩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도로 집에 가기는 싫었다. 인천항 부근의 한 여인숙에 투숙했다.

아직 낮 시간이었다. 건너편 방에 중국인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방은 열려 있었다. 세 명의 중년 중국인들이 있었는데 한국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막노동을 하루 일당이 얼마냐 묻기에 5만~8만원 이라고 답해주었다. 좋은 중개인을 만난다면 좋은 돈벌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여인숙에서 일을 보는 청년도 중국인이었다.

저녁에는 부근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인천시내를 구경했다. 아직 국내이지만 지금부터 먼길을 떠난 자의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중국어를 말하는 것이 자주 목격되었다.

밤에 방에서 이승엽 프로야구 방송을 보고 잠을 청했다.

5/3

내 방은 그들의 방보다 유선방송이 더 다양하게 서비스 되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를 내 방에 초대해서 함께 중국방송을 보았다. 현재 중국은 5․1절 연휴기간이라 한다. 언제까지 연휴냐고 그에게 물어 이번 주말까지 휴가임을 알았다. 그대로 가면 내가 가서 볼일에 혹 차질이 생길까봐 우려도 되었다.

그러나 이미 발동된 여행길을 중지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휴일들도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지난번에는 평일의 그곳을 방문했으니 이제는 휴일의 분위기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정오에 여인숙의 옆집에서 점심을 사먹고 방을 나와 오후에 항구로 갔다.

所定의 절차를 거쳐 저녁에 승선하였다. 침대자리에서 하멜표류기를 읽었다. 멀리 미지의 곳을 다니던 그들의 심정이 애틋이 느껴졌다.

5/4

威海에 도착했다.

어떤 여인이 보낸 아이가 무릎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구걸했다. 한국 돈 백원 동전을 줬더니 이건 돈이 아니라고 하면서 더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받은 백원은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1元을 주고 풀려났다. 작년에는 없었는데 아마도 휴가기간의 여행객을 노린 원정 구걸 같았다.

작년 안마를 했던 여관을 갔다. 그러나 먼저 만났던 내몽고 출신녀는 없었다. 아마도 휴일기간 중 귀향한 것 같았다. 그냥 여관만 투숙했다.

曉燕의 친구 盈盈의 동생과 한국에서 통화했던 것이 생각났다. 영영의 중국번호로 연락했을 때 대신 받더니 자기는 동생 卉盈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그녀는 洛陽大學에 있다고 한다. 마음으로만 그리던 삼국지의 古都 낙양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녀는 낙양에서 만나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고 한바 있었다. 그러나 훼영에게의 전화는 안 되었다. 채팅친구 卉卉와는 전화가 되었다. 저녁에 피씨방에서 채팅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피씨방에서 기다렸으나 불발이었다.

여행사에 물으니 제남 가는 기차는 매진되었다 했다. 일단 오늘은 이곳의 풍광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일 해결하기로 했다.

행상 여인으로부터 망고라고 하는 기다란 붉은 과일을 사먹어 보니 푹 익은 복숭아 같으면서도 메스꺼운 감이 있었고 속씨가 커서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여관에서 자고 외출하고를 반복했다. 유원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찢어진 옷의 거지가 있었는데 狂人 같았다. 행상여인에게서 구운 오징어를 사먹고 과일을 사와서 방에서 먹었다. 威海에는 樂士가 없었는데 어설프게나마 二胡를 연주하는 노인에게 오원을 주었다.

해변에서 작년에 갔던 海物요리집을 찾았다. 부근을 서성이니 그들은 알아보는 것이었다. 17원 조개구이에다 13원 啤酒를 더해 30원어치를 해변을 바라보며 마셨다.

여관 모서리의 창문두개 있는데서 잠을 잤다. 모서리의 방이라서 비싼 것 같았다. 80원이었는데 시설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쌌다. 50원짜리 방을 들어갈 것을 잘못 판단했다. 작년에 대만여인이 추천한 것을 멋모르고 따른 탓이었다. 밤에 불을 꺼도 바깥의 불빛이 들어왔다. 연인끼리라면 괜찮을 방이었는지도 몰랐다.

