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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유령낚시터/중국조선족괴담 5회
기사 입력 2012-09-30 15:38:07  

    휴-
    뒤늦은 이야기지만 사실 그날 병원에서 친구와 함께 다시 강촌으로 되돌아가지만 않았어도 낚시터 주인 박씨는 죽지 않았을것이다. 아니 도사견을 되찾아오겠다고 부득부득 고집을 세우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불귀의 객으로는 되지 않았을것이다.
    그만큼!
    일명《강촌의 낚시터 귀신》은 나와 친구의 호기심을 돌틈에 걸린 뱀꼬리처럼 꼬불꼬불 자극하고있었고 또한 언제부터인가 시들어가고있던, 명색이 먹물먹은 사내들이라는 자존심에 우습게도《킁킁》코방아를 찧고있었다.
    어찌됐든… …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날 그 무렵 어이없이 발동했던 우리들의 엉뚱한 호기심과 그리고 가슴 밑바닥에 한줌이나마 고여 있었던 녹쓴 오기가 문제라면 문제였다.
    뒤늦게야 아침을 먹고 다시 친구와 함께 강촌 낚시터에 대였을 때는 바야흐로 불볕더위가 진을 치고있는 점심나절이였다. 간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낚시터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날씨마저 건들바람 한점없이 잔뜩 찌물쿠고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바람 갑자기 들이닥친 무더위에 나와 친구는 약속이나 한듯 옷자락으로 와락와락 얼굴을 부치며 낚시터 복판에 있는, 사냥개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그 작은 섬으로 창황히 눈길을 던졌다.
    섬은 우리가 서있는 낚시터 대안과 약 20여메터 사이둔채 고요히 침묵하고있었다. 뜻밖에도 섬은 어느 중세기의 옛성새처럼 거뭇거뭇 뇌리에 비쳐왔던 간밤의 인상과는 달리 고향마을 동구밖 나지막한 등성이를 떠올려주고 있었다. 부지중 내 눈앞으로 어린 시절 저 혼자 아래마을 조선족소학교로 통학하면서 반드시 지나쳐야만 했던 동구밖 공동묘지가 언뜰거렸다. 반사적으로 심장이 후두두 고도하며 이름할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때렸다.
    (엉? 박, 박주인… 어디로 갔지?)
   《박주인!- 박주인!- 》
    친구가 섬을 향해 냅다 손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섬 오른편 자락에 배가 노랗게 불린 낯선 고무뽀트 한척이 반쯤 언덕에 허리를 건채 물속에 엉뎅이를 잠그고있는것이 띄여왔다.
   《아, 황주임! 여기요, 여기! 》
    섬 뒤쪽에서 재빠른 응답소리와 함께 수풀사이로 농립모가 언뜰거리더니 급기야 박씨가 헐레벌떡 우리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아, 이제사 왔구만. 자, 어서 이쪽으로!》
    부랴부랴 수면에 뽀트를 띄우고 있는 박씨쪽으로 한동안 눈길을 주어서야 수면과 두어메터 떨어진 상공에 철사 한가닥이 길게 늘여져 있는것이 보여왔다. 민간에서 일명《8호선》이라 불리는 철사는 섬과 낚시터 대안을 가로 지르고 있었는데 뽀트 앞뒤에 수직으로 각각 두 개씩 설치된 이음대와 련결되여있었다. 다가가 보니 철사에는 활차와 함께 노끈이 부착되여 있었고 한켠에서 그것을 잡아당기면 섬 또는 낚시터 대안으로 이동하게끔 돼있었다.
   《박주인, 이게… 우리 둘이 같이 앉아두 되겠슴두?》
    발치에 다가온 뽀트를 못가에 뒹구는 삿대로 쿡쿡 찔러보며 어딘가 미심쩍게 던지는 친구의 말에 박씨가 언성을 높였다.
   《앗따, 저네 두사람이 아니라 네사람이래두 일없으이 어서 올라타기나 하우.》
    박씨의 말처럼 뽀트는 실한 장정 네사람이 앉아도 별탈없을듯 거뜬히 우리를 싣고 섬으로 건너갔다.
   《개, 개는 어디에 있는데요?》
    뽀트에서 내리자바람 성급히 물어보는 내 물음에 박씨는 움푹 꺼진 애꾸눈에 울상을 지으며 섬 가운데 있는 수풀쪽으로 손짓을 했다. 우리가 떠나온 동안 박씨 혼자 애타게 개를 찾아다닌 모양 바지가랑이에는 흙먼지가 가득 게발려있었고 수풀쪽에는 눈에 띄게 길이 나있었다.
    박씨가 앞장을 섰고 친구와 나는 그 뒤를 바싹 따랐다. 다소 생소한 곳이라 습관적으로 신경을 도사린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조심 수풀에 들어섰다. 서너발작 들어서자 쑥대들이 키들이를 해왔고 가끔 인기척에 놀란 들쥐들이 놀라서 도망치는 소리가 찍찍 들렸다. 약 십여메터쯤 되는 수풀을 지나자 작은 공지가 나타났다. 갑자기 한줄기 바람이 휘익 수풀을 건드려왔다. 그러자 어디선가 동물의 내장이 썩는듯한 고약한 냄새가 확 코끝에 마쳐왔다. 반사적으로 앞을 내다보니 공지 한 가운데 착 가라앉은 봉분이 띄여왔다.
