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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유령낚시터/중국조선족괴담 6.
기사 입력 2012-09-30 15:42:16  

    해가 지고있었다.
    피빛 노을이 불타고있었다.
    돌무덤 하나가 석양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박주인의 도사견《워리》의 무덤이였다. 나와 친구 그리고 박주인 셋이서《섬》주변에 널려있는 돌들을 주어다 정성들여 쌓은 무덤이였다. 강아지때부터 4년동안 쭉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는《워리》의 무덤을 마주하고 박주인은 마냥 침울한 표정이였다. 애꾸눈을 슴뻑거리며 굳게 입을 다문 그 표정은 누군가 위안의 말이라도 건네면 금방 울어버릴것만 같았다.
    인젠 뽀트에 올라 귀로에 올라야 할 시간이였다. 수면에 비낀 노을이 점차 바래지고 있었다. 하지만 박주인은《워리》의 무덤을 서성거리며 종시 떠날 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머리속을 비상하고 있는 그 푸주간 갈구리같은 의문 때문에 아까부터 친구와 시선을 교환하며 머뭇거리고 있는 중이였다. 종내 박주인과 친분이 있는 친구가 군색스레 몇 번 잔기침을 쿨럭이더니 서먹서먹 입을 열었다.
   《저, 박주인 이젠 그만 가볼까요? 날도 차차 어두워지는데…》
   《어, 벌써 그렇게 됐는가?》
    돌무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박주인은 새삼스레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우리 곁으로 어청어청 다가왔다.
    그 순간 나는 용기를 내여 머리속을 휘젓고 다니던 그 의문을 박주인에게 넌지시 던졌다.
   《근데 저기 저 옛무덤의 주인은… 누구인지요?》
   《저 무덤의 주인이?》
    박주인은 내 물음에 꿈틀 놀라는 표정이더니 황급히 친구에게로 애꾸눈을 가져갔다. 습관적으로 입술을 실룩거리는 난처한 표정에 도움을 요청하는 뜻이 력력했다. 하지만 친구 역시 여태껏 그것이 알고 싶었다는 듯 잠자코 박주인을 직시하자 박주인은 멍한 자세로 한동안 갈등을 보였다. 잠시 후 드디여 체념했다는 듯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친구가 제꺽 담배를 건네고 라이타를 꺼내 찰칵 불을 댕겼다.
    이야기 끈을 푸는데는 담배가 가장 약발이 듣는다고 했던가…
    박주인은 목마른 사람처럼 련거퍼 뻑뻑 몇모금을 빨더니 이윽고《휴~》하고 한숨처럼 연기를 토해내며 지그시 석양을 응시했다.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우멍하게 꺼져들어간 애꾸눈이 푸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내려이션같은 박주인의 공허한 음성이 추억속으로 깃을 치기 시작했다.
   《허허… 이곳에다 낚시터를 맹그는게 아닌데… 팽팽이같은 세월에 남처럼 먹고 살자고 하니까… 내 엇저녁에 이미 토설은 했으니 저네들두 알고는 있겠지만은 여긴 옛날에 학교자리였다우.
    당시 학교이름은 <강촌조선민족국립학교>라구. 광복이 나던 해에 세워졌는데 64년도부터 방일우라는 분이 교장을 맡았지유. 조선에 남북전쟁이 터지니까 통역으루 나갔었는데 전쟁이 끝나서는 조선 함흥 어드메서 교원으루 있었답디다.
    그러다 부모생각이 간절하니 연변에 있는 고향으루 다시 강을 건너온 분인데 정작 돌아와 보니 부모님들두 모두 돌아가시구 그 혼자 외바라기가 되였지유. 그래서 학교에 있다가 그 후에 교장을 했는데 여기 이 주변에 있는 나무들두 모두 그 시기 그분이 앞장서서 한대, 두대 심은거라우.》
    나와 친구의 눈길은 약속이나 한듯 주변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로 휙 옮겨갔다. 나무들도 박주인의 고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양 조용히 가지를 늘어뜨린채 침묵하고 있었다.
