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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유령낚시터/중국조선족괴담 3회
기사 입력 2012-09-26 10:18:53  

   《그래 그 소릴… 확실히 들었단 말이지?》
   《예꾸마!》
    퍼렇게 질린 박씨의 표정에 친구가 다시 한번 힘있게 대답했고 나는 무겁게 머리만 끄덕였다.
    벌써 세번째로 되는 질문이였다. 푸름하게 창문이 밝아오고있었다.
   《깜밖 잠이 와가지고 끄덕끄덕 조는데 쟤가 꿱 소래기를 지르더란 말이꾸마. 화닥닥 놀래가지구 뛔갔더이 큰게 물린게 아이겠슴둥. 기래서 한바탕 전투를 했는데 정작 잡아가지구 코를 막 빼내려구 하이까 뚱단지같은 애울음소리가…》
    네번째로 되는 시말이였다. 천정에 걸린 촉수낮은 백열등이 창백하게 빛났다.
   《저…》
    끊은지 몇해가 되는 담배를 묵묵히 뻐금거리고있던 나는 종내 머리속에 굴러다니고있던 의문을 조심스레 박씨앞에 꺼내놓았다.
   《저, 그 <살려달라>는 소리 들으면 죽은 애를 낳는다고 하던데…》
   《아! 정말, 그렇다고 했습지?》
    그제야 생각났다는듯 친구가 제꺽 내 말을 부축하며 박씨를 기웃했다.
   《글쎄…》
    피발이 선 박씨의 외로운 눈길이 애매하게 천정을 핥고있었다.
   《마을에 요즘… 임신부가 있습니까?》
    나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물음표를 조준했다.
   《이러믄 귀신이 있다는 말 정말루 되잖는가. 허허…》
    대신 박씨는 친구한테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신경질적으로 더수기를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망조유, 망조! 마을이 스산해지니까 별난게 다 뛰쳐나와 설쳐대지 않나… 젠장, 돈이구 뭐구 이놈에걸 다 때려치우구 얼씨덩 아들집에나 가야지. 이러다 또 생사람을...》
    그러던 박씨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탁!》무릎을 쳤다.
   《옳수다! <펑덩녀>네 며느리가…》
   《네에?》
    나와 친구는 감전이라도 된듯 동시에 화뜰했다.
   《마을 동쪽에 <펑덩녀>란 과부가 있는데 그 집에 마흔둬살으 먹은 더께머리가 있다우. 용철이라구. 갸가 지지난해 친구 따라 황산이라든가 뭔가하는 남방 어디 유람지에 가서 장뇌삼장사를 하다가 올봄에 돌아왔든데 올적에 배가 불룩한 한족 녀자 하나르… 후에 들을라니까 미혼처라 합디다. 하긴 요즘 세월 한족이든 뭐든 몽달귀신이 되기보담은 아무 녀자래두 후딱 얻어가지구 장개드는게 선수지유. 근데 어제 아침에 붕어생회를 해먹자구 보이까 식초가 바닥이 났더구먼. 기래서 상점에 가다가 큰길에서 <펑덩녀>를 만났지유. 칠십이 다 된 로객이 희한한 짐을 한보따리 꿍졌길래 심심해서 물어봤더이 그 집 한족며느리 요즘이 해산일이라믄서…》
   《그래요?》
    나는 친구와 의미있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 집 며느리 어느 병원에 들었다덤둥?》
   《그 노친이 장도택시에 앉으믄서 하는 말이… 가만 있자, 시에 있는 무슨 부유병원이라 했든가?》
   《시부유병원?》
    내가 중얼거리자 친구는 잘됐다는듯《짝!》구들장을 쳤다.
   《오케이! 거기 리원장은 내가 잘 알아. 몇번 취재한 적이 있거든.》
    뒤미처 미닫이 문설주에 지그시 베개를 받히고 꺽자로 기대있던 친구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바람에 박씨가 움찔했다.
   《아니, 지금 떠나려구? 아직 세시두 안됐는데…》
    그말에 내가 재털이에 담배꽁초를 비벼끄다 말고 벽시계를 흘끔거릴 때였다.
   《컹! 컹! 컹!…》
    갑자기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급촉하게 들려왔다. 낮에 박씨를 호위하고있던 검둥개가 뇌리에 언뜰했다.
    (누가 왔나? 어느 쪽이지?)
    다시 귀를 기울이는 찰나, 불현듯 그 소리는《낑낑…》애처로운 신음소리로 바뀌더니 뚝 끊어졌다.
    ???