5/5

아침에 마땅히 식사메뉴를 정할 것이 없어서 다시 어제의 해물요리집서 같은 메뉴를 사먹었다. 그들은 내가 근처에 가니까 또 알아보는 것이었다.

시내를 걸어, 제남 가는 고속버스를 타러 시내버스 타기 爲해 버스정거장에 있는 한국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溫麵)을 시키고 조선족인 듯한 작은 여종업원에게 어떤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지 물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왔다. 고속버스 표를 사고 기다렸다. 근처의 매점에 내가 모르고 가지고 있는 자전에도 없는 글자(㭁)가 있었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에게 글자를 물으며 대화했다. 택시도 없어 오토바이로 영업을 하는 사람이 한자를 아는 게 신기했다. 그곳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세발 소형택시 女운전사와도 대화했다.

오후 한시 반에 승차해서 8시반까지 위해에서 제남으로의 長長 여행에 올랐다.

차내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도중에 휴게실은 두 번 들렀다. 옆자리의 군인과 동행했다. 내가 한국에는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한다고 말하고 중국의 사정을 물으니 중국은 인구가 많아 모든 청년이 군대 갈 필요가 없음을 확인했다. 도로에는 많은 각종의 차들이 있었다. 그는 한국의 자동차회사를 안다고 했다. 중국에는 자동차 회사가 많다고 한다.

첫 휴게실에서 멀리 본 불쑥 솟은 돌산은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볼만한 광경이었다.

밤이 되어 제남 터미널에 도착했다. 근처에 있다는 기차역은 찾지 못했다. 어둠속에 비가 내리는 어수선한 거리만 펼쳐 있었다. 머리를 깍은 조폭 같은 남자가 타라고 하며 택시에 타서 앞자리를 권했다. 그런데 그는 계속 여관이야기를 했다. 나는 작년에 갔던 작은 여관을 생각했기에 여관은 정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짜증내며 돌아갔다. 호객하는 자들을 피하여 세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산동대학 老校로 갔다.

작년에 왔던 華鑫旅館에 숙박했다. 카운터의 소녀는 나를 알아보았으나 객실에 일했던 소녀들은 없었다.

여장을 풀고 옆에 있는 큰 식당으로 갔다. 검은 떡과 같은 것인데 평소 식당의 음식을 남기지 않는 나도 양이 많아 다 먹지를 못했다. 비주 5월을 합해 불과 17원인데 간단한 식사만 하는 손님에게 종업원은문을 열어주는 등 매우 친절했다.

5/6

아침에 일어나 산동대학 老校로 갔다.

老校의 기숙사에서 효연이 있는 방을 물었더니 여사감은 지나가던 영문과 여학생을 소개하고 그녀더러 알아봐 달라고 했다.

영문과 학생과 걸으며 얘기중 대학원생은 신교에 있으면서 노교에 강의할 가능성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신교를 걸어서 찾아가기로 했다. 사실 신교도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신교에 가서 효연을 찾아다녔다. 구내에는 호텔 같은 학생숙소도 있었다. 한국유학생도 만났으나 대학원생을 연구생인라고 하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기숙사를 다니며 묻던 중 한 남녀 커플이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와 함께 돌아다니며 찾기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결국 신교에서는 못 찾았다. 나는 구교로 다시가면 된다고 하며 그들을 보냈다.

숙소 쪽으로 와서 어제 갔던 식당을 찾았다. 오후 세시라 식당은 쉬는 시간인 듯 남자종업원들은 한 자리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얇은 두부와 베이컨이 섞인 국물 있는 음식을 시키게 되었는데 국물을 마시려 해도 그릇이 너무 컸다. 역시 도저히 다 먹지를 못하였다.

다시 노교로 가서 연구생 숙사를 찾아보았다. 한 棟에서 묻고 다시 다른 棟을 찾아가던 중 일층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있는 여학생에게 물으니 그곳도 연구생숙사라 한다. 그녀에게 효연을 아냐고 물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張存 학생은 현관으로 오라고 하여 현관에서 그녀는 나의 이야기대로 사감에게 물었다.

그녀는 매우 친절했다. 자기 기숙사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어려운 것 있으면 물으라 했다.

안경을 쓴 둥근 얼굴에 아담하고 복스러운 몸집의 여성이었다.

