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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외래어 잡담...
기사 입력 2018-01-24 08:49:27  

이 세상에 언어가 없다면 거의 소통이 불가능하고, 세계의 기억장치가 황폐해 질 것이 뻔하다. 언어는 민족과 국가가 생존하는데 뿌리와 초석과도 같다. 언어는 나라환경 영향을 받으며 편향적인 ‘극단’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국은 93%이상이 한어(汉语)를 사용하는데, 소수민족은 한어를 잘 못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사업과 생활에서 한어가 짧아 자기 의사 표달이 잘 안 되어 갑자르기도 한다. 한때는 우리민족이 인근에 민족학교가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자식을 한족학교로 떠미는 현상이 많았다. 자식 출세를 위해선 한족학교로 보내는 것을 당연한 줄로 알았고, 적어도 중국에서 자기 앞의 말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때는 한족학교에 나와 한어로 꽝-꽝 말하는 사람을 흠모하기 까지 했다.

그렇게 조선어가 밀리다가 천지극변이 일어난 것이다. 92년 중한수교로 많은 인파가 한국행을 하면서 한국어(조선말)의 위상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이 중국대륙 진출로 한국말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더욱이 2007년도에 출범 된 무연고동포 한국어능력시험 전산추첨으로 하여, 한국어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이 신이 나 했고, 배우는 학생들이 자부심을 얻게 되었다. 한족들까지 한국어를 배우는 열조가 일어났다. 그런 기류속에 성년이 다 된 자식들은 자기를 한족학교로 떠밀었던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다.

헌데 직접 한국에 와 보면 한국말을 알고 쓸 줄 안다고 으시대다간 큰코를 다칠 수도 있다. 한국 땅을 디디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거리 마다 촘촘하게 붙은 간판이다. 한국어로 된 간판과 영어발음으로 된 간판이 반반을 차지 한다. 영어발음 공부를 하지 않고선 눈 뜬 소경과 다를 바 없다. 하이마트니(전자품상점), 모텔(큰 여인숙)이니, 인테리어(실내 장식)요 하는 것들은 묻지 않고선 모른다. 미국사람도 이런 간판을 보고는 어리둥절 할 게다. 발음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 문자는 한글로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발음만 영어로 되었어도 미적 감각을 주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보는 것일까. 아마 이 나라 사람, 디자인 설계사들은 자기 나라 한글명사로 달면 촌스럽게 여기는 모양이다. 낙후하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보는 것 같다. 기실 한국 농촌은 신선하다. 구시대적인 원양(原样)에서 벗어 났다고 할 수 있다.

7년 전, 내가 한국 와서 처음 찾은 일이 식당 숯불장치었다. 식당이름이 “모이세 돼지갈비”인데 첫날 사장한데 물었다. “‘모이세’ 는 무슨 영어 단어입니까?” “그저 ‘모이세요’ (모두어라)하는 한국말이지요.” 허참, 영어 간판으로 된 이름이 하도 많기에 무엇이나 외래어로 착각했던 것이다. 한국인의 대화에서도 외국어 발음이 빈번히 튕겨 나온다. 삼성반도체에 갓 출근했을 때 일이다. 그때 한 반장이 “와이프 왔어요?” 하는 말에 나는 옆의 친구를 툭 치며 누구 와이프를 말하는가고 물어 본 일이 있었다. 나는 아내를 영어로 와이프라고 한다는 것을 김성종 추리소설에서 본 기억이 났다. 친구로부터 아까 반장이 말한 ‘와이프’는 비닐에 포장한 고급스런 물걸레(물티슈)란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하품 같은 웃음이 나왔다. 우리 동포들이 건설현장에서 영어로 된 장비이름을 몰라 상사들한테 야단을 맞는 일은 보통 일이다. 동포들이 사투리를 많이 쓴다고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도 많다.

한국인은 미국을 좋아하며, 미국 영어에 친숙하다. 일상 대화나 발언에서 보면, 생소한 영어단어를 살살 끼워 넣으며 유식함을 드러낸다. 조선족이 말을 하다보면 습관적으로 중국 단어(单词)발음을 입에 그대로 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실지 한국은 세종이 우리 한글을 창제하기 전 까지는 중국 한자(汉字)를 써왔다. 지금도 지식인, 학자들은 한자로 뜻풀이에 많이 활용한다. 그러니 중국한테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실지는 그렇지 않다. 외래어를 잘 모르고 조선말 사투리를 한다고 폄하된다. 그리고 적지 않은 한국인은 자기네 나라에 와서 3D종 같은 허드레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동포들을 시답잖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지 한국인은 중국 동포 보다는 재미동포들을 더 곱게 바라 본다. 그것은 이 나라에서 온 동포들은 영어도 잘 하고, 돈도 많고 ‘문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옛날 어르신들이 자주 했던 말이 적중 할 것 같다. “잘 사는 집 애는 밥을 복스럽게 먹고, 못 사는 집 애는 밥을 게걸스레 먹는다.”

많은 한국인이 영어 발음에 치중하면서 미국을 지고 지순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친미감정’에 조금은 얄미스럽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었다. 반도체에 출근 할 때, 휴식시간에 한국인 친구와 북한(조선) 얘기를 꺼냈다. 그때 나는 뜬금없이 불쑥 질문을 하나 던졌다. “북한과 국군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당연히 국군이 이기지요. 한국에는 미군이 있잖아요.” “그러니 북한방송이 자꾸 한국을 ‘남조선00집단’이라 하지 않아요!” . ‘익살스레’ 한 말이기에 이 친구는 덤덤하게 나를 쳐다 보기만 했다. 나는 이 한국인 엘리트친구하고는 스스럽없이 아무 대화나 주고받는 처지라,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도 막 던지군 한다.

한국이 미국을 믿고 좋아하고, 중국을 멀리 하는 것 쯤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한국전쟁 때 미국이 그들을 도와 싸웠고, 휴전시기엔 미국의 경제적 협조를 많이 받았다. 이것을 한국인은 잊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인(일부)이 순전히 미국에 편향하고 중국을 싫어한다고 보면 안 된다. 사실 한국인들이 중국을 부러워 하는 측면도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땅덩어리도 엄청나게 큰 것을 부러워 한다. 실지 한국은 조선반도가 작은데다 두 동강으로 짝 갈라진데 서운해 하고, 심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중국이 국방,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가는 것을 놀랍게 바라 보고 있다. 만일 중국이 더 큰 경제성장을 가져 와 우리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려고 하지 않을 때, 진정 한국은 중국을 부럽고 보기 좋게 바라 볼 수도 있다.

당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 서면서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빙하가 풀리고 있다. 아울러 이전보다 더 좋은 경제협력파트너로 이어지는 전망이 눈앞에 다가 온다. 한국인이 미국과 그 영어를 좋아하듯이,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과도 가까워지려 하고 중국어도 더 사랑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최세만
길림신문 해외판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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