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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년대(2)(1)
남근 장군    조회 4,300    2006.12.17남근 장군님의 다른 글      
매일 한명의 청중을 앞에 놓고서도 열심히 마음의 분노를 토로하니 저으기 개운해지던 기분이 5월 13일부터 시작된 천안문광장 단식투쟁 때문에 또 다시 부글부글 끓어번진다. 단식에 들어간 학생들이 하루이틀 지나면서 병원구급차에 실려가는 장면을 보며 더는 이렇게 앉아만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조자양이 소련지도자 고르바쵸브하고 회담하면서 아직도 모든 중요한 정책은 등소평의 허락을 거친다고 한 그 한구절이 눈을 아프게 찔렀다.

그런중에 오늘(16일) 부근의 사범학원학생들이 가두시위를 벌린다고 한다. 마침 외국어 강의시간이 오후로 배정되여 침실에서 라디오로 북경소식을 듣고 있던 나는 끝내 결심을 내리고 행동에 들어갔다.

系학생회 선전부干事로 있으며 필요한 그림도구들은 침실에 항상 챙겨두고 있던차라 별 생각도 거치지 않고 큼직한 만화 한장을 그려냈다. 만화畵法은 어렸을적 거리양옆에 가득 걸려있던 4인방을 타도하는 만화들을 참고로 하였다.(그후에 그려낸 만화들도 모두 같은 畵法이다.)

만화는 新華門안쪽에 등소평이 진시황이 쓰던 왕관을 쓰고 높직이 앉아 있는데 그 양켠으로 조자양, 리붕, 양산곤 등 중앙간부들이 공손히 서있고 그위쪽에 큼직하게 <聲援北京,打倒官倒>(당시 북경을 제외한 타지방에서 제일 많이 부르는 구호)라고 써 놓았다.

그림을 말아쥐고 敎學樓쪽으로 걸어가는 나는 어쩐지 입술이 말라들고 심장이 쿵쿵 드세게 박동하고 두 다리가 뻣뻣해지는것이 걸음이 잘 되지 않을 지경이다. 남들이 보았다면 얼굴도 벌겋게 상기되였을 거다. 만화를 풀을 듬뿍 뭍혀 정문바로 옆에 붙히고는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 왔다. 물 한컵 한숨에 마이고 슬슬 교정을 빠져나와 시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사범학원학생들의 시워대오가 앞을 지나고 있었다. "聲援北京, 打倒官倒", "民主, 自由, 平等", "愛國無罪" 등 구호가 주요내용이였다. 마음같아서는 그 시위대오에 막 뛰여들고 싶었지만, 이건 어디서 굴러온 물건짝인가 하는 찬밥신세를 당할가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위대오를 따라 시내를 한바퀴돌고 오후 늦게야 학교에 들어 섰다. 교정은 별다른 이상한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敎學樓정문에 가보니 풀자욱만 남아 있고 만화는 온데간데 없다. 저으기 실망해서 교실에 올라가 대충 책을 뒤적거렸지만 도무지 가라앉힐수 없는 마음이다. 정말 한심한 인간들이구나...어쩌면 이렇게도 무감각할수가 있을가? 코앞의 학교에서도 이미 가두시위를 벌리는 판국인데...

저녘을 먹고 울적하고 갑갑한 마음을 달랜다고 慧하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니 숙소에서 학생들이 한창 흥분에 끓고 있었다. 취침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혀가며 시국을 논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침대보에 큼직하게 표어를 쓰고 숙소여기저기를 다니며 구호를 웨쳐대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교 당위와 학생사상교육을 책임진 보도원들이 숙소에 찾아와 흥분하지말고 냉정하게 시국을 판단해야 한다고 메마른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붙는불에 키질하는격이다.

여기서 한 마디 하고 싶은것은 언젠가 읽은적이 있는 인간의 追衆心理 즉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한다"는 이론을 실감하게 되었다는것이다. 아까 낮시간에 사범학원학생들의 시위대오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것도 그들은 나하고 다른 무리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도 정부에 그렇게 불만이 많지만...

그날 밤중으로 ᄀ시의 5개학교 학생회에서 다음날(17일) 연합가두시위를 벌리기로 결정하였다. (다음 계속)

제4부

아침일찍부터 숙소들에서는 들끓고 있다. 프랑카드를 준비한다, 구호내용을 선정한다하며 북적대고 있다. 그중에는 오늘 TV에도 나올지 모른다며 옷차림에 신경쓰는 침실둘째(老二)와 좋은 소재를 찾아야지 하며 사진기를 챙기는 셋째(老三)도 있다.