“졸업하고 뭐할래요?” 나는 그녀의 앞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리려고 물었다.

“모르겠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여기오니 산동말과 표준말과 다르더라고요.”

“저는 普通話를 말해요.”

舍監에 의하면 효연은 대학원에 있긴 하지만 기숙사에 없다고 한다. 다만 효연과 동금생인 韓淑이 오후 다섯 시에 오니 그녀가 오면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왔다. 그녀 또한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번역 등 다른 목적을 말하자 무엇하러 온 거냐고 분명히 말하라고 다시 물었다. 내가 효연이 친구와 효연이 친구의 남자친구 등을 알지만 얘기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하자, 효연이 남자친구요? 하며 어이없어했다. 정서적 분위기 파악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실질적인 해결은 안 되었다. 내가 있는 여관을 묻고 연락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할 수는 없었다.

5/7

老校 기숙사로 갔다.

張存을 찾아 만나고 싶었다. 사감은 왜 다른 여자를 찾냐고 의아해하며 마지못해 전화를 걸어주었다. 그녀는 없다고 한다.

가는 중에 어제 본 핑크빛 얼굴의 여성이 아는 체를 했다.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얘기했다. 그녀의 사장인 남자가 함께 있었다. 상해에서 왔다고 한다. 여자는 제남 사람이지만 상해에 가서 일하고 있고 남자는 상해 사람이라는데 한눈에 제남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는 중국어는 동음이의어가 많아서 어렵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정보화시대에는 오히려 유용함을 말해주었다.

영어는 모든 단어를 소리로 구분하여 편리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동음이의어는 댜화할 때에는 정황으로 파악될 수 있다. 정보화시대에는 음성언어보다 축약이 가능한 중국어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기숙사 방문하고 돌아와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더 많은 시간을 얘기했다. 중국인은 애국심이 덜하다는 말에 나라의 크기에 반비례하여 애국심의 밀도가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으로 왔다. 점심으로 닭도리탕 같은 것을 더 잘게 썰은 것을 먹었다.

여종업원은 서서 서빙을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물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따라주었다. 먹는데 빤히 보고 있는 게 어색했다.

작은 여자가 얘기를 걸었다. 나는 당신들이 작아서 중학생나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는 그 나이지만 학생은 아니라고 했다. 왜 학교를 안다니냐 돈이 없냐 묻자 부모가 이혼했고 남동생하고 둘인데 자기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사천성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내가 혼자이고 능력이 부족해 결혼을 못한다고 하자 그런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서 같이 친구가 되자고 했다.

그러자 그제부터 접대를 했던 웨이터가 와서 중국어 발음 도와주게 대학생을 소개해 준다고 했다. 내가 좋다고 하니까 공작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나왔다가 마음에 걸려 다시 들러서 그 학생이 날 만나고 싶으면 좋겠지만 일부러 일을 하러 올 필요는 없다고 하니까 편하게 온다고 해서 아홉시 약속을 확인했다.

버스정류장에서 한 여인이 자기 남편이 도망갔다고 아이를 데리고 구걸했다. 大哥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저쪽에서 아이를 땡볕에 내놓는 여자가 있다고 말하며 아이를 구걸에 이용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오원을 주었다.

버스를 타고 大明湖를 가려 했으나 입장시간이 지났다. 제남광장을 들렀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페인 풍 춤을 사람들 사이에서 하고 있었다. 이곳 또한 산동대앞 성당광장 이상으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인민으로 가득 찼다.

저녁9시에 식당에 갔다. 웨이터하는 학생을 만나서 산동대학으로 갔다. 한 여학생이 나왔다. 3이서 돌아왔다. 오면서 대화했는데 그녀가 옆의 학생을 지칭해 “그는…”이라고 말하길래 한국어 대화에서 옆에 사람을 놓고 그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2층 별실에서 식사를 했는데 이미 從業이 된 상황이라 우리만 있었다. 우리 셋과 낮의 사천성 아가씨였다. 나는 내가 식사 값을 내려 마음먹고 있었는데 많이 나오고 있었다. 서빙하러 서있는 그녀에게 앉으라고도 했지만 앉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먹다가 그녀가 친구와 같이 가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나는 남아있기 어려워서 같이 나왔다. 가면서 식사값을 내려 하는데 이미 불이 꺼지고 영업시간이 끝나 있었다. 그대로 나오자 나는 공작료를 생각하고 남학생에게 100元을 주려했다. 그러나 한사코 안 받았다. 나는 예상 못한 상황에 놀랐다. 학생들이 가고 남아있는 아이에게 30원이나 주려 했으나 그녀도 안 받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어린 근로청소년들이 돈에 초연하는 것은 자그마한 충격이었다.

