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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두만강가를 거닐다
치우천황    조회 4,380    2007.01.04치우천황님의 다른 글      
아침에 여관에서 내려오니 손님 3명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문 앞에는 1.5t트럭 1대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보매 그들이 타고 온 것이었다. 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50대 초반의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용화로 간다면서요?”
“예.”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야리탕’을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제저녁 남긴 ‘야리탕’을 다시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귀한 고기여서 언제 또 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아저씨는 손님들한테 내가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알려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걷기로 마음을 굳힌 터이라 손님들한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최근에 나는 운동으로 하루 10~20km는 거뜬히 걸어왔다. 그러니 30km면 오전에 15km, 오후에 15km를 걷는다 해도 전혀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었다.

    

▲ 백금거리



사실 걷다보면 구간구간 정거장이 마치 애들 장난 같아 보일 때가 많다. 거기서 발을 동동 구르며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철딱서니가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많이 걷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걸어서 보는 것은 ‘말 타고 보기’와 ‘차타고 보기’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밤새 공포에 잠 못 이루던 생각을 까맣게 잊고 두만강을 따라 남하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은 들어 배낭속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손에 쥐고 걸었다. 한참 걸었지만 차는커녕 인기척 하나 없다. 백금에서 용화구간은 옛날부터 무인지대로 알려졌다. 용화는 지리적으로 화룡이 가깝고 백금 또한 화룡보다는 용정이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두 지역사이는 자연 무인지대로 된 것이다. 나는 그 점을 소홀히 한 채 보행을 결심한 것이다.

문뜩 저번 날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이북에서 탈북자단속으로 두만강 가에 몇 백 미터 간격으로 초소를 뒀다는 것이다. 그 초소란 웅덩이를 파고 우에 이영을 한 반 땅굴을 말했다. 친구는 저번에 삼합에서 만난 주검도 이북초소에서 저격한 것이란다. 나는 그 말의 진실여부를 확인할 바는 없지만 지금 두만강 건너 어두컴컴한 곳은 전부 초소로 보였고 검은 총구가 나를 겨냥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줄곧 이북의 사격권안에서 보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소리가 나고 내가 쓰러져도 이 무인지대에는 증언할 사람조차 없었다.

    

▲ 두만강가 이북초소. 이 사진은 훗날 촬영한 것이다.



금새 다리기운이 쭉 빠지면서 더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기와 지갑 그리고 배낭속의 간식거리와 과일들이 기아에 지친 사람들한테는 내 목숨보다 절박할 수 있었다. 이곳 수림은 무인지대답게 수풀이 무성하여 길 양방향을 내놓고는 마음대로 도망갈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한 곳에 그냥 눌러있을 수도 없었다. 어느 왕초보한테 표적이 되어 천천히 조종하고 방아쇠를 당길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저 오던 길로 “다리야, 날 살려라”하고 도망가고 싶었다. 결국 가지도 오지도 그렇다고 머무를 수도 없었다.

그때야 나는 아침에 만났던 사람들과 트럭이 생각났다. 식당주인은 분명 한 방향이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아직도 안 올까. 나는 돌아서서 막연하게 트럭을 기다렸다. 1초 1초가 늦기만 했다. 1분이 그렇게 오랠 수가 없다. 엉겁결에 핸드폰을 꺼내 보니 무신호지역이다. 후에 나는 또 한 번 이 같은 곤경을 치렀다. 가야하강가의 수림에서 길을 잃고 헤맸는데 그 때도 무신호지역이었다.

