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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효성의 그림자
기사 입력 2017-09-26 10:59:38  

요즘 로인들 틈바구니에 끼여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늘그막에 돈이 있어야’가 주제이다. 자녀들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의 표출이랄가, 로후대책이 미흡한 로인일수록 맞장구 치며 론쟁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로인의 인격이 재산의 유무에 따라 인정받는 실정이여서 돈 없는 로인은 자식들한테 망가진 짐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 연고로 재산 많은 로인 앞에는 효성을 보이는 그림자가 자주 얼른거리지만 빈털터리 로인 옆에는 차거운 목침 베개 외 따뜻이 손 잡아주는 이 없다.

얼마전 앞뒤집 사이로 지냈던 두 로인이 양로원으로 갔다. 행차전 한 로인은 여직 모인 재산을 처분해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다른 로인은 집조문서를 꽁꽁 챙겨서 베개밑에 넣고 잠 잤다. 결국 자식들이 휴가일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와 시중을 들어주며 부산을 떨지만 저쪽 로인방은 자식들한테 다 파먹은 김치독 취급을 받아 마냥 한적하고 썰렁하다.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필수인 것처럼 자식을 가까이 하려면 로인들 손에 돈이 있어야 될 상 싶다. 인젠 가난한 부친의 밥상을 열심히 챙겨올린 증삼의 효도나 심봉사 눈을 뜨게 하려고 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전설은 색바랜 포스터처럼 기억이 삭막하다.

제 자식을 낳아키우면서 어버이 은혜를 떠올려 봉양에 힘써야 할진대 어떤 자녀들은 로인을 모신답시고 로인의 높은 로임에 붙어살면서 배은망덕하게 삿대질하며 욕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로부터 효는 덕에서 비롯되고 인(仁)에 의해 베풀어진다고 했다. 효에 저의가 있어서는 안된다. 부모가 갖고 있는 재물과 돈을 탐내여 위선적으로 봉양하면 조만간 항간의 웃음거리로 남게 된다. 없으면 없는 만큼 진솔한 마음을 기하는 것이 효도문화의 핵이다.

연길천원평가회사의 김승일사장의 일이다. 지난 1994년도에 모친이 끔찍한 차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였다. 청천벽력 같은 불행 앞에 그는 오로지 모친의 생명을 살리려는 일념을 안고 사처로 뛰여다녔다. 신접살림에 약소한 로임을 타면서 언제 한번 짜증 섞인 말이 없이 여직껏 좋다는 약과 치료법을 일일이 써보며 정성을 몰부었다. 진짜 보기 드문 효자임이 틀림없다.

흔히 건전한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옳바른 도덕륜리적 뜨거움이 오간다고 말하지만 돈지갑을 떠나 사랑을 운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부모는 앞날의 선택을 두고 많은 고충과 번뇌에 시달리게 된다. 풍을 맞았어도 돈 없어 보모를 청하지 못하는 처지인데 자식 집은 한사코 거절하는 로인들 생활에 구경 어떤 애달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느냐를 잘 살펴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메말라가는 효도문화에 덕지덕지 기워맨 자국이 력력한들 어떠하리, ‘나무가 고요하고저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저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식으로서 뒤늦은 후회로 눈물을 찔끔 짜내는 불미스러움을 보이기보다 두번 다시 없을 부모생전에 충성에 효성을 더해감이 좋을듯싶다.


최장춘
길림신문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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