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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유령낚시터/중국조선족괴담 4회
기사 입력 2012-09-28 18:54:19  

    
《불가사의(不可思議)》
    그랬다. 간밤에 있은 일은 한마디로 불가사의였다. 세상에 없는 황당한 일, 인간의 두뇌로서는 도저히 해석할 수가 없는 해괴한 일을 경험했으니까. 그런데 그보다 더 불가사의한 일이 저만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누구도 몰랐다.
    간밤의 충격때문이였는지 친구가 신경을 도사려 악세레터를 밟은 덕에 차는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시내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바람 귀신소동의 파문을 캐보겠다던 친구는 이른 시각이라 시부유병원 원장님댁에 전화 넣기를 주저했고 그래서 일단《24시설렁탕》집으로 요기하러 들어갔다. 강촌의 과부《펑덩녀》의 며느리가 해산을 대기하고 있다는 그 ㅇ시부유병원이 길 하나 사이 두고 덩실하게 솟아있었다.
    아직 손님이 거쳐가지 않은듯 음식점은 조용했다. 널찍한 온돌과 함께 문옆에 4인용 좌석 두개가 나란히 비치돼 있는 꽤 정갈한 음식점이였다. 때 아닌 인기척에 주방쪽에서 뭔가 열심히 부시고 있던 아줌마가 기웃이 목을 뽑았다. 오래전에 미용한듯 검푸른 색갈이 죄 빠져버린 불그스레한 눈썹이 우습꽝스레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냥 설렁탕 두 그릇만.》
    그런 아줌마한테 친구는 퉁명스레 한마디 던지고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물고 라이타를 재깍거리기 시작했다. 창문과 가까운 자리에 엉뎅이를 붙히자 일시에 피곤이 몰려왔다.
    친구가 풀썩거리고 있는 담배가 새삼스레 그리워졌다. 한대 빨아볼가? 머리를 기웃거리는데《드르륵》출입문이 열리더니 묵직한 배달가방을 든 뚱뚱한 녀자애가 당황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숨이 차서 잠간 씨근거리던 녀자애는 피끗 우리쪽에 눈을 주다말고 마치 누가 쫓기라도 하는듯 황황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가는것이였다.
   《아즈마이(아주머니)!》
   《오, 왔구나. 근데 왜 이리 늦었니?》
    주방쪽 가스레인지에 확 불이 댕기며 아줌마의 푸념소리와 함께 녀자애의 흥분한 목소리가 떠듬떠듬 섞여왔다.
   《아, 글쎄… 머리 없는 애를 낳았담다! 우터우할(无头孩儿)! 내 동미(친구)가 말하는게.》
   《뭐야! 머리 없는 애를?》
   《예, 이제 막 입원실에 밥을 가져다 주다가 거기메 간호사루 있는 내 동미한테서 들었는데…》
   《에구마, 그 여자 누긴데?》
   《머 강촌이라든가?… 거기서 왔다는 한족여자람다. 병원두 지금 생 난시판이구.》
   《에구마, 머리 없는 애라니! 으으 징그러…》
    반사적으로 귀가 뻘쭉해지며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뻐금뻐금 담배를 빨다 말고 뚝 굳어져버린 친구의 헤 벌려진 입가로 방향잃은 연기가 허둥거리고 있었다. 오싹하고 섬뜩한 전률이 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유령낚시터》!, 하다면 그 강촌의 괴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단 말인가!
    나와 친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줌마!》
    출입문을 열다말고 친구가 주방쪽을 향해 꿱 소리를 뽑았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까… 설렁탕은 좀 있다가!》
   《네에…》
    황당한 요구라고 생각했던지 음식점 아줌마의 대답이 시원찮았지만 언제 그걸 타매할 경황이 아니였다. 강촌에서 있었던 일들이 비온 뒤 바위 밑을 파고 흐르는 강물처럼 용용히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으니!
    머리없는 애, 머리를 잃어버린 잉어, 고기가 사람의 말을 한다.《살려줘요!… 살려줘요!…》 그러나 살려주지 않았다. 결코 죽은 애를 낳는다…
   《그럼 준비해 둘가요?…》
    음식점 아줌마의 애매한 물음에 대답을 삭제한채 부랴부랴 올라간 부유병원 원장실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였다.
   《내 손자, 내 손자를 물어내우. 물어내~애…어이구! 어이구!…》
