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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괴상망측한 일이다!(2)
오리 조회 1,950 2007.03.17			오리님의 다른 글

옛날 고종 황제의 아명이 개똥이라고 하였던가. 그리고 조선의 왕 이름은
흔한 글자로 된 것이 아니고 한문 사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일부러 골라 이름을 지었다 한다. 백성이 함부로 쓰임에 그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고 고귀함을 내포하는 상징성도 지녔다고 한다.

나의 고향 마을에도 이와 비슷한 예가 있다. 바로 앞집에 사는
개똥이네 삼형제 이름이 모두 똥이다. 친구는 개똥이 두 동생은 말똥이
쇠똥이라 부른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아니 부르지만 술좌석에선 가끔 부르곤 한다.
위로 태어난 자식들이 일찍 죽자 아명으로 그렇게 지었다 하는데 모두 건강하다.

어제 저녁 일이다. 중국동포 사이트 채팅방을 자주 찾아가곤 하였는데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하다가 의례적인 짧은 글을 받았다. 그런데 상대방 아이디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기분이 좀 언짢았다. 아이디가 [한국넘]이었다. 좋은 아이디
다 두고 아직 이쁜 여자의 아이디가 왜 하필이면 [한국넘]이란 말인가.

아이디를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답 글을 보냈다. 곧 바꾸겠다고 하였다. 자신의 얼굴 자신의 또 다른 분신 아니 자신의 모두를 나타내는 것이 이름이다.
이름을 스스로 지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개가 낳아주신 부모나 선조가 지어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 이름 하나 하나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바람이 가득 담겨 좋은 내용이나 커서 감당키 어려운 훌륭한 뜻이 담겨져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터넷에 이름 즉 아이디라는 것을 대개는 지니고 있다.
사이트마다 아이디를 요구하니 요구하는 아이디마다 모두 틀린 아이디가
필요하다면 아마도 아이디를 별도로 기록한 수첩을 지니고 다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아이디를 스스로 짓는다는데 있다.

자신의 이름은 자신을 낳아준 어버이의 사랑을 담아 큰 뜻 아름다운 소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용되는 아이디를 볼 것 같으면
자기 스스로 지은 또 다른 분신이요 얼굴이요 타인에게 자신을 대표하는
이름임에도 이상하다 못해 괴상망측한 것이 있으니 정말 괴상망측한 일이다.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한 것이 많기에 무엇에 그리 불만이 많기에 자기 자신을
남에게 나타내는데 비속어를 갖다 붙였는지 모르겠다. 보기에도 부끄럽고
부르기에도 더럽고 듣기에도 남사스럽고 쓰기에도 민망하여 하늘 보기가
두려운 생각까지 든다.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도 말라고 하였는데 정말 두렵다.

어느 단체에서는 올바른 인간이 되고자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자 좋은 뜻을
내포한 호를 일부러 만들어 부르기를 권장한다고 한다. 생각은 말은 낳고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실체가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계의 이름이라고 해서 그렇게 지어도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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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