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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구를 마주하고 자리잡은 영영구촌
기사 입력 2013-11-03 18:35:23  

ㅡ환인만족자치현 북전자향 영영구촌 제5조선족촌민조

영영구촌(英英溝村)은 북전자(北甸子)향정부 소재지에서 환인현성으로 통하는 도로옆에 자리잡고있었다. 한 로인이 길가 느티나무아래에 앉아서 해볕쪼임을 하고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가 바로 봉창욱씨의 소개로 마을형편을 가장 잘 알고있다는 길을진(吉乙鎭, 78세)로인이였다.

길로인은 일곱살 나던 해인 1942년 길림성 매하구시의 어느 농촌마을에서 이곳에 이사와 70년 넘게 살아왔다. 당시 이 동네에 70여호의 조선족들이 살았다며 오랜 세월속의 기억을 더듬는 로인은 책상서랍에서 자그마한 공책 한권을 끄집어냈다. 마을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명부뒤에 현재 조선족인구가 총 29가구에 94명, 그중 남성 59명에 녀성 35명이라는것과 한국체류자가 15명이라는것까지 깔끔하게 적혀있었다. 길로인의 마을사랑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에 따르면 영영구촌은 두개의 자연부락, 5개의 촌민소조로 구성되였고 제5조선족촌민조가 바로 길로인이 살고있는 자연부락이다. 수전 300무, 한전 370무인데 1인당 한무가량 차례지다보니 이들의 수입원은 극히 제한되여있었다. 촌지도부의 권장하에 집집마다 사과와 빙포도("菜拭?를 재배하고있으나 올해는 기후원인으로 본전도 뽑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였다. 올해도 세 가구가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논농사를 부치고 기타는 한국행에 매달리고있었다. 길로인의 경우 시집간 네 딸은 말치 않아도 큰아들내외와 쌍둥이손주 네식구 모두 한국을 다녀왔었고 둘째아들내외와 손주 세식구 모두 5년전부터 한국에 체류중이다.

길로인은 수입원이 적은것을 빼고는 물 맑고 공기 좋고 현성과도 불과 30킬로메터여서 살기가 괜찮는데도 젊은이들이 돌아오려 하지 않아 조선족이 사라지는건 시간문제라며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을 나무랄수는 없는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로인은 창문너머 훤히 바라보이는 앞산이 고려구(高{RB")라며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산중턱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여러 갈래의 전호(5岫?흔적은 지난날 우리 민족의 항일력사를 말해주고있다고 했다. 《환인조선족 200년》책자에서도 영영구촌을 포함 북전자지역이 박대호(朴大浩)가 이끈 조선혁명군의 주요 활동무대였다고 서술하고있다. 또한1938년 일제와의 싸움에서 희생된 조선혁명군사령부 련락관 김영옥(金英玉)이 영영구촌사람이고 조선혁명군 제1군 참모장이였던 김윤걸(金允杰)도 영영구촌사람이라고 밝히고있다.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길로인은 부엌에 들어가 주먹만한 빠알간 사과 두개를 가지고 나와 맛보라며 건네준다. 지방특산인데 직접 재배한것이란다. 한입 뚝 떼여물자 향긋한 사과향이 코를 찌르고 달콤한 과일즙이 입안을 메운다.

래년에도 대풍이 들도록 기후가 좋았으면 하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김창영기자
료녕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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