    (오, 옛무덤 한자리가 있다더니..)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것과 동시에 불현듯 냄새의 근원이 이상하다싶어 다시금 봉분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나는 어마지두《헉!》하고 비명을 삼켰다. 봉분앞에 시커먼 물체가 나뒹굴고있었던것이다. 일견 박씨의 도사견-《워리》같아 보였다.
   《앗! 저건!》
   《개유, 우리 집 개.》
   《박주인네 개라구요?》
   《온데 찾아다녔더니 결국 저기에서…》
   《어… 정말 죽어있네!》
    코끝을 막고 박씨와 함께 주볏주볏 그리로 다가간 친구 역시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비명을 련발했다. 개의 머리우로는 파리떼가 윙윙 진을 치고 있었고 퀭하니 부릅떠진 눈알은 해볕에 퍼렇게 짓물러있었다. 혀바닥은 날카로운 이빨사이로 길게 뽑혀져 너덜거리고 있었는데 으등그러진 주둥이에는 검붉은 피가 가뜩 게발려있었다.
    그런데!!!
    두눈이 휘둥그래진건 바로 개의 입에 간밤에 내가 사용했던, 친구와 함께 월척을 낚았던 그 낚시가 걸려있다는 점이였다. 그리고 그 낚시대는 엉뚱하게 봉분우에 놓여 있었다! 저런, 낚시대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이지? 그리고 개는 어떻게 이리로 왔단 말인가?
    …갑자기 무덤속으로부터 흰 연기가 몰몰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뒤미처 발치에 있는 땅이 움찔움찔 드노는것 같더니 저렇게 마주하고 있는 무덤이 쩌억 갈라지면서 중절모를 쓰고 햐얀 두루마기를 입은《로인》이 불쑥 나타났다. 아니 유령이였다! 머리는 있지만 눈, 코, 귀, 입이 모두 사라진, 한마디로 얼굴이 없는 유령이였다. 그러고 보니《로인》이라는 판단이 내 뇌리에 불꽃처럼 날아든건 저 회좁은 두볼로부터 굉장한 주걱턱에 이르기까지 하얀 수염이 지천으로 덮혀있었기때문이리라…
    아무튼《로인》은 소리없이 나한테로 다가왔고 그러는 그의 손에는 방금까지만 해도 봉분우에 놓여있던, 간밤에 내가 사용했던 낚시대가 위태롭게 들려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뚝 걸음을 멈춘《로인》이 우리들한테로 휘익 낚시대를 휘두르며 꽥! 고함을 질렀다.
   《너 이놈들! 금방 수업이 시작되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당장 물러들 못가!》
    순간 나는 비명은커녕 심장이 오그라드는것만 같아 어쩔바를 몰랐다. 머리카락이 산지사방으로 달아나버릴듯 올올이 바늘끝처럼 일어서며 쫙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릇 《귀신을 만나면 정신부터 차려라!》던 옛날 시골마을 어른들의 이야기가 급기야 떠올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힘껏 두눈을 슴뻑거리며 뻗닿게 더수기를 북북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두눈을 번쩍 떠보았다.《로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폴싹 꺼져앉은 봉분과 그리고 개의 사체만이 그냥 그 자리에 그린듯이 있을뿐이였다.
    다시 귀속으로 풀벌레의 요란한 울음소리가 자욱하게 들려왔다. 휴~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환각이였다!
   《허, 괴변두 이런 괴변이… 암만 생각해봐두 도시 해리(리해의 방언)가 안된단 말이유. 어쩌면 개가 여기에 와서 죽을수가 있단 말이유. 저렇게 주둥이가 낚시에 걸렸다믄 아파서라두 냅따 비명을 지르구 발광을 했겠는데... 글구 또 이렇게 한길이나 되는 물은 장장 30미터나 어떻게 건너왔단 말이유? 안그렇수, 황주임?》
   《저, 정말…》
    아까부터 도무지 해석을 붙힐수 없는 눈앞의 불가사의한 풍경에 그처럼 달변이던 친구도 꺽꺽거리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눈앞의 현실에 초짜로 경악한 모양이였다. 부지런히 호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는 손길이 사뭇 부들부들 떨리고있었다.

<다음 기에>

연변통보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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