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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탈춤의 테두리 4.
기사 입력 2012-11-02 18:12:48  

4
“여보세요- ”
하남성이라 거리가 멀어서인지 신호음이 여섯 번이나 헤딩을 해서야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의심과 피로가 질척거리는 석쉼한 목소리였다.

“나야, 심국이. 요즘 잘 있지?”
“오, 그래… 근데 어디야? 이상한 번호네.”
“안쪽동네. 러시아 하고 조금 떨어진… 휴대폰은 로밍이라 요금이 비싸잖니.”
“짜아식, 모를 넘버라 하마터면 받지 않을 뻔했잖아. 너 짠돌이 본색 아직도 청춘이구나. 근데 거긴 왜?”
“마누라가 들어온대. 러시아에서.”
“러시아에서?”
“왜 잊었나? 니가 관광국에 있을 때 수속해줬잖아.”
“오… 그래 맞다. 생각난다. 가만있자, 그럼 몇 년이 됐지?”
“3년이야.”
“오,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래 돈은 좀 벌었대?”
“모르지. 벌기나 벌었는지… 그건 그렇고 네 일은 잘 되고 있는거지?”
“내 일이야 뭐 그럭저럭… ”
“아무튼 타지에서 몸조심하고… 정말, 하나 물어보자.”
“뭘?”
“너 혹시… 리옥경이라는 여자 알고 있나?”
“리옥경?… 처음 듣는 이름인데?”
“처음 듣는다? 아하,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 네가 자기의 은인이라 칭송이 자자하던데? 1년 전 어느 날 밤에 불한당한테 걸린 자기를 구해주었다면서… ”
“엉? 은인? 불한당?… 너, 너 도대체 뭔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왜? 그런 일이 없었어?… 이상타, 너를 잘 알고 있던데? 네가 관광국에 국장으로 있었다는 사실도… 아, 맞다. 그리고 옛날에 너네 판공실 주임으로 있던 박호걸이도 잘 알고… ”
“박호걸, 뭐야 그 자식도 알고 있더라고? 가만, 너… 혹시 내 전화, 내 주소 알려준건 아니지?”
“시름 붙들어 매. 그건 안 알려줬어. 너하고는 그냥 풋면목이나 있는 사이라고만 했어.”
“확실해?”
“확실하다니까.”
“별게 아니라 내가 지금 처지가 그래서 당부한거고… 그럼 그 여자 특징이나 좀 말해봐.”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보이고, 인물체격도 곱살하게 생겼더라.”
“젠장, 그렇게 말해서야 감이 오나. 더 중요한 특징 없어?”
“아, 맞다. 엉덩이에 문신을 했더라.”
“엉덩이에 문신을 했더라고? 하하, 너 이 녀석 그 여자하고 잔거라도 아니니? 엉덩이 문신까지 볼 정도 됐으니… ”
“아참, 그런 일 아니고. 샌님같은 내가 언제… 실은 내가 지금 들어있는 여인숙에 그 여자도 들어있는데 이놈의 여인숙이 싸구려라 화장실 역시 싸구려 수준이거든. 오늘 새벽 속탈이 나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
“오, 글쎄 그럼 그렇겠지. 네가 언제 흐흐… 근데 그 엉덩이에 무슨 그림을 새겼길래 우리 샌님이 그렇게 환장했지?”
“환장은 무슨… 나비 문신 새겼더라. 범나비. 그것도 칼라로.”
“뭐, 범나비? 칼라로?”
“어허, 듣고 보니 알고 있는 여자야?”
“알기는 개코… 흐흐, 암튼 삼년 홀애비 어쩌다 꽃놀이를 나왔는데 구경만 해서야 쓰겠노? 꺽어도 봐야지…"
"내일이면 마누라가 들어온다는데 뭐…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흐흐…"
"나무아미타불? 니가 뭐 스님이냐?"
"들꽃은 함부로 꺽지 말라는 노래도 있잖아. 크크…"
"씨팔, 동네집 잔치도 아닌데 뭔 이유가 그리도 많아. 그저 맞춤한 장화 한장 잘 골라신고 엉덩이춤 한번 신나게 해보는거지."
"하하, 이거 기분 한번 묘해지는데…"
"그래, 그런 기회 또 찾아올 것 같애? 큰길로만 가지 말고 지름길로도 좀 가봐. 아, 가만있자. 너 휴대폰 그냥 그 넘버냐?"
“그래.”
“그럼 알았어. 나 좀 일이 있어가지고 훗날 보자.”
“그래, 알았어.”

오랜간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고 전화청에서 나오던 나는 잠깐 멈춰서서 아내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의 얼굴 대신 생뚱같은 여자의 얼굴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워오고 있었다. “리옥경”이라는 여자…


<다음 기에>
연변통보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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