   《항시 중절모를 눌러쓰고 두볼에두 구레나룻이 더부룩해서 웬만해선 얼굴도 잘 알리지 않을 지경이였는데 턱은 또 한번만 봐도 잊혀안지게스리 길쭉한 주걱턱이였지유. 노상 두루마기 차림에 마음은 또 비단처럼 얼매나 고왔던지…》
    찰나 내 뇌리로 아까 환각속에 스릴러처럼 등장했던《괴로인》의 모습이 번개같이 지나갔다. 허망 층계를 헛디딘것처럼 벌컥 심장이 고도했다.
    (환각? 아니면 우연?)
    내 심장이 커다랗게 고동치는 소리가 손에 잡힐듯 투닥투닥 들려오기 시작했다.
   《휴- 방교장 그 량반은 민족심이 대단했지유. 그 시절에두 마을에 조선족학교가 없어 한족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집들이 혹간 있었는데 그때면 방교장은 용케 알고 찾아가서는 한바탕 욕을 해댔지유. 조선눔의 새끼가 조선말, 글두 모르구 앞으로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할수 있느냐고 말입니더. 글고는 당장 우리마을 학교로 애들을 끌고 오군 했지유. 자신이 기숙한 직일실을 새로 넓히고 거기서 애들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면서까지 말이유…
   《헌데 66년도부터 <문혁(문화대혁명)>바람이 터지는데… 아, 가만있자 저네들은 그때 어려가지구 잘 모르겠지만 그눔의 정치운동이 대단했다우. 좀만 문제가 있다하믄 공사(公社)간부, 현(县)간부는 둘째치구 주(州)구 성(省)에 있는 어른들두 우사칸에 들어가 자백을 해야 하는 무서분 세월이였는데…
    후에 들어서 알지만 주덕해(연변조선족자치주 제1임 주장) 아바이두 그때 잘못됐다구 하데유. 암튼 그런 난시에 방교장같은 분들이사 더 견디는 재간이 없지유. 이 부근에서는 가장 완고한 <민족주의자>에 <조선특무>로 몰려가지구 장새 취조를 당하고 자백을 하는데… 사람이 아니라 씨름판 황쇠래두 못견디지유.
   《푸- 그러다 나흘째인가 그날두 지금처럼 이렇게 어슬어슬할 때인데 정치대장이 헐떡거리며 나를 찾습데다. 당장 대대사무실로 가서 진맥을 좀 하라구요. 아 이제 말하지만 난 그때 공사에서 조직한 맨발의사 학습반에 다녔지라우. 내가 농중졸업생이라구 생산대 의사루 배양시킨다며 보낸거지유. 근데 햇내기다 보니 아직 진맥이라는건 제로인데 정치대장이 와서 중요한 정치임무라고 하는데야 모른다구, 안간다구 뻐길수두 없구… 그래서 속이 한줌만 해가지구 따라갔습니다.
    정치대장이 나를 데리구 간곳은 생산대 우사칸이였는데 아 글쎄 쇠구시(소구유)안에 방교장이 처박혀 있는게 아니겠수. 어찌나 매를 맞았으믄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두 없구 팔두 꺽자로 부러져 있습디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집에두 자주 마실오던 분이라 영 낯익다고 해두 그때는 통 무서버가지구 어쩔바를 몰랐지유.
    그런데두 정치대장이 빨리 맥을 짚어보구 방법을 대라구 하니까 피끗 생각나는게 인중을 누르는 방법밖에 없습디다. 숨이 잠잠한 사람의 인중을 무작정 엄지로 꽉 눌렀는데 처음에는 아무 반응도 없습디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다시 꽉 눌렀는데 희미하게 눈을 뜨면서 한참 나를 보더니 뭐라고 입술을 실룩거리데유. 무슨 말을 하는가 바투 귀를 가져갔지유…》
    박주인은 잠시 이야기를 끊고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친구가 제꺽 담배갑을 내밀었다. 거기에 마지막 담배 한 대가 들어있었다. 박주인이 내밀었던 손을 잠간 주저하자 친구가 아예 담배갑에서 담배를 뽑아 박주인에게 넘겼다.
