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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과식’하다
기사 입력 2019-04-11 22:17:55  

얼마전 평소에 좋아하던 개고기를 잔뜩 포식한 데다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급성위장 장애가 생겨 며칠간 병원신세를 톡톡히 진 교훈이 있다.

과식이 나쁘다는 것은 평소에 잘 알고 있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정작 끝없이 먹고 픈 개고기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게 탈이였다. 과식하는 작은 습관이 자칫 큰 병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하였다.

단지 음식 뿐이 아닌 것 같다. 욕심을 ‘과식’하면 욕심쟁이가 되여 타인의 질타의 대상이 되고 만다. 명예를 ‘과식’하면 명예중독에 걸려 그 후유증으로 마음의 뜰이 황페해지기 십상이다. 권력을 ‘과식’하면 또 어떨가? 능력 이상의 권력을 ‘포식’하면 허영심에 불이 붙어 결국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 무너지게 된다.

행복을 ‘과식’하면 행복불감증에 걸리기 쉽다. 어릴 적부터 행복을 ‘과식’한 아이들일수록 정신적 체질이 허약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다. 자가용을 ‘과식’하면 과시욕의 팽창으로 오만방자해지기 쉽고 너무 크고 호화로운 자택에서 살면 가족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멀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보면 물질을 과식해선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식은 불식’,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난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당한 모자람이 오히려 심신의 건강에 유조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 누구나 물질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로출되였기에 욕심의 파도에 휘말려들어 허우적거리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에 그에 대한 경각심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물질적 풍요가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겨냥하는 과녁이 될 수는 없다. 삶을 밀어주는 근원적 에너지는 오히려 내가 선택한 가난과 소식에 있다. 배속에 음식이 적을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법이다. 사람은 탐욕이나 야망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참인간으로 돌아온다. 음식을 과식하면 거기에서 생겨나는 독소가 피를 혼탁해지게 하고 건강 이상을 초래한다. 우월감을 ‘과식’하면 허파에 바람이 들어차 과대망상증을 불러오게 되고 명예, 권세, 황금을 ‘과식’하면 거기에서 파생하는 무형의 독소의 작간으로 오기나 ‘풋기’ 따위 불순물이 자라나기에 마음은 길을 잃고 허무의 광야에서 헤매돌게 된다.

인간의 령역을 올곧게 지키기 위하여 인류의 선각자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면서 자원하여 가난을 선택하였다. 텅 빈 충만을 즐기였다. 이것이 바로 어른다운 품위이고 경지가 아니겠는가?!

과식해도 좋은 게 더러 있기는 하다. 그것이 바로 책이고 지식이고 문화이다. 물질이 외부적인 포장이라면 문화는 포장 속에 숨겨진 내용물에 해당한다. “좋은 술은 뚝배기에 담긴다”는 말이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의 중요성을 설파한 고담이다. 물질적인 것, 외향적인 것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그보다 훨씬 중요한 내적인 것을 상실하는 착오를 범하게 된다. 아무리 호화차량, 호화저택을 소유하고 최고급 브랜드에 진주보석을 휘감고 다녀도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빈약한 사람은 타인의 존경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작 물질적인 식욕은 분에 넘치게 팽창하지만 정신적인 식욕은 형편없이 위축되여가는 게 현대인들의 ‘통병’이라면 이를 지양하고 치유하는 처방으로 독서와 명상을 권장하고 싶다. 물욕이나 명예욕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 령적인 존재를 완성에 이르게 한다.

은퇴한 후로 나의 삶은 팽팽하던 긴장감을 상실하고 안일과 포만감에 휩싸여 게을러질 때가 많다.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샘 솟 듯하던 시상도 가끔 흐름을 멈추군 한다. 이것은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적신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마 나도 행복을 ‘과식’했나봐.


김학송
길림신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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