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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가에서 만난 시체
엉아    조회 4,659    2006.12.10엉아님의 다른 글      
아침에 깨어보니 해가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방 옆에 달린 구식 세면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니 여관 앞에서 용정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소형버스건만 안에 승객이라곤 달랑 다섯 명이 전부였다. 버스가 떠나자 그 자리에 50대의 어머니도 달랑 혼자만 남는다. 측은한 눈길로 오래오래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눈물겨웠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다 큰 자식을 떠나보내면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나 보다. 그러니 해외로 자식을 보낸 어머니들은 자식의 뒤통수가 그리워 어찌할까.




어머니의 모습이 골목길로 접어들자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 친구는 짐짓 오랜만에 삼합에 왔는데 어찌 그냥 돌아갈 수 있느냐고 한다. 두 다리만 가진 친구를 남기고 가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난감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연변답사를 첫 코스부터 자가용으로 호강하면 나머지 여정은 힘들어서 어찌 가나 싶었다. 그러나 좀 뒤에 시체와 맞닥뜨릴 때는 곁에 있어준 친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삼합거리를 둘러보니 한때는 풍요로움을 자랑했던 흔적들이 역역하다. 커우안(口岸)에서 과원을 끼고 농사를 지었으면 총각들이 장가 못갈 염려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녀들도 工人총각이 아니면 이 고장을 쉽사리 뜨지 않았을 것 같다. ‘돈굴’은 아니어도 살만한 고장은 되어 보인다. 노천영화를 보는 날에는 영화 보다 말고 처녀총각들이 손잡고 연애하러 간 곳은 저 두만강둔치였을 것이다. 어디선가 그 때 처녀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들려온다. 그 때는 누가 감히 남조선에 처녀시집을 가고 ‘자녀포기각서’를 쓰고 과부시집을 가고 손자를 팽개치고 할망구시집을 갈 줄 알았으랴. 생각하면 허접하다.



마을을 벗어나니 멀리 길가로 콩밭 매는 아낙네의 모습이 보인다. 친구더러 차를 몰고 저만 침 가 있으라 하고는 혼자서 밭으로 들어갔다.

“아즈마이, 농사를 지어서 돈이 됨둥?”

그쪽에서 반응이 없다. 다시 가까이 가서 큰소리로 불러서야 아낙네는 하는 수 없이 돌아본다. 그 때야 나는 아낙네가 한족임을 발견했다. 그런데 아낙네는 코앞까지 간 사람을 보고 어색하게 한번 웃고는 서둘러 기음을 매 나간다. 끙끙거리며 오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봐선 벙어리는 아닌 듯싶다. 옛날부터 한족들이 조선족동네에서 살자면 조선말은 물론이고 인절미를 먹고 개고기를 먹고 김치 먹는 걸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불순한 태도로 조선족동네에서 어찌 살았을까.

멀리 두만강가로 삼합해관이 보인다. 널따란 공터에는 물건을 만재한 트럭들이 출국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북으로 가는 물품들을 보면 이북사정이 일목요연하다. 그런데 설명을 좀 들으려고 하니 전부 한족들뿐이다. 대화중에 스스럼없이 ‘우리삼합’을 쓰는 것을 보면 이곳 주민이 된지도 한참은 되어보였다. 말씨도 더는 산동이 아니고 강소 안휘 하남 등 中原말씨다. 다시 말하면 초면강산인 목수 등 건설인부들이 텅텅 빈 마을에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앉은 것이다.

조선족이 없느냐고 물으니 삼합의 조선족들은 연길로, 한국으로 가고 인젠 얼마 남지 않았단다. 이 큰 마을을 그냥 통째로 버리고 뿔뿔이 도망간 느낌이다. 그때야 나는 아까 콩밭 매던 아낙네의 불순한 태도가 이해되었다. 이제 ‘흠뻑 젖은 베적삼’은 없고 빨강비단저고리 아낙네만 남은 것이었다.

전에 삼합교두를 드나들며 이북장사를 하여 자식들 학잡비를 마련하고 생활비에 보태어 쓰던 용정사람들도 이제는 없다. 어린 시절 이북의 고무신을 신고 이북의 껌을 씹고 이북의 명태를 찢어 먹으며 자랐던 사람들도 동네와 이북으로 통하는 길목마저 ‘중원건설병퇀’에 인수인계를 해주고는 ‘세계혁명을 위한 원대한 포부를 안고’ 소달구지 타듯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세계건설병퇀’에서 활약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날 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생산대장 치보주임 부녀주임 기공원은 부시 고이즈미 노무현 김정일 후진타오로 바뀐 지 오래다.

화물차에 실린 물건들은 옥수수와 비료, 그리고 공업품도 더러 있었다. 언제나 옥수수가 마음에 걸린다. 두만강을 건너가는 ‘국제적인 원조’들이 늘 옥수수가 많다. 쌀밥을 먹는 민족임에도 못 사니 꼭 돼지사료를 먹으라는 것 같다. 나도 공속으로 태어나서 문화대혁명시절에 옥수수를 지긋지긋하게 먹어봐서 알지만 옥수수쌀에 하얀 쌀이 섞이던 날은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흰쌀을 많이 섞는 명절이면 입안에서 흰쌀을 가려 씹어 음미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런데 중국의 돼지사료만 사다가 이북민들을 주고 있으니 자기네 主食만 축낸다고 돼지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언젠가 삼겹살이 불에 굽히지를 않고 돼지족발이 상을 걷어찰 일이다.