식당에서 만났던 트럭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뒤였다. 그 때는 이미 총을 쏘든지 노동미사일을 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배심 좋게 길가에 퍼덕이고 앉은 뒤였다. 트럭을 보니 눈물이 찔끔 솟는다. 이들은 지방도로보수공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하러 가고 아침에 말을 건네던 운전기사 한사람만 화룡으로 물자구입을 떠나는 것이었다. 운전기사도 나를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조수 격으로 동행하던 친구가 먼저 화룡에 가 있다 보니 혼자 무인지대를 운전하기 불안하여 아침에 나한테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자주 다니는 기사들도 혼자 가기 싫어하는 길을 내가 도보로 가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백금수력발전소의 모습이 얼핏 지나가고 있었다. 부근에 문화대혁명시절에 지었음직한 숙소며 부속건물들이 둘러앉은 것을 보니 제법 마을다운 모습이었다. 옛날에는 이런 무인지대에 사는 멋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잘만 하면 그 시절에 정치풍파도 피하고 먹을 걱정도 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발전소를 지나니 길가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손을 들고 있었다. 그때마다 기사 아저씨는 가속기를 밟아 따돌려 버렸다. 내가 교통편도 없는 곳에서 합승하면 안 되느냐고 물으니 두만강도로공사가 한참이어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단다. 이유가 불확실했지만 버스기사가 아닌 다음에야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산굽이를 돌아서니 앞으로 백여 명에 가까운 인부들이 한참 다리공사를 하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문 채 수걱수걱 일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구간 두만강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강가를 따라가다 보면 요즘은 멸종직전인 이름 모를 희귀종 식물들과 물오리며 꿩이며 산새들이 많았다. 그 보다도 수시로 강 건너 이북 땅을 바라볼 수 있어서 마음이 즐거웠다. 이런 두만강을 따라 포장도로가 생겨 백두산까지 가 닿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물망에 오를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여개월 동안 공사 관련소식은 물론 입소문도 들은 적이 없다. 내가 없는 동안 뉴스로 다루어졌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지만 한국 같으면 기자들이 경쟁하고 두만강을 따라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취재하여 계열보도를 하고 투자심리도 부추길 것이다. 그러나 이곳 기자들은 그런 경쟁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1년에 기사 한편 못 쓰는 기자도 짤릴 염려 없이 봉급을 받고 있다니 경쟁구조가 무슨 이유로 필요하겠는가.

훗날 고성리(숭선진)에서 도로공사공시를 볼 수 있었다. 공시에는 2006년10월30일까지 도문에서 화평영자(和平營子)까지 (백두산천지와 17km상거한 지점) 3급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다. 즉 2006년 11월부터 3급도로가 개통되면 도문에서 백두산까지 400km 상당거리를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 갈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길은 앞으로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통하는 또 하나의 관광코스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두만강 가에 관광시설과 숙박시설도 불가피할 것이다. 또 지금은 이북을 바라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통일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답사에서 나는 시골 아주머니로부터 고무적인 이야기를 접했다. 일찍이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던 나날에 통일한국을 대비해 두만강가로 집 사러 다니는 조선족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 미래의 통일한국은 조선족들에게 귀향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럭은 다리공사를 하는 곳에서 서북쪽으로 커브를 돌았다. 앞으로 13km 가면 용화향소재지가 나온다. 용화는 약수와 맥반석자원, 그리고 천혜의 목장으로 투자할 만한 곳이다. 전에 나는 사업 차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나는 용화에서 내려 맥반석산과 인삼주공장 그리고 약수터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 줄기가 굵어지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도보로 왔으면 엄청 고생했을 번했다. 그러나 위험요소만 아니었으면 보행은 또 다른 세계를 펼쳐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 용화-화룡도로


용화~화룡구간도로도 새로 포장되어 있었다. 몇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도로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시골길도 거지반 포장되어 있었다. 이제 ‘당의 호소’를 받들고 먼저 부유해진 사람들이 자가용을 굴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 마장씩 거리를 두는 벤츠도 길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산도 쏘나타 엘란트라 에쿠스까지도 많지는 않지만 없는 것이 없다. 북경산 쏘나타는 이미 연길에서 자가용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손바닥만 한 연길거리가 자가용시대를 맞은 것이었다.

연변탄광으로 가는 길목을 지나니 산 아래로 멀리 화룡시가지가 보인다. 길가로 합신학교가 보였다. 합신학교를 보니 문뜩 25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고중을 갓 졸업하고 친구들과 함께 합신학교에서 꾸리는 주물공장에서 쇳물을 날라 스팀을 만든 적이 있었다. 일거리가 없어 1개월 남짓이 일했지만 나팔바지를 입고 다니던 그 낭만의 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가 없었다. 일당 3원씩이나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였다.

    

▲ 합신학교




다음회 제6편 <무산아, 잘 있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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