   《허허, 막대는 장인어른두 안준다고 하던데…》
    그러면서 우리를 넌지시 빗질하는 그의 얼굴에는 오래간만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자 어서 붙이십시오.》
    뒤미처 내가 친구의 손에서 라이타를 빌려 찰칵 그의 앞으로 대령했다. 미풍에 간들간들 춤을 추는 불꽃위로 담배를 갔다대고 힘차게 빨아대는 박주인의 두볼이 움푹 패여있었다.
   《푸-》
    길게 토해내는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가물가물 사라질 즈음 박주인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무슨 말이였나 하면… 휴~ 유언, 유언이였지유…》
   《유언?》
    나와 친구는 이구동성으로《꿱!》물음을 뽑았다.
   《그래, 유언이였수. 자기를 학교마당에 묻어달라는…》
   《학교마당에요?》
    나와 친구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불현듯 우리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이곳이 바로 이야기속의 학교자리였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어마지두 근처에 있는 무덤으로 시선이 날아갔다.
    으스름속에 둥그렷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무덤은《그래,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바로 나야.》하고 수긍이라도 하는듯 덤덤히 우리를 마주보고 있었다. 부지중 등줄기로 소름이 확 끼치며 신경이 팽팽해졌다.
   《그래서요?》
    친구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채찍질했다.
    박주인은 어느새 꽁초가 돼버린 담배를 잠간 내려다보더니 다시 석쉼한 음성으로 뒤를 이었다.
   《그리구… 숨이 멎습디다. 그때 사람이 죽는걸 처음 봤지유. 내 코밑에서 말이우다. 하긴 한국에서 노가다를 뛰면서 추락사를 본적두 있는데 그건 후제에 있은 일이고… 암튼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보다 못하다던 말이 맞긴 맞습디다. 그렇게 펀펀하던 사람이…
    그때 정치대장이 내 등을 쿡 찌르데요. 어찌 됐는가구 말입니다. 그래서 돌아간것 같다구 하니까 마구 흔들어보데유. 그래두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나한테 이제 금방 방교장이 무슨 말을 했는가며 따지데유. 그래두 피끗 머리 하나는 돌아가지구 아무 말도 못했다구 하니까 눈알을 부라리더니 그만 가봐라구 합디다. 그리구… 그날 한밤중에…》
   《한밤중에요?》
    박주인이 이야기를 끊고 담배꽁초를 뻐금거리자 친구가 바삐 뒤를 쫓았다.
   《한밤중에 우사칸에 불이 났는데 하, 불길이 어찌나 센지 도저히 끌수가 없었지유. 몽땅 타버렸습니다. 다행히 몇 마리 안되던 쇠들은 저수지를 짓는 민공들이 끌고 가다 보니 화를 면했지만은… 이튿날에 소문이 파다했지유. <조선특무> 방교장이 죄가 무서버가지구 우사칸에 불을 지르구 자살했다구요…
    그때 우리 부친이 생전이였는데 저하고 따져 묻습디다. 대관절 어떻게 된 판국인가구. 그래서 사실대루 말씀드렸지유. 우리 부친두 지원군에 담가대루 나가 있었던 분이라 그럭저럭 방교장과 사교가 있었지유. 부친은 제 말을 듣구 알았다믄서 절대 누군한테두 발설하지 말라고 천당부 만당부 합디다. 그리구 이튿날 한밤중에야 돌아오셨는데 들어와서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면서 얼굴을 씻습디다. 얼결에 보니까 두손이랑 옷자락이랑 숫검댕이가 가득 묻어있더군유…》
   《그런데 박주인은… 그래 당시 박주인 부친께서 방교장의 유언대로 그의 유골을 학교마당에 묻었다는 사실 알고라도 있었단 말입니까?》
    나는 잠자코 있다가 그래도 뭔가 미심쩍어 다시 물음을 걸었다.