5/8

드디어 평일이 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아직 분위기가 안 되었다. 韓梅교수는 없었다. 학교에서 일을 보기는 포기했다. 어제만난 왕효진학생에게 전화했다. 효연은 찾아봤으나 없고 학교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찾아온 것에 意義를 두고 제남을 떠나기로 했다.

서훼영에게 전화했다. 낙양에서 만나줄 수 있다기에 드디어 이번 여행은 삼국지를 읽으며 동경했던 ‘꿈의 도시’ 낙양 땅을 밟아보는 것으로 의미를 삼기로 하고 출발했다.

여관을 퇴방했다. 식당에서 남학생과 소녀를 만나 책을 주었다. 원래는 남학생을 통해 왕효진에게 주려 했으나 소녀가 시집을 원하기에 시집은 소녀에게 주었다.

기차역에서 낙양가는 표를 샀다. 다시 제남동역으로 가야 했다.

연휴가 끝나고 얼마 안 된 시기라 곧 출발하는 차는 좌석이 없어서, 61원(元)짜리 입석을 타고 오후 한시에 출발하여 자정에 도착예정으로 장장 열한 시간의 장도에 올랐다. 기차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 유비(劉備)가 한 때 다스렸던 서주(徐州)를 돌아가는 통에 강소성(江蘇省)과 안휘성(安徽省)까지도 거쳐 가게 되었다. 그 전까지 중국은 산동성 말고는 가보지를 않았고 이번에 처음 하남성(河南省)까지 방문한다 생각했었는데 벌써 4개성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비록 그 땅을  밟지는 않았지만 역에서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산동성과는 다른 분위기를 알려 노력했다. 남방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니 조금이라도 달리보였다.

다를 알려진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끝없는 평야의 연속은 경이로움이었다. 태산(泰山)으로 미루어지는 한 산을 멀리보고 난 후에는 한없이 이어지는 평원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평원에 묘지가 있는 진풍경도 보았다. 주변에 야산마저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밤늦게 열두시가되어 낙양에 도착했다. 산동성과는 또 다른, ‘오리지날 핵심 중국인’의 지방이라는 선입감으로 그 느낌이 달랐다.

첫 여관은 외국인을 거절했다. 호객하는 안내하는 여인을 따라 다음여관에 투숙했다. 먼저여관에 웃도리를 두고 온 것을 발견했다.

5/9

5월 9일 아침 아홉시에 숙소에서 나와 훼영에게 전화했다. 약속장소에서 조금 기다렸는데 안 오기에 길을 건너가니 때마침 오는 그녀가 나를 알아보았다. 나도 그녀의 언니 영영을 만난 적이 있었기에 그녀를 알아보기는 쉬웠다.

식사를 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학생인 그녀에게 마음껏 베풀고 싶었지만 자칫 여비가 떨어지면 치명적인 상황에 처할 사정 때문에 그녀에게 신세를 질수밖에 없었다. 우선 돌아가는 기차표를 사려 역에 갔는데 내일 아침 가는 입석밖에 없었다. 다른 방도를 궁리하려다, 모처럼 만나준 그녀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돌아갈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제안에 따라 그녀의 학교인 낙양대학에 가보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는 어느 곳이든 낙양이란 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넓은 평원의 넉넉한 대지에 자리 잡은 낙양대학을 돌아보고 캠퍼스내 호수를 보았다. 학교시설은 좋은데 훼영은 자기의 학교가 삼류대학이라고 말하며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공부안한다고) 종종 화를 내신다고 한다. 그녀는 인근 ‘省立대학’인 산동대학을 간 언니만큼 공부는 따르지 못한 것 같아도 언니도 가진 명랑한 친화력은 그 이상으로 가진 듯했다.