언제면 이북형제들도 남한사람들처럼 잘 살아서 바람맞은 연변여자들을 마누라로 현지처로 맞을런지. 남한에서 다 데려가기 전에 빨리 그런 시절이 와야 하는데.......

해관입구에 식당이 있어 들어가 보니 역시 한족이 경영하고 있었다. 요리 몇 가지를 시켜서 아침이자 점심으로 때우고 교두에 나가니 군인들이 쫓아와서 ‘군사관제구역’이니 사진을 찍으면 사진기를 압수하겠단다. 더 보고 싶었지만 멋쩍은 생각이 들어 둔치를 따라 천천히 차를 달렸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두만강과 강가의 수목들을 지켜보노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강 너머는 인적 하나 없다. 전에는 강을 사이 두고 가끔씩 이북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어쩜 한 사람도 보이지 않을까. 만나면 형편이 어떤가 물어보고 싶었다. 또 이북을 둘러싼 국제정세도 알려주고 위로도 해주고 싶었다.

“스톱!”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탄성을 올렸다. 나는 그 곳이 교두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이라고 짐작된다. 둔치 아래로 흑백의 돌밭이 강을 따라 쭉 뻗어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두만강에 수석이 있다고 들어서 한 번 탐석해 보려던 참이었다. 이 기회에 친구한테도 수석을 가르칠 수 있어 좋았다. 이곳의 돌들은 전형적인 두만강흑석들인데 석질이 좋고 백두산부석(浮石)처럼 구멍이 숭숭 난 것이 특징적이다. 잘 고르면 진짜 물건이 나올 것 같았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돌밭을 누벼 나갔다.

이때였다. 문뜩 껍질을 벗긴 나뭇가지 비슷한 물건이 눈에 뜨였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미심쩍어 돌아보니 나뭇가지가 아니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람의 손이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친구가 뛰어왔어야 나는 마음을 진정하고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시체였다. 밖으로 드러난 손발은 이미 썩어서 앙상한 뼈만 남았고 머리박도 7할은 백골이 된 1구의 완전한 상태의 시체였다.

두터운 겨울내복을 입은 것으로 미루어봐선 이북민이다. 요즘 중국에는 이런 구식 겨울내복을 입는 사람이 없다.‘신분’을 밝히고 보니 전후사연이 추측이 갔다. 시체로 변한 이 남자는 강을 넘어오다가 이곳에서 저격당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꼼짝 못하고 강가에서 죽을 리가 없다. 중국에서는 시체를 방치하는 일은 없다.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시체도 당연히 이북에 통보되었을 것이고 지금 이북의 무관심으로 이곳에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친구는 자세히 봐 두어야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리를 뜨면서 돌이라도 쌓아서 봉분을 만들어줘야 했지만 시체를 비닐에 싸서 땅을 파고 묻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 보니 결국 벅차서 그냥 강가를 나오고 말았다. 다음날 백금과 개산툰 선구 등지에서 시체로 추측되는 돌무지들을 발견하고서야 돌로 봉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일 때문에 한동안 자책을 받았다. 돌 2백여 개면 알아볼 수 있는 일이였는데...

승용차에 돌아왔지만 놀랍고 긴장된 마음을 달래일 수 없었다. 어쩌다가 우리민족은 요즘 같은 세월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한쪽은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니까 다른 한쪽은 기아에서 허덕이고 있으니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민족의 비극은 계속될 것 같다. 그때야 나는 그 동안 여기 두만강에서 벌어진 일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쓰레기차 밀수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던 지난 90년대 초부터 두만강은 이미 그젠 날의 두만강이 아니었다. 그 뒤 수재로 이은 기아로 탈북행렬이 이어지고 탈북여성을 상대로 인신매매가 이뤄지면서 두만강은 전시상태를 방불히 했을 것이다. 더는 그젠 날 강을 사이에 두고 이북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일하던 평화로운 두만강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머리를 돌려 신작로에 나왔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유야 어찌됐던 자기 동네에서 주인 없는 시체가 발견되면 짐승이 다치고 애들이 볼까봐서라도 그 마을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전례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신작로근처의 돌밭에 시체가 있는 것을 동네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체가 썩어서 백골이 되도록 방치해두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최근에 두만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승용차는 삼합시가지를 떠나 낮은 산등성이에 올랐다. 차에서 내려 산밑을 내려다보니 두만강이 한 눈에 보였다.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는데 이북 군인 2명이 강을 따라 수색작업을 하며 산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는 축구 볼 때 쓰던 망원경이라며 요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러시아제 군용망원경을 들고 나왔다. 망원경을 넘겨받아 이북 군인들을 렌즈에 담아보니 한 사람은 長자 계급의 군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졸병 같았다. 그들은 강 건너 산등성이에서 자기들을 내려다보는 망원경을 의식하고는 경고하듯 우리를 바라본다. 졸병이 반사적으로 어깨에서 소총을 벗기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군대에 가보지 못하다보니 그 놈의 쇠 부지깽이가 무조건 무서웠다.

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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