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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빨치산    조회 3,760    2006.12.15빨치산님의 다른 글      
이 글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편집자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EBS 라디오 기획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BS 라디오는 6월 19일부터 6일간 매일 12시 20분~13시까지, 40분간 이영훈 교수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특강>을 방송할 예정입니다.

뉴라이트닷컴은 대한민국 건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보다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 따라 이영훈 교수의 특강내용을 정리하여 매일 1주제씩 12일에 걸쳐 게재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시간 제한으로 방송되지 못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보다 폭넓은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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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잘못 세워진 나라라는 역사인식이 널리 펴져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우선 지주계급 등의 친일파들이 나라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반민족적인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였으며,

그들이 주도해서 나라를 세우는 통에 민족정기가 흐려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오늘날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부정부패 등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 모든 문제들의 역사적 근원을 따져보면 1949년 8월,

이승만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강압적으로 해체하여

친일파 청산작업을 중단시킨 데 그 원인이 있다는 말입니다.

소수의 친일파들이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나라를 세우는 통에

민족이 분단되고 말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1946년 6월 이승만은 전라도 정읍에서 남한 단정론을 주장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민족분단의 책임은 이승만에게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마지막 순간까지 민족통일의 기회를 모색하였으나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것을 보고 마지못해

다음달 48년 9월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수립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민족적이며 미국의 지배하에서 사실상 식민지와 다를 바 없는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6.25전쟁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전후 역사적 맥락을 보면 그것은 민족해방전쟁이자

민족통일전쟁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 건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결코 생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년인가요, 동국대학교의 강모 교수가

그러한 주장을 공공연하게 하였습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학문의 자유에 기초해서 그러한 이야기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 한 사람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6.25가 민족해방전쟁이라는 강모 교수의 이야기가 현행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검찰이 판단하여 그를 구속코자 하였을 때

전 법무부 장관은 건국 이후 최초로 자기에 부여된 법적 권리를 행사하여

이를 무산시켰습니다. 저는 법리가 어찌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강모 교수가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얼토당토 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 집권세력 가운데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6일간에 걸친 EBS 방송의 기획특강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사 이해가 참으로 잘못된 것임을 주장하려 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논리적으로도 또 실증적으로 맞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저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차근히 이야기해 가고 싶습니다.

우선 이런 이야기를 세간에 널리 퍼뜨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저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바로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길사, 1979-1989, 이하 『인식』)이란 책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1980-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

다시 말해 오늘날 30-40대의 한국 사람에게 너무나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의 읽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이며,

여섯 권 모두 합해서 근 100만 권이 팔려 나갔다고 하는군요.

이 여섯 책에는 책마다 총론이 있습니다. 총론은 그 책의 내용과 성격을

집약해서 반영하지요. 그 총론을 중심으로 여섯 책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제1책에서는 대한민국의 건국 주체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표현이 거칠고 감정적인 데가 많습니다.

언론인 출신 송건호가 쓴 총론을 보면, “해방 후 점령군으로 온 미군정 하에서

친일파 사대주의자들이 득세하여 애국자를 짓밟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분단의 영구화를 획책하여 민족이 분단되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는 “1948년에 성립한 대한민국은

신생정부임에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참신한 기풍을 볼 수 없어

마치 노쇠국과 같았다”고 극렬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사에 대한 이러한 일종의 도덕심판을 전제한 위에

『인식』이 나름의 논리체계를 세우기 시작하는 것은 제2권부터입니다.

제2권의 총론은 강만길 교수가 썼는데, 그의 유명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이

거기서 소개됩니다. 요컨대 식민지 시기에는 민족해방이 지상과제였듯이

해방 후의 분단시대에는 민족통일이 지상과제이다.

민족통일이 성취되기 이전에는 완전한 시민사회와 근대국가가 성립하였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에 지상과제인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정치는 민족정치, 경제는 민족경제, 사회는 민족사회, 문학은 민족문학,

예술은 민족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강 교수의 유명한

‘분대시대의 역사인식’의 요지입니다.

이를 위해서 역사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김구 선생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38선에 선 중간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자기가 속해 있는 남과 북의 체제에 매몰되지 말고

그로부터 나와 다시 휴전선에 선 중간자의 입장에서,

해방 후에 남과 북이 분단되고 한국전쟁을 통해 분단이 고착되어 가는 과정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2권이 역사학이라면 제3권에서는 사회경제의 분석과 그에 기초한

혁명이론이 제시됩니다. 제3권의 총론자는 박현채 선생입니다.

