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조지 오웰의 《1984》
기사 입력 2021-04-12 06:04:14

조지 오웰이 보는 ‘세상’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디스토피아 소설, 미래를 예견한 소설, 어둡고 암울한 결말을 드러낸 이야기…

조지 오웰의 《1984》는 정말로 어둡고 절망적인 미래만을 예견한 소설이였을가?

“한권의 책은 균형 잡힌 구조로 세워지고 전체를 개조할 준비가 되여있지 않는 한 여기저기서 단순히 큰 덩어리를 떼여버릴 수는 없습니다…”

왜 오웰은 이 책 속에 ‘신어의 원리’ 수정을 거부했을가?

“답은 단순한 문법에 있을 수 있다. 첫 문장부터 ‘신어의 원리’는 과거시제로 일관되게 쓰여있다. 마치 신어가 문자 그대로 이미 과거가 되여버린 1984년 이후 력사의 한 부분을 암시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오웰이 의도한 《1984》라는 소설의 실체는 무엇일가?

‘백 브라더의 세계 지배를 암울한 결말로 그린 작품’을 넘어 ‘빅 브라더의 세계를 이겨낸 이후의 이야기’로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순간, 진짜 《1984》를 마주할 수 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당연히 1984년, 세계는 영구적인 전쟁중이다. 50년 전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리유는? 전쟁이 지속되여야 지배층이 국민을 통제할 명분이 생기니 말이다. 즉 소설에서 전쟁은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

소설 속에서 지배자계급인 빅브라더는 시민들을 24시간 감시한다. 여기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리용한다. 이 장치는 겉보기에는 TV처럼 보인다. 텔레스크린에서는 시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방송을 송출한다. 조작한 통계자료로 우리의 삶은 전쟁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떠들어댄다. 텔레스크린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여있다.

그리고 그 방송이 나오는 동안 텔레스크린은 감시카메라처럼 사람들을 감시한다. 조금이라도 지배층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은 경찰에게 잡혀가 잔혹한 처벌을 받는다. 구체적인 법안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다만 지배층을 숭배하지 않는다고 의심받을 만한 모든 행동 자체가 금지되여있다. 일기를 쓰는 것도,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처벌대상이다.

사람들에게 허락된 것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똑같은 슬로건을 웨치고 영원히 일하며 빅브라더를 믿고 사랑하는 일 뿐이다. 아무리 봐도 뭔가 한참 잘못된 사회처럼 보이지만 작중의 사람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영양실조에 걸린 채 다 떨어진 신발을 질질 끌며 어슬렁거려도 텔레스크린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우리의 삶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이런 체제에 의문을 품은 마지막 인간 윈스턴, 그런 맥락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빅브라더 사회에서 보기 드문 별종이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다. 빅브라더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빅브라더는 너무 똑똑하거나 생각이 많은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한 뒤 실종처리해왔다. 윈스터는 자신이 2년 안에 증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빅브라더에 대한 의심을 접지 못한다.

그는 외부당원이다.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신문기사 내용을 현시점에서 당의 로선과 맞아떨어지게끔 수정한다. 수치를 조작하는 간단한 작업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산 사람을 죽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작업도 한다.

심지어 쵸콜레트 배급량을 일주일에 20그람으로 올려준 것에 대해 빅브라더에게 감사하는 시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어제만 해도 쵸콜레트 배급량을 일주일에 20그람으로 ‘줄인다’는 발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2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바꿀 수 없다는 건 진실이다. 하지만 윈스턴의 직업은 과거 사건에 대한 기록을 교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론리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하지만 빅브라더는 모순에 의문을 가지는 언행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윈스턴을 제외한 다수의 시민은 거부감 없이 이중사고를 하고 빅브라더의 메시지를 그저 받아들인다. 그렇게 아무런 의구심없이 충성을 다하는 시민들 덕분에 빅브라더는 편하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주인공 윈스턴은 슈퍼히어로처럼 세계를 구하지도, 혁명군처럼 정의를 위해 싸우지도 않는다. 다만 공포, 증오, 고통만이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랑, 우정 그리고 사생활이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할 뿐이다.

하지만 《1984》의 세계는 끝내 절망적이다. 윈스턴은 결국 경찰에게 잡혀간다. 빅브라더가 금지하는 생각을 하고 지하 투쟁단체에 가입했으니 명분은 충분하다. 그곳에서 윈스턴은 끔찍한 고문을 받는다. 고문의 목적은 빅브라더를 의심하는 마지막 인간의 사상을 개조하는 것이다. 차라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울부짖던 윈스턴은 결국 굴복한다. 빅브라더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마음까지는 지배할 수 없다고 믿던 사내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는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저 시커먼 코수염 아래에 숨겨져있는 미소의 의미를 배우는 데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다. 모든 게 잘되였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마치 인류의 멸망을 본 것처럼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과연 내가 속한 사회는 과거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내가 속한 사회는 과거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가? 과연 ‘나’는 이 세계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신연희
연변일보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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