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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장벽
기사 입력 2017-06-06 20:14:08  

인간의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그 시조일 것이다. 원초적 사랑에은 조건이 없었지만 순결하고 깨끗한 사랑에 점차 이런저런 요구가 곁들며 두터운 장벽이 형성되여 자유로운 남녀 사랑을 가로막아 나섰다. 하여 수많은 청춘남녀가 뜻밖의 장벽에 부딪혀 슬피 울었다.

춘추시기 미생(尾生)이 바로 그 세파속에 묻힌 하나의 조약돌일 것이다. 미생은 온종일 책과 씨름하는 가난한 남산골샌님이였다. 그런 그가 앞집 처녀한테 열렬한 사랑을 고백했지만 처녀 부모들한테서 퇴짜를 맞았다. 리유란 돈 없는 거렁뱅이한테 딸을 안준다는 것이였다. 그런줄도 모르고 약속한 강뚝에 앉아 처녀가 오기를 기다리던 미생이 뜻밖의 폭우를 만났다. 우르르 쾅쾅-나무뿌리같은 번개불이 시커먼 구름장을 찢으며 퍼붓은 창대같은 비줄기가 졸지에 섬약한 미생을 삼켜버렸다...

후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생명까지 바친 미생을 두고 공자의 제자 증삼(曾三)이 사랑에 충성한 귀감이라며 극구 찬양했다. 세월이 흘러 수천년, 미생과 같은 전설의 인물이 얼마전 연해도시 혼례식장에 있었다. 훤칠한 키에 멋진 차림을 한 총각이 신부 없는 결혼식을 올려 하객들을 아연케 했다. 꽃다발을 든 총각이 혼자 무대우에 나타나 사랑의 굴곡적인 스토리를 피력했다.

워낙 총각은 대학시절 한 동창생처녀와 사귀였다. 도서관에서 만난 인연이 캠퍼스에서 무르익어 서로 흠모하며 결혼까지 약속했건만 결혼 사흘을 앞두고 갑자기 처녀집에서 일방적인 혼인취소절연장이 날아왔다. 리유는 역시 돈 없는 총각한테 딸을 시집 보낼 수 없다는 부모들 립장이였다. 총각은 억울하고 격분했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사랑은 신성불가침이라 하여도 높은 학벌 앞서 재산을 우선시하는 굳어진 룰을 깨뜨릴 수 없어 총각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 같은 심각한 번뇌에 빠졌다. 하지만 남자가 내린 결심은 단호했다. “오늘 비록 가난하여 사랑하던 처녀를 놓쳐버렸지만 후날 백만장자가 되였을 때 꼭 그 처녀를 찾아가 이 꽃다발을 안겨주며 백년가약을 맺으리라...” 총각의 비장한 결심을 읽은 듯 하객들 모두 뜨거움을 금치 못하였다.

돈 없는 남자 장가들기 힘든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간 조선족 실태를 살펴보아도 그렇다. 요즘은 인간의 순수한 감정도, 열렬한 사랑도 배금주의 장벽에 부딪혀 산산히 깨여지는 비극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게 현실이다. 약자의 숨소리가 강자의 목청에 의해 릉멸되는 현실 앞에 옛날 전설 속의 ‘이몽룡과 성춘향’의 로맨스는 창백하기 그지없다.

수천년 내려오며 문당호대(门当户对)란 낡은 관념이 깊숙히 뿌리내려 머리 속에 온통 돈과 직위로 혼인의 성사여부를 결정짓는 틀이 꽉 들어박혀있다. 같은 렬차를 타지만 배석자리가 연석, 좌석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부자집자식이 가난한 집안과 통혼하면 마치 궤도를 벗어난 것처럼 당황해하며 지나치게 사랑의 부등식을 주장한다. 결혼한 신접살림이 부러운 것 없이 버젓이 살기보다 두손 맞잡고 하나,둘 가장집물을 마련하며 사는 멋이 제격이다.

하루하루 애면글면 노력한 흔적이 자식에게는 천금 주고 바꿀 수 없는 생생한 삶의 기록이며 진선미로 가득찬 생활의 보람찬 열매이다. 자식들에게 결혼 후 사회무대에 진출하여 능력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 운동선수가 올림픽수상식에서 수여받은 금메달를 움켜쥐고 꼭 깨물어보는 리유가 곧바로 수년 동안 피타는 노력을 경주한 캐리어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동반한 영광일 것이다.

인생은 이런 눈물겨운 즐거움과 영광이 방울방울 맺혀져 강을 이뤄 굽이치는 과정일진대 결혼은 그 속에서 급물살이 서로 부딪쳐 하얗게 솟아오른 물기둥이다.  어찌보면 꽉 막혀있을 줄 알았던 혼인장벽에 오가는 소통의 창구가 빠끔이 열려져있어 천만 다행스럽다. 서서히 열리는 틈바구니에서 청춘의 용기와 희망이 파릇파릇 새싹처럼 돋아난다.

아무렴, 엄청난 견고성을 뽐내던 마지노선도 하루아침에 무너졌은즉 해빙기를 맞은 사랑의 장벽도 오래잖아 력사의 유적으로 남아 걸어온 전철을 반추해보는 좋은 거울로 될 것이다. 사랑은 멍에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때 진짜 행복하다.




최장춘
길림신문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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