그녀는 상업영어를 전공했다기에 중국어가 부족한 나는 영어로 대화했는데 가끔 평이한 말을 그녀가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버터를 바르지 않은 건성(乾性)의 내 영어발음이 문제가 있는 걸로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고백하기를 영어발음을 제대로 들려줄 외국인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필리핀 사람이 영어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녀가 하는 영어는 필리핀영어인 것이었다.

부근에 나가니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신도시를 개발하는 곳이 있었다. 체육관을 가리키며 그녀는 밤에는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것은 내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낙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걸맞게 운치 있는 고성(古城)을 보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전에도 낙양은 명성에 맞지 않게, 볼만한 유적은 그다지 없다는 말은 들었다. 동탁(董卓)이 서안(西安)으로 천도하면서 성을 불태웠기에 가치 있는 고성이 별로 없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제남은 두 번이나 왔는데 북경(北京)은 기회도 있었지만 굳이 서둘러 가보지는 않았다. 유명한 상해(上海)도 가보지 않았는데, 제남과 낙양만을 와 본 것은,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다 가는 붐비는 곳을 따라가기 꺼려하는 기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 나는 신도시보다 구도시(old city)를 좋아한다고 내 이런 생각을 말했더니, 내 나름의 철학까지 짐작하기 어려웠던 그녀는 같은 낙양 내의 구시가지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바라던 바였으니 굳이 그녀에게 내 본래의 말뜻을 정확히 알려주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전화로 불러낸 친구하나가 더하여 셋이서 동행했다. 훼영의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하북성(河北省)의 남자친구가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기대했던 고대의 성곽은 아니고, 다만 이제까지 본 것이 낙양의 ‘강남’이었다면 이제는 ‘강북’이었다. 낙양 구시가지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1930년대 풍의 도시였다. 시장의 맨 끝에 보이는 회색 성벽이 볼만했다.

여섯시에 역으로 돌아와서 그녀들에게 여관 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남은 시집하나를 주고 헤어졌다.

저녁 여섯시쯤에 역으로 돌아와 그녀들과 헤어지고 혼자 돌아갈 방도를 구하였다. 청도(靑島)로 가는 기차표는 내일 아침 5시반 출발의 85원짜리 입석만 있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무조건 사고 보았지만 생각하니 아찔했다. 제남에서 오던 차는 65원이었으니 그보다 더한 거리를 가야할 것이고 게다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내일 늦게 청도에 도착해서 그날 돌아가는 배를 타지 못하면 또 이틀 정도를 그곳에 묶여 있어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역광장에 앉아 있는데 북경, 상해 등지를 간다는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청도를 간다는 것도 있었다.

혹시 총알택시는 아닌가 하고 그들에게 물어봤더니 고급고속버스의 명함사진을 보여주었다. 가격은 220원이라 했다. 비행기에 버금가게 비싼 것이지만 그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기차표를 물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차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정해진 장소에서 기다리다 버스가 오면 곧 간다고 하기에 그들과 함께 기다렸다. 다른 동료들도 있어 보이지만 두 여인이 일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여덟시가 되자 두 여인은 나를 데리고 택시를 잡아타고는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었다. 정식으로 정류장에서 타는 게 아니고 고속도로 중간에서 잡아타는 것임을 그제 알았다. 앞자리에 한 여자가 앉고 뒷자리에 나와 함께 앉은 여인은 내게 차비 300원을 내라고 했다.

그러자 조금 불안해졌다. 그것이 그녀들의 소개비일 것이니 거기다 버스비까지 더 쓰면 정말 여비가 부족한 사태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보다는 내가 모르는 곳에 낯선 자들에게 이끌려 가는 것부터가 불안했다.

고속도로에 내리니 그녀들이 택시비를 내고 내렸다.

날은 어두워지고 가랑비는 내리고 있는데 도로변에 내린 후 여인들은 그 아래 질퍽한 언덕을 내려가자고 인도하는 것이었다. 무슨 군사 작전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두렵고 한심한 것이었다. 내려와서 다시 앞에 가로지른 고속도로를 건너는 것이었다. 차는 많지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불빛을 확인하고 서둘러 건너 중앙분리대에 도달하고 다시 살펴서 건넜다. 평소에 시내의 밤거리를 신호위반하고 건너기도 께름칙해 하는 소심한 나에게 그것은 대단한 모험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렇게 또 한 번 고속도로를 건넜다. 정말 이 여자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생각되었다.

