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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돈지갑
기사 입력 2017-06-06 20:15:53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예술인 예술활동연간수입을 분야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건축(4832만원)(이하 모두 한화), 방송(3957만원), 만화(2002만원) 순으로 많았으며 문학(214만원), 미술(614만원), 무용(861만원)은 적었다.

누군가 글쓰기는 고역으로서 뼈와 살을 깎는 아픔은 없지만 정신상 육체상의 이중 시달림을 겪는 고달픈 노동이라 하였다.그런 만큼 글을 써서 발표한 후 원고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요,또한 일반적인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보다 더 높은 보수가 주어져져야 한다.하지만 글쟁이들은 가련하게도 많은 경우 무보수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그러니 글 쓰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글쓰기 열정도 점점 식어가는 것만은 사실이다.필경 글쟁이도 의식주는 담보 받아야 하지 않는가.그래서 어떤 이는 오늘날은 먼저 돈을 벌어놓고 글을 쓰라고 하는데 뜻인즉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창작의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글만 쓰며 살아가기란 여전히 어렵다. 누구나 한번쯤은 시인과 작가를 꿈꾸지만 글은 밥이 될 수 없음이 엄혹한 현실이다.중국이나 한국 문인 중에서 원고료를 받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은 백에 한 명, 아니 천에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글쟁이들은 원고료로는 여러번 얼어 죽고 굶어 죽었을 것이다. 많은 경우 글을 발표하고도 원고료 한푼 받지 못하는가 하면 설사 원고료를 받는다 쳐도 그 원고료가 형편없이 적다.현재 한국문예지에서 2~3천자되는 에세이 한편의 원고료가 고작해야 5~7만원,그나마 감지덕지다.현재 중국 조선족 언론지의 원고료가 전에 비해서는 많이 올라갔다.하지만 아직도 너무 낮은 수준이다.언젠가 한 선배작가가 현재 글짓기는 여가로 하되 전업으로 하다간 밥 빌어 죽 쑤어먹는 처지로 되고 만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과연 적절한 말이다.

내가 알기에 글쟁이 중 소수를 내놓고는 대부분이 1년원고료가 가련할 정도로 적다.심지어 자유기고인이라 칭하는 전업작가들도 대부분 그 원고료수입이 결코 많지 않다.가끔 문우들을 만나 원고료를 얼마 벌었는가 물으면 다들 먼저 허구픈 웃음부터 짓는다. 오늘날 책 한 권 펴내기가 얼마나 힘든 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돈이 없어 책을 펴내지 못하는 작가들이 수두룩하다.책을 내면 낼수록 밑지는 세상,가뜩이나 돈이 없어 쩔쩔매는 판에 책마저 내면 식구들은 굶어 죽고 한데로 나 앉으란 말인가? 이 몇 해 나더러 이미 발표한 글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그럴 때마다 나도 마음이 들떠 그렇게 해볼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금세 도리질 한다.내가 쓴 글들을 남들이 좋아할지 안 할지를 모르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 책을 사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파악이 없기 때문이다.괜히 좋지도 않은 책을 이 수단 저 방식으로 남이 사가도록 하기도 싫고 더욱이 남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 못해 책을 사도록 하고 싶지는 않다.어쨌든 책을 내서 팔지 못해 경제적으로 밑지고 싶지는 않다.

중국의 당대 작가 장현량(张贤亮)의 말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난다."남들은 나를 당대 작가중의 수부(首富)라고 하는데 기실 나는 거지왕초(丐帮首领)에 지나지 않는다.작가들은 빈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이는 중국에서 작가들의 처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 말인데 작가들은 빈민층에 속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비록 그가 고급 차를 몰고 다니고 브랜드 옷을 걸치고 다닌다 하지만 그는 다만 작가들 중의 부자일 뿐 사회적으로는 중산층에도 서기 바쁘다.

작가들의 빈곤은 글을 발표하고도 원고료를 너무 적게 받거나 아예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글짓기를 주업 또는 제일 부업으로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적은 원고료,언제 받을지 기약할 수 없는 원고료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작가도 성현이 아닌 만큼 돈을 벌어야 하고 살림을 해야 하는데 받는 원고료가 적거나 심지어는 아예 받지 못하게 되니 자연히 경제상 쪼들리기 마련이다. 베스트셀러 시집을 냈던 한국의 한 유명 여류시인이 최근 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큰 얘깃거리가 됐다. 근로장려금이란 연 소득이 1,300만원(한화) 미만인 무주택자에게 정부가 주는 생활보조금이다. 글품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우울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몇 해 전에도 한 여류 작가가 가난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다세대 주택 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글을 쓰던 시나리오 작가는 췌장염 등을 앓고 있었지만,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 작가는 이웃집 현관에 이런 쪽지 글을 남겼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세상에서 이보다 더 슬픈 글은 없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서 이웃집 사람은 며칠 집을 비워 그 쪽지를 보지 못했고, 32세의 작가는 숨졌다.

얼마 전 한 선배문우의 농담 섞인 말이 지금도 머리에 메아리 친다."난 이제부터 글을 잔뜩 써서 모아뒀다가 공모전에만 응모할래,그러다 어떻게 한번 당선되면 그래도 목돈을 쥐어보잖아,그렇게 하지 않고 전처럼 그렇게 글을 발표해서야 어디 살아나가겠어?" 선배님,누군들 그런 생각이 없겠습니까? 헌데 당첨률이 얼마나 될까요? 다들 그런 생각이 있을 것이니 요행은 좀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물론 내가 써낸 책이 베스트셀러 50위안에만 들어도 밥값은 나오겠지,그런데 나에게 그런 운명이 차례 질까? 현재 한국에서 매개 공모전에 보내오는 원고수가 적어도 천편을 넘어서는데 그중 당선작은 기껏해야 몇편이다.그러니 그런데는 웬간하면 바라보지 않는게 좋다.

사실 문인들은 거의가 가난이 뼛속까지 번져 있다. 글만을 팔아서는 신발 한 컬레, 옷 한 벌 제대로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글쟁이란 자부심으로 가난을 내쫓아보지만 생활의 궁핍함은 엄연한 고통이다. "선비가 글을 잘하면 곤궁하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처지가 곤궁한 뒤라야 글을 잘하게 되는 것인가?[豈士能文則困窮耶?抑窮而後工也?]"가난이 문인의 숙명이라면 물론 슬픈 일이다.어쨌든 쓰고 싶은 글은 써내야 하는 것이니 작가는 가난을 달게 여기는 인간으로 밖에 될 수 없다. 가련할손 돈지갑 빈 글쟁이들이여!





최장춘
흑룡강신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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