갑자기 정문쪽에서 함성이 터지며 웅성대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오늘 연합가두시위는 시정부의 허락을 거친 "조직이 있고 기률이 있는(有組織.有紀律)" 행동이므로 시공안국의 길을 인도하는 경찰차가 온후라야 시위를 시작할수 있기에 누구도 사사로이 교문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무정한 石佛처럼 있을적에는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용암같던 마음이 진작 눈앞의 전경을 보면서 오히려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다. 그러고 있는데 반장애가 침실문을 떼고 들어섰다. 방금 학교당위에서 오늘 시위구호를 열몇가지로 제한하라는 통보가 내려왔는데 그렇게 되면 반마다 같은 구호를 들고 나가봤자 ‘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보고 좀 특색이 있는 구호판을 만들어 달란다.

잠간의 시간을 들여 운동회때 쓰던 계시판에(피못에 쓰러져 있는 중산복차림의 번대머리 관료를 한발로 딛고 우뚝 서서 구호를 웨치는 양복차림의 하이칼머리 지식인의 형상)을 그리고 공식적으로 <聲援北京,打倒官倒>문구를 추가했다. 반장애의 요구대로 아래쪽에 <ᄆᄆ학원 ᄆᄆ88급>이라고 밝혔다.

출발준비가 되였는지 全校師生이 학교 중심운동장에 집합하란다. 여기저기에 세워져있는 프랑카드는 실로 가관이다. 대부분이 급급히 준비한다고 침대보를 이용한것 같다. 저 한켠에는  젊은선생들의 대오도 보인다. 생각외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구호판이 인기가 좋다. 보는 학생마다 엄지손가락을 내들고 박수를 쳐주었다. 학생사상교육을 책임진 康서기가 다가와서 한참동안 그림하고 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기도 하였다. 눈치빠른 둘째가 그 계시판을 자기가 들겠다고 자진해 나선다.

앞에서 경찰차가 인도하는 학생시위대오는 서서히 시내중심으로 향했다. 내내 같은 구호만 반복해서 부르는 학생들의 웨침소리른 점점 맥이빠져 있다. 게다가 걸음도 이미 적잖게 걸었으니 어지간히 힘도 빠질만 하다.

그러다가 시민들이 많이 모인 교두광장을 지나면서 누군가가 <인민만세,工人만세>라고 웨치자 그쪽에서도 덩달아 <학생만세>하며 학생과 시민들이 어울려 서로 만세를 불러주고 박수를 쳐주는 열렬한 기분이 이루어 졌다. 맥빠졌던 시위대오가 다시 활기로운 기분을 회복 하였다. 신문사앞을 지나면서는 <新聞自由,記者만세>를 불렀고 다른학교의 시위대오를 만나면 서로서로 <애국무죄, 학생만세>라고 불렀다. 동북전력학원의 시위대오에는 <돌아오라 리붕! 우리는 너를 환영한다!>는 프랑카드도 보였다.(설명-리붕이 중앙에 오르기전에 이곳에서 수리전력공정사로 있었던 역사가 있는데 총리자격이 없는 그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서 공정사나 하라는 의도였음)

각개 자기의 路線대로 가두시위를 하던 학생대오가 시정부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시정부건물 앞에는 이미 무장경찰들이 팔에팔을 끼고 여려겹으로 막아서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이 나와 학생들의 청원서를 받아라고 웨쳐댔다. 그렇게 한동안 웨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흥분한 학생들이 막아선 무장경찰을 밀치고 들어갈 기세를 보였다. 그제서야  한사람이 나와 현재 시장은 출장중이니 부시장이 나와 학생들의 청원서를 인수하겠다고 한다.그렇게 한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부시장이라며 중년녀성이 나왔다.

막 학생대표들이 청원서를 넘겨줄라고 하는데 구경하던 시민들속에서 "학생동무들,그 사람은 계획생육을 책임진 부시장이라우" 하는 웨침소리가 터져 나왔다. 삽시간에 학생대오는 술렁대기 시작하였다.

"오늘과 같이 신성한 날에 계획생육을 책임진 부시장이라니...젊은학생들한테 계획생육교육이라도 할 일이 있는가?"

계획생육부시장이 확성기에 대고 학생들의 애국정신은 이해를 한다는둥 책임지고 청원서를 꼭 시장한테 전달하겠다는둥 하며 한창이나 미사려구를 하고서야 청원서를 인수하는데 동의하고 학생시위대오는 다시 가두시위에 들어갔다.

점심식사시간도 훨씬 지나고 got살도 점차 뜨거워지니 시워대오의 정서는 많이 죽어있다. 이미 몇몇은 대오에서 빠져나가 공공뻐스를 타고 학교에 돌아갔다. 둘째하고 셋째는 시위대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앞뒤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다른반 애들한테서는 한장당 얼마씩 돈도 받는 모양이다.

학교에 들어설때는 모두가 얼굴도 까마잡잡고 후줄군해진 두 다리도 겨우 움직이는 몰골들이다.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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