    부엌 널마루에 앉아 뜨악한 표정으로 바깥 동정을 살피고 있던 박씨가 끌신을 꿰차기 바쁘게 후닥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누구냣!》
    그러자 친구가《꿱!》소리를 지르며 봉당구석에 놓여있던 쇠부지깽이를 꼬나들고 막바로 달려나갔고 그 뒤를 나는 자석에라도 끌린듯 황급히 따라나섰다.
    박씨는 어느새 50여메터 떨어진 양어장 변두리까지 달려가 있었는데 두손을 입에 가져간채《워리!_ 워리!-》하고 개를 부르고있는 중이였다.
    서서히 으스름이 가셔지고있는 낚시터 수면에는 아직도 스러져가는 안개의 마지막 자락들이 잠을 채 깨지 못한 아이들처럼 게으름을 부리며 흐느적거리고있었다. 삼복과 쟁투하는 한여름철이라고 하지만 코끝에 맞혀오는 새벽기운은 싸늘했고 낚시터와 가까이 해서인지 비릿한 내음도 배여있었다.
   《개는요?》
    허둥지둥 박씨한테로 다가간 친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거 수상하기루… 꼭 여기서 들려온것 같은데?》
    절레절레 도리머리를 하는 박씨의 얼굴은 근심과 놀라움으로 잔뜩 이그러져있었다.
   《개도적놈들 소행이 아닐가요?》
    조심스러운 내 물음에 혹시 먹이를 물고 어디 숨어든게라도 아닌지 부지깽이로 못가의 우거진 수풀속을 툭툭 건드리던 친구가 퉁명스레 반박했다.
   《걔들 짓이라면 이렇게 빨리 도망치는가?》
    그랬다. 100여근이 훨씬 넘어보이던, 성깔도 사나운 도사견(몸이 크고 살이 많으며 싸움을 잘한다. 성질이 포악하여 주인이나 자기 새끼도 무는 경우가 있다. 투견용으로 육종한 것으로 일본 시코쿠(四國)섬 도사가 원산이다.)을 단매에 때려없고 또 흔적도 없이 갈무리해서 뺑소니를 친다는건 성구 그대로 어불성설이였다.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 나는 재다시 낚시터 주변에 눈길을 돌렸다. 장방형으로 못가 주변에 늘어선 느틔나무들이 뚜렷하게 시야에 안겨왔고 무심코 그것을 흘끔거리던 나는 급기야 어제밤의 일들을 떠올렸다. 느틔나무… 학교… 잉어… 흐느낌소리… 친구의 돌팔매질… 퍼덕이던 물고기…
   《아, 맞다!》
    비명처럼 던지는 내 웨침에 박씨와 친구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물고기, 바로 저기야!》
    내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파란 텐트 두개가 실안개속에 모습을 드러내고있었다. 간밤에 우리가 들어있던 텐트였다. 때아닌 귀신소동에 혼겁했던 나머지 고기고 낚시고 죄다 그대로 던져버리고 허겁지겁 박씨가 기거하고있던 방갈로에 뛰여들었던 우리였다. 하지만 후각이 예민한 사냥개는 분명 우리가 내버려둔 물고기의 냄새를 맡았을것이고 거기에 유혹되여 찾아갔을것이다. 결국 사냥개는 위험한 줄도 모르고 낚씨가 박혀있는 물고기를 그대로 걸탐스레 삼켰을것이고…
    쏜살같이 텐트쪽으로 달려가는 내 뒤로 박씨와 친구가 헐레벌떡 쫒아왔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고 뒹구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텐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훤히 날이 밝았지만 정작 저 혼자 그 텐트를 마주하자 새삼스레 두려움이 갈마들었다. 저도 몰래 발걸음이 주춤해졌다. 공연히 발목을 삐인것처럼 엉거주춤 멈춰서서 씨근거리는데 금방 친구와 박씨가 쫓아왔다. 그들은 간밤의 일을 깜깜 잊었다는듯 곧장 나를 지나쳐 씽 텐트앞으로 달려갔다. 그바람에 저으기 무안해진 나는 바삐 몸을 일으켜 그 뒤를 다쫓았다.
   《아니, 이게 뭐야?》
    그때 친구의 놀란 소리가 터졌다. 재빨리 걸음을 옮겨 그쪽으로 다가간 나는 눈앞의 광경에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간밤에 우리가 낚아올렸던 고기가 뼈만 하얗게 남아있었던것이다! 더욱 놀란건 친구가 낚시를 뽑다말고 돌팔매로 가격했던 그 잉어의 머리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것이였다! 거기에 걸려있던 낚시줄 그리고 낚시대도 보이지 않았다!
   《워~리! 워~리!》
    사냥개 찾기에 실패한 박씨가 목갈린 음성으로 또다시 개를 부르는 소리가 마치 땅속에서 들려오는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음 기에>

연변통보 20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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