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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로는 해결 불가한 저출산률
기사 입력 2019-03-29 07:59:40  

애를 낳고 2개월 되였을 때쯤, 갑자기 폭발한 적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 전혀 생각나지 않는 시시콜콜한 것이였다. 영문 모를 막막함과 서운함이 덧없이 밀려와 "아!”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출근을 서두르던 남편은 놀라서 "미쳤냐?" 한 마디를 뱉고 나갔고, 그 뒤로 나는 한참 엉엉 울었다.

애를 가지고 낳았다는 것은 축복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된 당사자에게 출산은 축복만은 아니였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육체적, 심리적 피로감, 당황함, 혼란스러움, 무기력감의 련속이고 반복이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분명 우울기 때문에 그런 것이였는데도 정작 가장 나를 리해하고 보듬어줘야 할 남편한테서마저도 외면당했다.

아직도 남성은 녀성을 잘 모른다. 아니, 잘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출산 후 85%에 달하는 녀성들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 정도가 심하면 산후우울증이 되는 것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심리적 변화다. 솔직히 산후우울증이란 단어도 최근에 와서야 많이 알려졌고, 또 안다고 해도 자기 집사람은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 아마 요즘같이 생활의 질이 높아져서 녀성들의 가사부담이 적어진 세월에 그 무슨 엄살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녀성들에게 참 좋고 편한 시대’라는 말 자체에 어페가 있다. 왜 가사일이 녀성 전담이란 말인가?

녀성들이 전보다 많이 편한 세상인 것은 맞다. 우리 엄마 시대에 비하면 참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출산률은 왜 그냥 저조할가?

애가 생기면서부터 녀성들은 자기 이름 석자보다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데 더 익숙해진다. 임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또한 이후 녀성들의 사회생활에 큰 취약점이 된다. 우리 스스로 원한 바가 아닌데도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많던 직장탁아소도 이젠 사라지고 없다. 보육시설 부족, 치솟는 물가와 사교육 부담, 정신적 스트레스 등 많은 것들이 합쳐서 출산률 하강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출산률 저하가 “젊은 녀성들이여 아이를 많이 낳자!”고 구호를 웨친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엄마만의, 녀성만의 의무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협동 의무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엄마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강요한다. 모성애라는 낱말에 강박적으로 옭매이기도 한다. 우리 엄마들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우리가 그렇게 못 할 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틀린 것은 고치고 개선해야지 고집하면 안된다. 세상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는데 왜 녀성들에게 옛날의 것을 강요할가.

애를 낳자? 낳게 만들어 주십사.


최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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