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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경사났네
기사 입력 2007-08-22 09:24:26  

25호의 농가에 50여명 인구를 가진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한꺼번에 6명의 대학생이 나오는 희대의 경사가 났다.

화제의 마을은 바로 룡정시 조양천진 쌍봉촌 제4촌민소조, 올해 대학입시에 참가한 이 마을 학생 6명이 전부 본과대학에 입학한 쾌거를 이룬것이다. 김계월은 복주대학에, 리승범은 강서사범대학에, 한석은 길림농업대학에, 한설주, 신영화는 장춘대학에, 김송희는 연변대학에 입학했다.

농촌인구가 줄고 농촌학교들이 페교의 위기를 겪고있는 현시점에서 쌍봉촌의 경사는 범상치 않은 사례로 민족교육에 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 자그마한 마을에 동갑내기 학생이 6명이나 있다는 사실도 무척 경이롭다.

지난 13일 기자는 흥분된 심정을 안고 경사의 주인공들을 찾아 쌍봉촌으로 향했다.

푸른 들판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구수하를 마주하고 초록빛 산들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 농가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마을은 소박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신문사에 전화로 소식을 알려주었던 송길만선생이 마을입구까지 마중나와 기자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민정국에서 사업했다는 그는 퇴직후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이 마음에 들어 아예 정착했단다.

그의 집에 3명의 대학생과 그들 부모가 이미 와있었다. 더러는 이미 개학하여 떠났거나 외출중이라고 했다.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기쁘십니까?》

《정말 기쁩니다.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희열의 심정을 털어놓는 부모들의 얼굴에도,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찬란한 웃음이 물결쳤다.

《공부 뒤바라지 힘들었죠?》

《농촌에서 자식 공부시키는게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애들이 공부를 잘해주니 고맙지요. 힘을 다해 뒤바라지를 하는거야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구요.》

《그동안의 고생은 싹 잊혀져요. 고생한 보람이 납니다.》

대학생 부모들은 감회를 털어놓으며 12년간의 공부려정을 회고했다.

인구가 적은 탓에 쌍봉촌에는 워낙 소학교가 없었다. 이들 6명은 어려서부터 부근 공장의 통근뻐스 신세를 지며 몇킬로메터 떨어진 팔도소학교에 다녔고 초중도 팔도중학교에서 마쳤다. 고중입시를 통해 연변1중과 룡정고중에 입학한 이들은 숙사생활을 하거나 하숙생활을 하면서 배움의 전당 대학을 향해 불철주야 학업에 정진해왔다.

자녀들이 배움에 열중하는 동안 부모들은 허리 펼 사이도 없이 뒤바라지에 고심했다. 논농사를 위주로 하는 이곳의 농사수입은 인당 2000원 정도, 외지에서 공부하는 고중생을 섬기기에는 보잘것없는 수입이다. 하여 이들은 지척에 있는 푸른 산을 보물고로 삼고 철따라 산나물이며 버섯을 뜯어 팔았고 삯일을 찾아했으며 농사를 쉬는 농한기에는 명태가공일을 맡아하거나 시내에 가서 품팔이를 하는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주저없이 했다.

이곳 농민들처럼 부지런하고 착실한 사람들도 보기 드물다는것이 주변의 설명, 더구나 이 마을은 농한기에도 마작이나 화투, 트럼프 놀이를 하는 일이 전혀 없으며 모두들 틈이 나고 기회가 되면 돈벌이에 나서는 등 부지런하고 친화적인 풍조로 이뤄졌다 한다. 멋을 부리거나 잘 사는 경쟁 대신 이들은 늘 자녀의 공부를 놓고 경쟁한다. 남보다 뒤바라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소박한 의욕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것이다.

《요즘 시골 치고 드물죠. 모두들 부지런하고 애들의 장래를 위해 숨가삐 뛰는 모습들이 참 대견스러워요.》송길만선생은 마을의 농심과 농부들의 부지런함에 탄복한단다.

오가는 대화속에서 오늘의 경사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이 깊이 느껴졌다.

이 6명의 대학입학생 가정들에는 외국으로 나간 사람이 한명도 없다. 아이의 성장단계에는 부모가 곁을 지키는것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수 없는 가장 현명한 사랑의 방식이고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돈을 벌려다가 자식농사 그르치면 어떡합니까?》

《자식농사가 돈만으로 되는건 아니지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온들 자식이 잘못되면 무슨 소용 있다구요.》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로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로심초사하면서 가장 위대한 사랑을 실천했던것이다.

《사실 엄마들이 불쌍해유.》남정네들은 항상 일에 묻혀 멋 한번 시름놓고 부려볼 사이도 없이 억척스레 살아온 안해들이 고마우면서 측은한 생각이 든단다.

《아버지들도 언제 한번 한가하게 술판을 벌일 겨를도 없었잖아유?》어머니들은 놀음판, 술판에 허송세월하는 일 없이 묵묵히 고된 일에 땀동이를 쏟으며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여준 남편이 믿음직스럽고 고마울따름이란다.

이렇듯 부부의 금슬이 좋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무언의 본보기로 되여 자녀로 하여금 어려서부터 학업에 열중하며 참된 삶의 길을 걷게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한설주, 리승범, 한석 3명의 의젓한 대학생은 대학입학통지서를 받아쥐고 가장 먼저 부모의 얼굴이 떠오르더라며 정성스레 뒤바라지를 해준 부모들이 정말 고맙다고 한다. 모진 피로를 묵묵히 감내하며 젊음을 자식사랑으로 불태운 부모님의 하늘같은 은혜와 희생정신,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이들이다.

한편 부모들은 넉넉치 못한 경제형편에서도, 과외지도 한번 받지 않고도 노력으로 승부하며 꿋꿋이 학업을 견지해 대학입학이라는 값진 성공으로 자신들의 로고를 빛내준 자식들이 내심 고맙고 대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시험을 치르고난후 이들 6명은 저마다 연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아름찬 입학비용으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겸 인생공부도 겯들이려는 타산에서였다.

부부사이, 부모자식사이에 서로 고마움을 느낄줄 알고 서로 배려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이들의 소박하면서도 참된 삶의 자세가 돋보이고 존경스러웠다.

《이제 우리도 한국에 나갈가 합니다. 다 키워놓았으니 인제는 시름놓고 나가서 돈을 벌어야지요. 대학생 뒤바라지가 경제적으로 버겁기도 하니 한사람이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수다.》요즘 이들 가정에서는 한국수속에 대해 알아보고 누가 나가는것이 적합한가 등 문제를 토론하느라 바쁘단다.

《자식농사 잘했지, 인젠 부담없이 출국해서 돈을 벌수 있지, 돈과 자식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들의 인생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지뭐.》송길만선생은 엄지손가락을 내들고 연신 치하했다.

이어 그는 《이 마을이야말로 사회주의 새농촌이요. 마을건설이 잘 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해도 농민들의 자질이 높지 못하면 신형의 농촌이 아니지… 이 마을 사람들의 건전한 문화의식과 진지하고 착실한 삶의 태도는 농촌마을의 본보기로 되기에 손색없소. 》라고 말했다.

참 의미심장한 말이였다.

희색이 감도는 마을을 떠나는 발걸음이 신들린듯 가벼웠다.

글/사진 김일복 주련청 기자
연변일보 20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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