    파파머리 노친네 하나가 어린애들처럼 바닥에 퍼더버리고 앉아 마구 발버둥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는데 그 옆 쏘파에는 아들같아 보이는 건장한 젊은이가 두눈을 부릅뜬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피발이 선 두눈에 살기가 번뜩거리고 있었다. 푸른색 가운차림을 한 여러명의 병원일군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들락거렸고 그 가운데 중앙테이블 앞에 나선 나이 지긋한 녀인 하나가 칼날처럼 목청을 세우고 있었다.
   《강의사, 이게 도대체 어찌된 판이요? 양? 난데없이 새벽부터 전화가 오더니 또 이렇게 사무실까지 찾아와 울고불고!…》
   《글쎄 저도… 방금 전화에서 리원장께 보고한것처럼 강촌에서 입원한 한족 산몬데… 가속은 조선족이구... 새벽에 머리없는 기형아를 낳자 저렇게 가속들이 우리 책임이라구 하면서…》
   《아니, <머리 없는 애>라니?》
    리원장의 목소리가 꿈틀했다.
    문가에 서서 방안을 기웃거리던 우리들의 귀도 일순간 팽팽하게 곤두섰다.
   《산전검사는 물론 해산직전까지만 해도 모두 정상이랬는데 새벽녘에 산모가…》
   《잘 자다가 불시로 화닥닥 일어나더니 영 이상한 목소리로 <살려줘요! 살려줘요!> 하면서 막 몸부림치는게 아니겠슴까!》
    옆에 서있던 간호사가 바삐 말을 부축이더니 다시 생각해도 겁이 난다는듯 진저리를 쳤다.
   《뭐? 사, 살려달라고?》
    황당한 사건시말서에 기가 막히고 억이 찬다는듯 리원장은 (어쩌면 그럴수가 있나?) 입을 딱 벌렸고 그 표정을 뒤로한채 집안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정적이였다. 정적속에 이름모를 형체가 소리없이 주위를 배회하며 쾌심의 미소를 질질 흘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불현듯 내 심장뛰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하얗게 비여오며 무시무시한 환영이 떠올랐다. 입에 피를 가득 물고 퍼렇게 눈알을 까뒤집은 아이의 머리가 내 낚시에 걸린채 월척처럼 퍼덕거리고있었다… 갑자기 아이의 머리는 바람맞은 풍향기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러던 어느 한순간 뚝 멈춰서서 나를 직시한채 희미하게 웃기 시작했다. 톱이처럼 일렬횡대로 뾰족뾰족 돋아난 송곳이와 숨을 쉬듯 코구멍에서 쿨렁쿨렁 쏟아지는 선혈…
   《헉!》
    부지중 비명이 새나갔다. 친구가 얼결에 나를 힐끔했고 그 순간 친구의 셔츠주머니에서 잠자고 있던 휴대폰이 부르르 기지개를 켰다.
   《어?》
    진동상태에 있던 휴대폰을 냉큼 꺼내들고 지그시 형광판을 응시하던 친구가《박주인 낚시터.》하고 나직히 중얼거려왔다.
    (받을가? 말가?) 하는 물음이 초조히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얼른거렸다. 나는 말없이 도리질을 하며 조용히 아래층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황당무계》한 전설이라지만 액면 그대로 확실히《죽은 애》가 이 세상에 태여난 마당에 더 이상 병원에 머무를 이유가 우리한테 없었던것이다.
    그래서 허겁지겁 층계를 내려왔고 병원문을 나서기 바쁘게 박주인을 호출했다.
   《네? 개를 찾았다구요?…》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친구의 두눈이 휘둥그래졌고 목소리는 금방 경악으로 장단을 잃기 시작했다.
   《뭐 죽어있더라구요?… 어, 어디서 찾았슴두?… 뭐, 낚시터 중간에 있는 섬에서… 무시게람두? 무덤앞에서?… 거, 거기메 옛무덤 한자리가 있었다구요? 그걸 어째 난 몰랐음두?… 아, 처음부터 누기한테두 안 알려줬다구요?… 아, 알았습꾸마. 내 지금 당장…》
    플립을 닫고 한동안 멍하니 발끝을 내려다보던 친구는 신경질적으로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담배를 찾는게 분명했다. 호주머니에선 담배 대신 라이타가 나왔다. 비키니차림의 가슴 풍만한 아가씨의 엉뎅이에 《놀부네 명태집》이란 한글이 금박으로 새겨져있는 라이타였다.
   《자-》
    남몰래 간수해 두었던 담배를 쓱 친구한테 내밀었다. 아까《설렁탕》집을 나설 때 식탁우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담배를 슬쩍 갈무리해 넣었었다.
    친구는 대견하다는 눈길로 나를 일별하며 곧 한가치를 뽑아 라이타를 재깍거렸다.
   《딸깍! 딸깍!》
    가스가 바닥났는지 불씨만 튕겼다.
   《자-》
    역시 호주머니에 간수해두었던 라이타로 칙 불을 댕겨주는 내 호의를 친구는 엉거주춤 두손으로 받다 말고 씨~익 웃었다.
   《어때? 끝까지?… 》
    나는 대답없이 병원 주차장에서 해바라기를 하고있는 친구의 고물 승용차를 향해 윙크하듯 한눈을 찔끔했다.

<다음 기에>

연변통보 20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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