가랑비가 계속 내리는 중에 우리는 위에 다른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아래쪽에 서 있었다. 가로등이 켜 있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위에 지나는 도로에 가려서 컴컴했다.

내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한 여자는 서있는 내가 혹시 뒤편 경사진 언덕으로 넘어질까 걱정하는 듯 손을 내 등 뒤에 들기도 했다. 제남에서 점퍼를 모르고 여관에 두고 왔기에 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춥지 않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비가 오니 조금 쌀쌀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차는 안 왔다. 나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수고비를 어떻게 달라 할지가 가장 불안했다. 300원 말고 200원 정도로만 깎을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건데 그걸 사정하고 설명하기에는 내 말 실력이 부족했다.

그녀들은 이제 곧 차가 올 테니 돈을 달라 했다. 그녀들이 “게이(給) 쳰(錢), 빠(?)쳰” 하니까 불안했던 내게는 그것이 천원이나 팔천원을 달라는 것으로 들렸다. 내가 (여비가 부족할 수 있어서)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녀들은 화가 나서 더 크게 소리쳤다.

겁이 나는 중에도 다시 얼마냐고 물으니 300원이라고 해서 마치 빼앗기는 듯한 기분으로 300원을 주었다.

그때 웬 건장한 남자 둘이서 위의 고속도로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내려온 그들은 내게 담배를 권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욱 겁을 주었다.

그들 넷은 내가 준 돈을 핸드폰 조명으로 비춰보며 위폐인가 샅샅이 살펴보았다. 여럿이 주고받으며 돈을 나누는 것 같았는데 마치 먹이를 보고 몰려 달려드는 하이에나가 연상되었다.

고속도로가 위에서 가로질러 가는 이곳은 매우 컴컴했다. 저 앞쪽에 있는 고속도로 출구 옆에는 공장 같은 곳이 담장을 둘러서 있었다. 이들은 남자 둘 포함 4명이지만 나는 혼자였다. 바삐 지나가는 차들만 있을 뿐이지 누구도 우리를 보지 않고 있다. 나는 핸드폰도 없으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누구도 모르며 지금 알려줄 수도 없다. 그야말로 절대약자의 신세다. 불미한 일을 당하는 상상도 할 수 있지만 이들이 나를 버리고 가도 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이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되고 만다.

계속해서 차는 안 오고 불안이 더해져 두려움과 공포로 이어지자 나는 결단했다. 300원은 뜯긴 걸로 하고 저쪽 공장 경비실에 가서, 이런 일을 당했으니 시내라도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나는 어두운 곳을 벗어나 출구 쪽의 환한 길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그들이 불렀다. 여인들이 따라왔다.

나는 상관없다. 그냥 가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들이 더욱 크게 부르자 마음이 돌려졌다. 여인들만 오자 나는 자리에 멈췄다.

그녀들은 말하길 우리는 좋은 사람이다. 겁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차를 타고나면 더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니 나는 마치 잃었던 돈을 찾은 기분이었다.

내가 저 남자들은 왜왔냐고 묻자 한 여자는, 저 중 남자는 나의 남편이고 아이 아빠다. 저들은 우리를 데려다주려 온 것뿐이라고 했다.

내가 우리는 밝은 데서 기다리고 남자들은 원래자리에 그대로 있게 하고 차가 어두운 쪽으로 오면 내가 뛰어가서 타겠다고 하니 그녀는 동의했다.

내가 말 실력이 부족하자 그녀는 나와 글로 보조하며 대화했다. 그녀가 모든 사람은 出門이 있다고 말하기에 내가 글자는 쉽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서 나중에 사전을 찾아봐야겠다고 하니 그녀는 ‘당신이 내게 오면 내가 당신에게로 갈 때가 있다’고 하며 자기들은 손님을 잘 대해주고 신용을 지켜야 함을 알고 있음을 강조했다.

