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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일이자 곧 나의 일이다
기사 입력 2018-04-03 16:53:50  

얼마전에 나는 한 다큐의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흑룡강성 탕원현의 어느 농촌, 류재아동 학생이 한명인 조선족학교의 이야기다. 여러명의 선생님이 학생 한명만을 가르치고 있는 그 학교, 그 아이는 늘 혼자였다. 수업이 끝나면 교연실로 달려가 한자리 하고 앉아서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는 아이, 석탄더미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뒹굴며 노는 아이는 또래도 형제도 없이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살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애의 학비를 번다며 해외로 떠난지 퍼그나 오래 된다.

조금 큰 현의 조선족학교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 시내에 집이 있는 아이들일지라도 부모님이 곁에 없는 아이는 열에 아홉이다. 기자들이 질문을 해도 아이들은 그냥 심드렁하게 “엄마, 돈이나 부쳐요.”라고 말하면서 마음 속 고충은 피한다. 한창 사춘기, 자신감이 넘치고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당당함이 엿보여야 할 초중 1학년의 아이들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행동에는,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서글픔이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안타까왔고 가여운 느낌이 들었다.

부모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학교 주변의 전탁소에 맡겨진 아이들, 전탁소는 그런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부모님이 언제 갔는지, 언제 오는지, 왜 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우리 엄마, 아빠는 리혼했어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먼 후날 아이들이 ‘리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았을 때 분출하는 그 분노를 보는 듯했다.

아이들의 순진한 동심에 그냥 괴로움만 안겨주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 좀 가슴에 손을 얹고 심사숙고해 보는 것이 어떨가, 이젠 왜서 갔으며 왜서 안오는가를 시원하게 애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가? 그러면 적어도 아이가 상처받는 일은 조금이나마 모면할 수 있지 않을가?

결손가정 1세대인 나는 소학교 4학년인 1992년 부모님이 모두 외지로 떠났고 외할머니댁에서 동생과 함께 지냈다. 1994년 내가 소학교를 졸업하기 전 엄마가 잠깐 마을에 다녀가면서 외할머니와 했던 대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400원이면 되겠지.” 나의 중학교 입학비용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그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학비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초중에 입학하러 갈 때까지 감감무소식인 부모님 생각으로 가슴이 터지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고중 3학년을 다니던 19살 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받았다.

상처는 묻어두면 곪고 심하면 터진다. 우리는 그것을 감추려고만, 억누르려고만 했기 때문에 일단 터지면 더 큰코 친다. 차라리 그때그때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표현하고 충분히 말해주고 그것을 서로가 받아들이도록 하는게 낫지 않았을가? 실지 아이들이 보는 세계도 역시 어른들이 보는 세계와 마찬가지이다. 모른다고 무시하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은 그 아이들의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감내하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우리 조선족 아이들의 고통, 오늘 이 세대에서 끝을 맺어야 할 텐데……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너의 일이자 곧 나의 일이다.


기고/ 김해영
길림신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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