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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과 속국에 관한 소고(15)
알짬    조회 1,430    2020.11.03알짬님의 다른 글      
중국은 오랫동안 주변 유목민족에 탈탈 털려왔다.
심지어 황제가 잡히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래서 중국은 주변국들과 되도록 전쟁하지 않으려고 했다.
중국이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외교적 치세인데,
주변국이 중국 황제에 대해 체면을 살려주고, 이에 상응한 예의와 격식을 갖춰주면
그 나라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지 않고, 무역으로 상당한 실리를 보장해주었다.
이곳이 조공외교다.

조공외교는 아시아 특유의 외교로서, 황제국을 필두로 각 나라의 서열을 정하고,
각국이 이를 인정해주면 상위 국가는 하위 국가에 경제적 실리를 보장해준다.
이를 통해 각국이 정치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조공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 정복국과 속국의 관계가 아니다.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은 각기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내치를 독립적으로 하는데
단지 황제에 대한 예의로 국호와 왕, 그리고 연호에 대해 인가를 받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주변 각국은 독립적으로 자국의 왕과 국호를 정한다.
이렇게 정한 목록을 황제한테 올리면, 황제는 이를 인가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때 황제는 조공한 국가에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해준다.
명나라 때 조선이 일 년에 두 번 조공하겠다고 황제한테 요청하자
중국 대신들이 "조선한테 한 해에 두 번의 조공을 올리게 하는 것은 타국보다 특혜"라며 반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은 한 해 두 번 조공을 올리겠다고 황제한테 강요했고,
명 황제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이를 승인했다.
조공을 올리면 황제에 대한 예의로 갖다 바친 공물에 비해
보상으로 받는 실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일본은 명 황제한테 사신을 보내 “제발 조공을 허가해달라”라고 간청하기까지 했다.

중국은 농경 국가고, 주변국들은 대개 유목국가들이었다.
농경 국가는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많은 인구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중원은 인구가 많고 생산량도 그만큼 많다.
특히 땅에 대한 소유권에 집착한다.
이에 비해 유목국가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치 않아 인구가 적다.
그리고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방목으로 가축을 길러야 해서 끊임없이 풀을 찾아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업국가인 중국은 많은 땅이 필요했고, 따라서 유목민의 초지를 점유해가며 토지를 늘렸다.
유목민은 점점 초지가 부족해지는데, 중국인이 점유한 땅을 유목민한테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목민들은 중국을 침략해 농산물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유목을 통해 얻는 수입보다 훨씬 많았고 심지어 손쉬운 방법이기까지 했다.
나아가 중원을 쳐들어가 소국들을 굴복시켜 공물을 바치도록 강요했고, 공물을 바치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조공의 시초다. 중원 국가들이 공물을 바치지 않거나 요구한 공물보다 양이 적으면 다시 쳐들어가 약탈을 하고 원하는 양의 공물을 바칠 것을 확약받고 철수하는 걸 반복했다.

나중에 유목민들은 중원에 쳐들어가 일종의 총독을 임명하여 그 나라를 간접 통치하기까지 했는데, 이것이 바로 5호 16국이다. 그러나 이 방식이 불편하고 문제가 생기자 공물만 바치도록 하고 총독들은 유목지로 철수시켰다.

이후 중원에 통일 왕조가 세워지면서 조공을 황제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즉, 약탈을 일삼는 주변 유목 국가들이 황제에 대해 체면을 세워주고 상응한 예의를 갖춰주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조공의 형식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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