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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사 5
빨치산    조회 3,546    2006.12.20빨치산님의 다른 글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그 해방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입니까. 어떤 힘이 작용하여 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가게 되었습니까. 이 문제는 해방전후사의 올바른 인식과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지난 50년간 역사의 진실이 그토록 완강하게 외면되어 왔던 것일까요. 우리 한국의 지성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무대로 전개된 전쟁의 역사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 잘 아시는대로 1931년 일제는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에 괴뢰국을 세웠습니다. 1933년에는 북경을 중심으로 한 화북지방에 또 하나의 괴뢰정부를 세웁니다. 1937년에는 드디어 남중국을 포함한 중국 전 연안에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중국과의 전면 전쟁을 벌입니다. 나아가 1941년 12월에는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미국을 상대로 한 아시아ㆍ태평양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 일련의 전쟁을 가리켜 일본사람들은 15년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일제는 무엇 때문에 15년 전쟁을 벌였을까요. 전쟁으로 대략 500만 명에 달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중국인들의 피해는 그것의 몇 배를 더 능가합니다. 대략 2천만 명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일본의 경제는 여타 선진국과 달리 고도성장 중이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해외수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일본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축통화로서 미국의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본이 미국과 무엇 때문에 승산도 없는 무모한 전쟁에 돌입하였을까요. 그것은 인간 이성으로는 다 설명될 수 없는 역사의 수수께끼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숨김없는 사실은 우리 민족은 아시아와 태평양의 헤게모니를 두고 일본이 미국과 벌인 전쟁 덕분에 미국에 의해 해방되었다는 것입니다. 1945년 8월 8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습니다. 그 비극의 현장에 우리 조선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어 나가사키에도 원자폭탄이 떨어졌지요. 그렇게 원자폭탄의 세례를 받고나서야 최후의 1인까지 본토를 사수한다고 결의를 다지던 일제는 드디어 항복을 선언하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이지요.

국제정세에 밝은 독립운동에 종사하신 분들은 그러한 일제의 종말을 미리 예견하였습니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함석헌 선생은 성서의 표현을 인용하여 해방이 도적같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하였지요. 국제정세에 누구보다 밝은 하와이의 이승만 박사도 일제가 패망한 소식을 듣고 넋이 빠진 듯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부인에게 “여보, 우리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미국이 일본 제국주의를 해체시키는 통에 해방되었습니다. 우리 힘으로 해방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다소 속이 쓰리더라도 이 점을 냉정하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에서 응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해방전후사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진정한 출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방과 분단과 건국의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큰 혼란이 빚어진 것도 이 점을 명확히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현대조선역사』(1983)란 책을 보면, “조선의 해방은 김일성이 조직 영도한 영광스런 항일무장투쟁의 승리가 가져다 준 위대한 결실이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김일성 연구에 의하면 중국 공산당 산하의 항일연군에 중대장급 지위에 있던 김일성과 그의 부하 50여 명은 일본 관동군의 추격을 받자 1941년 연해주 소련령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살았습니다. 김정일이 출생한 것도 바로 그 곳이지요.

김일성이 귀국한 것은 1945년 10월입니다. 전쟁이 끝나기 얼마 전 스탈린은 연해주의 김일성을 모스크바로까지 소환하여 그가 장차 북한에 세워질 자신의 대리정부의 책임자로서 적격인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면접을 보게 됩니다. 스탈린은 김일성에 만족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일성은 소련군과 함께 소련군의 배를 타고 해방 두 달 뒤에 원산항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실이 엄연히 이러함에도 북한의 역사책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이 조선을 해방시켰다고 쓰고 있는 것은 그 사회에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없고 위선의 전제권력이 군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을 돌려 한국의 고등학교용 『한국근ㆍ현대사』라는 검인정 교과서를 봅시다. 가장 시장점유률이 크다는 금성사 출간의 교과서를 보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광복을 가져다 준 것은 연합군의 승리였다.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2005년판, 253쪽). 여기서는 북한과 같은 심각한 날조는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해방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랬던가요. 우리가 바라는 방향은 무엇이었던가요. 이런 이야기가 정부가 검인정한 교과서에 버젓히 적혀 있음을 보면서, 솔직히 말해 저는 남한 역시 북한에 못지 않은 위선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에 관해선 곧이어 분단의 책임을 묻는 대목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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