도중에 어떤 차를 보고 기다리던 그 차로 알고 뛰어가니 그녀는 자기들이 타라고 할 때까지는 서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부용파(不用怕)!”,“부용지(不用急)!” 두 가지 말은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도 다소 긴장을 풀고 그녀에게 화답했다. ‘돈 벌기는 어렵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한 일의 업보가 있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했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 의심은 남아 불안을 떨치지는 못했다.

차는 마침내 왔다. 지옥에서 천국을 온 기분이었다. 멀리 피해있었던 남자들도 와서 나를 전송했다. 그들에게 미안하다고까지 말해주고 올라탔다. 서안에서 청도로 가는 침대버스의 빈자리를 연락받고 도중에 손님을 소개해 태우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아마도 버스회사와는 무관하고 버스승무원과 結託하여 수익을 나누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불안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상적인 상황으로 들어오니 해방의 기분을 맞이했다. 침대 위로 올라타고 그토록 어렵게 여겨지던 청도행을 밤새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

외국을 여행하면 강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바가지 쓰는 위험 조심하라는 경구는 흔하다. 게다가 중국 사람은 한국 사람을 대체로 돈이 많다고 볼 것이니 충분히 그런 의심을 가지고 경계할 만하였다.

그런데 그전에도 느껴왔지만 중국에서 식당이나 택시에서 혹 바가지를 쓸까 염려했던 것은 번번이 杞憂였었고 오히려 (사정이 넉넉지 못할)여관이나 식당의 청소년 종업원 혹은 학생들도 정해진 것 이외의 돈을 주려 하면 사양하는 것을 겪었다. 고속도로에서 그처럼 음성적인 험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자기철학을 가지고 살며 정당한 것 이외의 돈을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은 적어도 글을 아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기본소양과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나 추정할 수 있었다. 한국 등에서는 지식인의 전유물이라며 경원하기도 하는 한자를 모두들 일상어를 위해 사용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생각되었다.

꿈에 집안에 전열기가 타고 물이 넘치는데 끌 수가 없었다. 두꺼비집을 내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깨고 나니 그것은 잠결의 車소리였다.

5/10

청도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 천리교 전도인이었다. 함께 시장과 부근을 구경했다.

오후에 승선 했다. 피로 때문에 목욕을 저녁에 두 번 아침에 한번 했다.

보통 주택을 배경으로 하지만 환타지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주인공인 내가 王女를 얻으려 모험하여 성공하는 꿈을 꿨다.

5/11

인천에 입항했다. 오후에 집에 왔다. 마침 처음 전화를 거는 지인이 있었다.

다시 일상에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잘 안 잡히지는 않는다.

요즘 인터넷에는 중국 지방이 과거 한국의 영토였다는 주장을 하는 게시물을 흔히 본다. 비슷한 주장은 그 전부터 많았지만 물론 아직 야담(野談)일 뿐이다.

그러나 고대에 한중은 서로 엇비슷한 세력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가치가 있다. 그러다가 점차 중국의 세력이 강해져서 오늘날과 같이 되었다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인의 아메리카 인디언학살 같은 방식이 아니라 단지 ‘한국민족’이 인접한 중국민족의 생활방식에 동화되어 간 것이다.

그 근거를 들면, 먹는 것을 보면 한국은 담백하고 중국은 기름져서 중국인은 한국음식을 먹으면 너무 빨리 꺼져버려 허전하다고 한다. 반면에 웬만한 중국음식 한 끼는 한국인은 하루 종일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평소에 힘을 더 많이 쓰는 쪽이 이길 수밖에 없다. 언어도 한국은 조용하고 중국은 목소리가 큰데 ‘목소리 큰 자’가 생활력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언어구조도 한국어는 주절주절 늘어지지만 중국어는 규격화되어있어 타지사람이 금방 익히고 동화될 수 있다. 마치 현대에 이르러 서양식의 생활방식이 동양식을 압도해갔듯 고대에는 중국식의 생활방식이 한국식을 압도해 나갔고 그러다보니 중원을 모두 접수당하고 한국식의 생활방식은 북방일부와 남방오지에 흔적이 남고 한반도에서 그나마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생활방식이 비록 고대에 경쟁력에서 밀려 위축되었지만 오늘날 이렇게 한반도에서 생생히 남게 된 것은 앞으로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기위해서인가 그 의미를 우리는 신중히 깨달아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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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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