박 선생에 의하면 식민지기와 미 군정기는 식민지반봉건사회입니다.

인류사적으로 크게 보면 자본주의사회이지만, 제국주의 지배 하에서 지주제를 중심으로 반봉건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어 사회경제적 변혁이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적 토지개혁을 주요 과제로 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해방 정국 당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들이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을 곧바로 수행할 여건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우선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사회주의 정당이 대변하여 부르주아적인 토지개혁을 수행하고,

그렇게 농민의 지지를 확보한 다음, 적당한 때를 보아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하였습니다. 바로 2단계 혁명론입니다.

이러한 혁명론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것이 다른 아닌 중국공산당에 의한

신민주주의혁명이지요. 모택동이 그 혁명을 사상적으로 이론적으로

지도하였지요. 그러한 모택동의 사상과 혁명이론,

곧 마오이즘을 해방 후 한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수용하였습니다.

박현채 선생도 그러한 사상을 계승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혁명이론을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1970년대까지 그러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

사상의 자유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마오이즘에 기초한 신민주주의 혁명이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하였던 것이 바로

『인식』 제3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4권의 최장집과 정해구 교수가 함께 쓴 총론은

『인식』전체의 완성을 알리는, 『인식』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두 교수는 앞의 세 권까지의 도덕심판과

역사인식과 혁명이론을 전제한 위에 한국전쟁의 기원과 성격에 관한

미국 연구자의 이른바 수정주의라 불리는 연구 성과를 전면 수용하면서

식민지기→해방→분단→한국전쟁에 이르는 전 역사과정을 총괄적으로

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야말로 스케일이 큰 논문입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바는 북한정권의 성격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북한은 혁명적인 소련군의 지원 하에 혁명세력과 혁명적인 민중이

연합한 정권으로서 미제와 그와 결탁한 반민족ㆍ반혁명세력의

지배 하에 있는 남한을 해방시킬 ‘민주기지’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전쟁도 남북한 정권의 그러한 성격 차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정권의 서로 다른 성격은 드디어 대규모 군사충돌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남한의 해방과 혁명은 좌절되고

분단 체체가 고착되었다는 것이지요. 그

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대한민국 내부에서, 그것도 제도권에 속한 대학사회에서,

최초로 제기된 아슬아슬한 대목이 제4권의 총론이라고 하겠습니다.

제5권의 총론은 김남식이란 분이 썼습니다.

여기서는 한층 더 대담무쌍하게 북한의 주체사상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에서 사회주의혁명으로 나아가는

혁명국가입니다. 그 국가의 역사와 현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김남식은 역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제6권의 총론은 박명림 교수가 썼는데,

제4권의 총론과 대동소이한 내용의 반복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소개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다섯 권까지의 책이 잘 팔리니까

한 권 더 만들어 본 정도의 의미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이 전체 여섯 권으로 펼쳐진 『인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몇 가지 명제는 논리적으로 상향관계에 있습니다.

하나가 빠지면 다음의 것이 설명되지 않은 긴밀한 상호 의존관계에서

추상적인 역사이론으로부터 구체적인 사회변혁이론으로

발전해 가는 관계에 있습니다.

① 식민지 시기부터 식민지반봉건사회라는 사회경제의 성격에 규정되어 사회주의를 지향한 반제반봉건혁명이 전개되어 왔다.

② 해방 이후 반혁명적인 미국이 점령한 남한에서는 미군정과 소수 반민족세력이 결탁하여 반제반봉건혁명을 좌절시켰으며, 그 결과 반식민지적 종속과 반봉건적 지주제의 착취가 사회경제의 주요 모순으로 온존하게 되었다.

③ 반면에 혁명적인 소련군이 들어온 북한에서는 반제반봉건혁명이 성공하였다.

④ 한국전쟁은 민주기지인 북한이 미국의 식민지적 지배 하에 있는 남한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성격을 지닌다.

⑤ 결국 식민지 시기에서 한국전쟁으로까지 이어진 해방전후사는 미국 제국주의와 혁명적인 한국 민중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상이 『인식』의 핵심 명제라 할 수 있습니다. (특강 2에서 계속)

이영훈 (서울대 교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공동저자)

* 동포들이 한번 읽어봐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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