   《어슴푸레 짐작은 했지유. 부친이 절대루 방교장을 그대루 보낼수가 없다구유. 그러고 보니 우리 부친두 참 생각이 깊은 분이였습니다. 저쪽 동산에다 방교장의 가짜 무덤을 따로 만들어 두었으니…》
   《그리고 유골은 그의 유언대로 슬그머니 학교마당에 묻었단 말입니까?》
   《그렇지유. 그것도 난 감감 모르고 있다가 여기다 낚시터를 앉히면서 발견했지유. 아들놈이 불도젤루 땅을 밀다가 봇나무껍질이 무둑하게 나오니까 이상해서 가봤더이 글쎄 그속에서 유골이 나지는게 아니겠수. 그때야 벼락치듯 생각납디다. 아, 부친이 방교장을, 그 량반의 유언대루 과연 여기에다 모셨구나 하구요.
    그래두 이왕 돈을 멕이구 시작한 공사라 어찌할수도 없구, 속으로는 께름직하면서두 계속 공사를 내밀게 하구 이렇게 가운데다 섬을 맹글어가지구 다시 모셨지유. 잘만 모시면 별탈이 없을게라구 말입니다. 근데 일이 이렇게 될줄을 누기 생각이나 했겠수… 허헛, 참 귀신이란 없다구두 말못하구…》
   《맞는 말씀입꾸마.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모르니까. 특히 어떤 현상은 지금의 과학으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니… 그건 그렇고, 박주인은 오늘 저녁 우리와 함게 시내 아들집으로 들어갑시다. 당분간 낚시터는 문을 닫아야 할것 같습니다.》
   《글쎄…》
    박주인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때 친구가 시적시적 뽀트쪽으로 다가가며 지나가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여긴 억울하게 돌아가신 우리들의 큰 어른이 계셨구만요. 참, 그것도 모르고 돈때문에 그런 분의 잠을 깨우기에만 성급했으니…》
친구는 점도록 하늘을 우러러 뭔가 말하려다가 절레절레 도리머리를 하며 뒤말을 흐렸다.
   《자, 갑시다.》
   《휴- 그러기우. 이젠 가야지…》
    내 권유에 박주인도 다른 방도가 없다는듯 저벅저벅 내 뒤를 따라 뽀트에 올랐다. 친구와 내가 박주인을 가운데에 모시고 뽀트의 앞뒤머리에 올방자를 틀었다.
    시각 우리들한테 모든 비밀을 털어놓은 박주인은 말없이 푹 고개를 떨군채 허탈한 모습으로 묵묵히 침묵하고 있었다. 마치 선생앞에 죄를 지은 아이처럼. 나는 그러한 박주인의 모습을 일별하고는 손에 쥐고있던 삿대를 힘껏 뒤로 떠밀었다. 출발신호처럼 뽀트가 기우뚱하고 반응을 보이자 친구도 머리위켠 철사에 드리운 끈을 와악와락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저쪽 대안과 이어진 끈이 팽팽해지면서 급기야《와르르!》활차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인젠 어스름이 제법 똬리를 틀고있었고 별님도 하나 둘 얼굴을 보이고있었다.
    생뚱같이 방금 전 친구가 흐린 뒤말이 구경 무엇이였는지 궁금해났다.
    친구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것일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방교장을 동정하는 말?
    아니면 이곳에 낚시터를 앉힌 박주인을 타매하는 말?…
    두서없이 생각을 굴리고 있는 가운데 뽀트는 어느새 못 중심에 이르렀다.

   《웡! 웡!…》
    그때였다.
    갑자기 귀익은 개의 울부짖음소리가 소스라치게 들려왔다!.
    어???…
   《워리》!!!…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그 소리 나는 곳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불가사의!
    그랬다!
    불사사의하게도 섬이 훤히 빛나고있었다! 아니, 섬 전체가 아니라 바로 방교장의 무덤이 있는 그 주위가 마치 스포트라이트(聚光灯)를 받은 무대처럼 훤해지고있었다…
    아아, 그런데! 저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 자기의 두눈을 의심할수밖에 없는 기괴한 현상이 지금 그곳에서 벌어지고있었다!
