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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강변과 로투구 그리고 내두산
기사 입력 2020-08-17 21:29:00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 매여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가노라

오늘날에 와서 노들강변은 한강변에만 있는 고유지명으로 세간에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과거를 거슬러올라가 보면 조선반도 전역에서 널리 불리여졌던 땅이름이다. 만주어사전에서 ‘nukte’는 소, 말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강변 목축지를 뜻하는데 노들이란 말과 일맥상통된다.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로 간이집을 짓고 목초지 사이로 강이 흐르는 방목지를 노돌 노들이라고 불러왔다.

두만강은 북방민족이 유목문화가 무르익어 흐르던 곳이며 방목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사책에서 로동(老佟), 로둔(老屯), 라둔(羅屯) 등으로 부락지명이 기록되여 있다. 연변 로투구 지명 설화에 늪등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늪등은 방목지라는 땅이름으로 기원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늪등의 소리를 바탕으로 로투구(露頭溝)로 지명을 바꾸어 표기된다. 일본어 ‘露頭’는 광맥이나 석탄층 등이 지표에 로출하고 있는 부분, 다시말하면 노다지 뜻을 지니고 있다. 로투구(露頭溝) 지명은 얼마 안가 다시 부근 산 정상에 로인 머리 모양을 닮은 바위가 있어 로투구(老頭溝)로 지명표기가 굳어진다. 늪등이라는 기존 지명은 결국 어린 뻐꾸기가 둥지 주인을 몰아내듯이 로투구라는 새로운 지명에 밀려났던 것이다.

17세기에 들어서서 무산, 회령 일대에 노토부락은 누르하치 후원을 받아가며 강한 세력으로 거듭난다. 로동(老佟), 로둔(老屯), 라둔(羅屯) 지명과 일맥상통한 땅이름 로덕(화룡 남평 대안) 지명과 내두산 지명도 이런 력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내두산(奶头山), 내도강(奶道河) 명칭은 사실 로둔(老屯)이란 지명이 은닉되여 표기된 땅이름이다. 지난날 내두산지역 농경문화의 기저(基底)에 유목과 수렵 문화가 짙게 깔려있었던 점도 이를 립증하고 있다.

로툰을 의미하는 로토의 앞 글자인 ‘老(노)’에 오랑캐를 이르는 ‘胡(호)’ 혹은 추장을 이르는 ‘酋(추)’를 더하여 ‘로호(老胡)’·‘로추(老酋)’로 기재한 경우도 여러차례 확인되였다. 두만강 강변 개산툰 노째굽이도 결국 노들굽이 음의 변이로서 아들골과 하나의 지명그물망에 놓여 있어 과거 이 지역에 드넓은 방목지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개산툰 자동의 원래 지명은 아들골이다. 만주어 ‘adun’은 목장의 가축떼를 말하는데 소재데기 굴레장대밑 등 이 지역 지명과 하나의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변의 허다한 지명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블랙홀 상태로 남아 내려왔다. 땅이름은 력사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존 한자 틀에만 몰입하고 떠도는 민간설화를 억지로 짜맞추다 보니 고유지명을 반듯하게 옮겨오지 못하였으며 지명문화의 가치를 옳바르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너른 들판을 끼고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르던 강변목장 눈망울 선한 소들과 살 부비며 살아왔던 순박한 백성들이 모여 유목문화를 정착시키고 취락을 이루며 나루터가 생기고 서서히 나들목으로 탈바꿈하게 되였던 것이다.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번이라 지어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가노라

어찌 보면 노들강변은 산 설고 물 설은 땅을 떠도는 민초들의 한을 강물에 띄워 읊조린 노래일지도 모른다. 백년도 넘게 우리는 한자어 지명풀이에 말뚝을 박아놓고 매달려있다 보니 결국 외곡된 노들강변 울타리 안에 갇혀 살아왔다. 진한 감동으로 다가와 마음속에 젖어드는 노래를 대를 이어 불러왔건만 노들 어원은 오늘도 닻을 내리지 못한 채 세월의 비바람 속에 이리저리 떠돌며 흘러다니고 있다.



허성운
연변일보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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