    날아갈듯 치마말기가 번쩍 들린, 고색이 창연한 조선족 전통 팔간집이 우뚝 솟아있었는데 활짝 열린 창문가로부터 은은한 불빛이 새여나오고있었다. 뜻밖에도 그 창문너머 집안에는 삐서 중절모를 눌러쓰고 두루마기차림을 한 아까 내 환각속에 등장했던《로인》이 올방자를 틀고있었고 그의 앞에는 어디서 왔는지 낯모를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있었다.《로인》은 지금 손에 책을 들고 절도있게 몸을 흔들면서《수업》을 하고있는 중이였다!
   《ㄱ ㅏ 가, 가시라는 가!》
   《ㄱ ㅏ 가, 가시라는 가!》
   《로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애들이 큰소리로 따라 읽었다.
   《ㄴ ㅏ 나, 나무라는 나!》
   《ㄴ ㅏ 나, 나무라는 나!》
    나는 두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 미칠 지경이였다!
   《ㄷ ㅏ 다, 다리라는 다!》
   《ㄷ ㅏ 다, 다리라는 다!》
    …… …… …… ……
    글 읽는 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가시?… 나무?… 다리?…)
    그저 넋을 놓고 두눈이 떼꾼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불쑥《툇마루》아래에《괴물》이 나타났다.《작은 괴물》이였다. 아니, 분명 인간의 모습을 했는데 놀랍게도 머리가 없었다!《괴물》은 손에 낚시대를 들고 깡충거리고있었고 그 뒤로 개 한 마리가 비실거리고있었다.
   《얘, <펑덩녀> 손자야, 글다 상하믄 어쩔라구. 어서 다른데 가서 놀아라 잉,…》
    그때 집안에서《로인》의 유화한 음성이 흘러나왔고 거기에 대신 답이라도 하듯 개가《웡! 웡!》 짖어댔다.
   《앗! 저, 저건… 워, 워리?》
    내가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워리야!-》하는 박주인의 절박한 음성과 함께《풍덩!》물소리가 났다.
   《앗! 박주인- 》
    친구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바람에 나는 펄쩍 정신을 차리고 마구 벌렁거리는 뽀트 언저리를 붙잡으며 이리저리 수면위로 갈팡거리는 눈길을 던졌다.
   《워리, 워리야… 》
    무작정《섬》을 향해 냅다 자맥질을 해대고 있는 박주인의 모습이 위태롭게 시야에 안겨왔다.
   《아, 박주인 위험합니다. 가지 마세요! 가지… 》
    악을 쓰듯 나는 박주인의 어슴푸레한 형체를 향해 입이 찢어져라 부르짖었고 찰나, 친구의 근처에서 확 하고 불길이 일어났다. 웃동을 벗어던진 친구가 자신의 셔츠에 불을 단것이였다. 한뼘이나 치솟아 오른 라이터 불길이 불 붓는 셔츠와 함께 허공중에 너울거렸다.
    순간《섬》에 나타나있던 기와집이 간데없이 사라졌고 글 읽던 소리도 쑥! 꺼져 들어갔다.
   《박주인!- 박주인!-》
   《워, 워리야… 》
    우리들의 다급한 부름소리에 어디선가 철벅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미약한 음성이 실려왔고 초롱불처럼 이쪽저쪽 황급히 자리를 옮기던 친구의《셔츠홰불》이 마지막 빛을 발할 즈음 그 소리도 감감 사라져버렸다. 주위는 삽시에 칠흑속에 포위되고 말았다.
   《아, 박주인… 》
    한점 불빛도 없는,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등줄기로 소름만 쫙 끼치는 그 무시무시한 공포를 이길수 있는 길은… 오직 소리를 지르는것 뿐이였던가?
    급기야 나와 친구는 거의 반사적이라 싶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박주인!- 박주인!- 》
    무겁게 정적인 드리운 낚시터에는 그러한 우리들의 목갈린 음성만이 귀신의 호곡소리처럼《꺼이꺼이》울려퍼지고 있을 뿐이였다… ….

<1부 끝>

연변통보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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